1. 저도 말씀해 주신 두 번째 반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최근 스쳐 가듯 읽은(도서관에서 빌렸으나 두께에 압도당해 대출 기간 내에 다 읽지 못한…) ‘기독교가 어떻게 서구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책 『도미니언』의 한 대목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저자인 역사학자 톰 홀랜드는 이전에 스파르타와 로마 관련 역사서를 썼는데, 그들의 역사는 매력적이었지만 그들이 보였던 냉담함과 잔인함은 자신의 도덕과 윤리에 비추어볼 때 당혹스러움을 느꼈다는데요. 그 자신이 스파르타인이나 로마인이 아닌, 천 년 이상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세계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성장한 세계의 전제조건들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 서구 문명 속에 들어 있는 기독교의 과거에 있으며, 그 영향은 너무나 깊고 커서 숨 쉬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5장에서 나온 ‘이중 과정 이론’에도 언급이 되지만 제 생각에도 우리의 도덕적 직관을 이루는 건 감정과 인지 둘 다인데, 여기서 인지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보편적 윤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대익 선생님께서 인지적 공감의 반경을 넓히자고 제안한 까닭은 인간의 도덕적 직관을 온전히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진화 심리학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메커니즘이 진화할 겨를도 없이 수렵/채집 사회에 머물러 있을 테니까요.
도미니언 -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 책으로,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과감하면서도 우아하게, 역설적이면서도 균형 있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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