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② 『공감의 반경』

D-29
코딩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매우 복잡해 져서 시야가 넓어진다고 표현을 한것입니다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도 공감력을 증진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봅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모임이 끝나기까지 1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각생의 마음으로 저도 살짝 발 걸쳐봅니다. 우선 『공감의 반경』이라는 책은 지난달, 중구도서관에서 진행했던 신형철 문학평론가님의 특강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이 책을 극찬하셔서). 야금야금 다른 분들이 올리신 글을 읽기만 하고 어떠한 의견도 달지 못 했습니다. 너무 어려웠거든요. 문학은 감상이 자유로운 반면, 비문학은 정답이 정해져있는 것 같다고(수치나 자료 등) 느낄 때가 많아 감상을 쉽게 써 내려가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차분히 생각해 봐야겠다 싶어 부진자가 되었고요(아주 긴 변명). 올려주신 글들은 지난주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더 깊어졌어요. 요즘 공감이라는 말이 너무나 흔하고, 흔한 만큼 그 가치를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거든요. 농담처럼, T와 F에 대한 논쟁이 너무 난무하니까 오히려 이 단어를 쓰는 게 더 꺼려지기도 했고요. 제 딴에는 제가 공감력이 나름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들어 이 생각 또한 저의 오만같더라고요. 감수성이 풍부한걸, 공감력이 좋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보기에 괜찮다 여기는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갈팡질팡했죠. 지금껏 저라는 인간이 제대로 된 공감을 하고 있던 게 맞나 싶어 무섭기도 했고요. 그리고 위에 @도리 님 말씀처럼, 저 또한 흔히 공감! 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정서적 공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강연에서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의 차이(명쾌하게 가를 수는 없겠지만요)를 배우고 나서야, 지금껏 제가 해왔던 공감이(라 생각하는 게) 자칫 잘못하면 내집단만을 더 공고히 하면서 나와 다른 이들에게는 더 철저하게 선을 긋는 무시무시한 행동일 수 있겠다 싶어 혼란스러웠죠.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연해님,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공감의 반경>이 줄 수 있는 가장 신선한 충격이 공감의 어두운 면인 것 같습니다. 감정이입과 같은 정서적 공감이 막연히 좋은 자질이라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는 차별과 혐오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은 제아무리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라도 쉽게 자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공감에 대한 통념적 사실을 깨트리는 것, 그것이 인지적 공감을 확장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공감이나 본능도 교육을 통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심지어 인지적 재평가를 콩해 정치적 갈등도 축소된 사례가 있다니 한국인의 편협함에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환경과 논농사 외적의 잦은 침입과 역사적 부침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성이 결여된 교육도 한몫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요즘 학교 교육의 질은 정말 좋아졌지만 모든 것이 견쟁을 전제로 하는데 아이들이 개방성과 열린마음을 가질 여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편협한 시각으로 평소에 집에서 보이는 언행들에 영향을 받는다면요
한 사람의 공감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로 다양하겠지요. 정말로 한국인만의 특성 같은 것이 있는지는 차치하고 우리가 다양성을 결여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곱씹을 만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잘 놀수록 인지공감력은 커진다. 만일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경쟁이 평범함 학생들의 노는 시간을 빼앗는다면 우리 사회는 공감력이 부족한 아이들로 채워질 것이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흔히들 무언가가 본능으로 자리잡은 것이라면 그 무언가는 고정된 것이며 가르침이 아무 소용없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그러나 본능이라 하더라도 행동으로 나타나려면 적절한 환경 입력이 필요하며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그 양상도 달라진다. 이것은 마치 모든 인간이 보편 문법과 같은 언어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났지만 어떤 국가, 어떤 교육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와 그 능력의 발현 수준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또한 본능은 외부 세계에 대한 평가와 판단 없이 무조건 발현되는 것도 아니며 장구한 세월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것도 아니다. 인간의 본능은 변할 수 있으며 변하고 있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인공 지능의 시대에도 여전히 '빠른 정보 습득'을 최고의 학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독서는 진부한 기법이다. 반대로 문제를 진짜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느린 인지 과정을 거쳐 나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독서는 필살기다. 책은 느린 생각에 최적화된 매체이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을 다르게 보며 옛것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은 문자 그대로 느린 과정이다. 인간의 뇌는 깊이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며 새롭게 보는 작업을 즉각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뇌의 전전두피질에서 일어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독서가 이 느린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라는 사실이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저도 이 부분 밑줄 그었습니다. 책은 태생이 숏폼이 아니고 롱폼이라고 생각해요. 설령 얇은 책이라 하더라도요. 책에 담긴 문자(기호)를 해석하고 그걸 나의 머릿속에서 다시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재구성하는 일련의 느린 인지 과정. 때로 즐겁지만 가끔 고통스러워요. 이러한 느린 인지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앗! 대표님. 공감(이 표현이 이제 살짝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딱 맞는 표현 같아요, 호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로는 즐겁지만 가끔 고통스럽다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독서의 과정은 즐겁지만 단순 쾌락과는 다른 느낌 같습니다. 오랫동안 뭉근히 행복해지는 과정 같달까요. 단숨에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즐거운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쾌락적인 행복은 허무하다 느껴질 때가 많아서 느린 인지 과정에서 찾는 즐거움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뜬금없지만 남궁인 작가님의 『제법 안온한 날들』이라는 책 <생활>편에서 만난 이 문장도 떠오릅니다. "독서는 한 달에 스무 권 정도로 정한다. 더 많이 읽으면 밀도가 낮은 독서가 되거나, 허튼 책을 고르게 된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책을 즐기며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한다. 오랜 습관대로, 어딘가 갈 때 꼭 인쇄된 활자를 들고 다닌다. 근본적으로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읽는다. 책으로 만들어진 활자는 대체로 멍청하지 않고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신중하다. 떠드는 말이나 근본 없이 돌아다니는 글보다는 낫다."
제법 안온한 날들 -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이 조금 색다른 에세이로 독자를 찾아왔다. 이번 책에서 그는 좀더 일상에 가까운 시선으로 삶을 말한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매번 인간의 운명을 지켜봐야 했던 그에게, 모든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독서는 인지적·정서적·사회적 뇌를 모두 변화시키는 가소성의 원천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건강한 뇌를 가질 수 있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장대익 지음
"그의 하루를 상상해 보라.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의 관점에서 세상을 걸어 다녀보라"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198, 장대익 지음
영어에서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 보라"라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참 직관적이지 않나요?
"공감력은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씨앗이지만 싹트려면 자극이 필요하고 어떤 자극과 경험이냐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며 이성적 판단으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도 있다." 195 여러 사례를 통해 보았듯이 아이들도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공감을 배울 수 있고 가지고 있던 공감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걸 "공감의 뿌리"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하고 보고 듣고 느끼게 함으로써 공감력을 증진하게끔 설계된 수업이라고 한다 "역할극을 하거나 그림 그리기. 어린 아기와 엄마의 애착관계, 호기심, 소통능력을 관찰함으로써 정서적. 인지적 발달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경험함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훈련한다" 201. 아이들도 물론 어른들도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지면서 놀이도 경쟁이 아닌 애착, 신뢰, 배려, 유대를 촉진하는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게끔 서로 노력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의 특유의 문화 역시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이나 선택을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217 책에서 많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개성 넘치는 아이들의 교육 제도, 분단국가의 군대 생활, 좁은 땅 위에 아파트 문화 등 같은 공간을 매일 똑같이 드나드는 우리의 뇌는 새로운 생각이 샘솟을 리 없다. "작은 변화 속에서도 적재적소 다양성에 대한 깊은 지식을 줌과 동시에 공감 배양 및 교육에 대해에서 새로운 통찰을 준다" (219)라고 말하고 있다. 똑같이 반복된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역지사지, 인지적 공감을 배양하는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지만 편한 장소에서 앉아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 예체능 활동,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체험. 누구나 할 수 있는 재난, 응급 대피 훈련, 명절 노동 풍경에 대한 이야기 역할 바꿔보기. 가까운 동네 도서관 가보기. 등 많은 활동들이 있었기에 응급차 지날 갈 때 길 터주는 시민의식. 일빈 시민들의 응급 처치. 자연재해 차분한 훈련된 대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경찰에 도움 요청등 성숙함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 나아가 외부적으로 활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내부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사소한 것부터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 나가도록 많은 것들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경험해 나가자
책 무척 재밌고 유익하게 다 읽었습니다. 중간에 예시로 저자 장대익 교수님이 나오는 점이랑 한국 사회의 특징에 대해서 분석한 점이 있어서 좋았어요. 이제 밀린 질문에 답을 하면서 주변에 이 책 추천 널리 널리 알릴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공감의 반경>에서 돋보이는 점이 일반적 논의에서 구체적 논의로, 특히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완독했습니다. 끝부분에 등장하는 VR 이야기 흥미로웠어요. "얼마나 실감 나는 VR인지는 공감력 향상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260쪽) 저 역시 슬픈 동영상을 보고 펑펑 눈물을 쏟은 뒤 바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은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선 20세기 초반까지 공개처형이 이뤄졌는데 사형수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은 대중의 눈요깃거리였다고 하지요. 대중은 사형 장면을 보고 사형수의 처지에 공감해 울고 불쌍하게 여기기도 하고 그랬겠죠.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차례 사형수를 기다리고. 인지가 결여된 무조건적인 공감에 대해 책 읽는 내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이면 종료, 유익한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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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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