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② 『공감의 반경』

D-29
3. 적당한 예시인지 모르겠지만, 층간 소음도 비슷한 느낌인데요. 서로 얼굴을 모를 때는 소음의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상대를 점점 더 '악'의 얼굴로 상상하게 되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그 짜증이나 화가 풀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일례로 저도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윗집에 사는 꼬마들이 항상 방방방 뛰어다녔는데, 그 소음이 꽤 웅장했어요. 그 집에 올라가서 말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윗집에 살고 계신 노부부가 먼저 내려와 저희에게 이유를 설명하시더라고요. 손자 손녀가 가끔 한 번씩 이렇게 놀러 오는데, 통제가 잘 안 돼서 정말 미안하다고, 이전에도 이런 일 때문에 이웃 간에 다툼이 많았다고. 근데 막상 이유를 듣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나니까 저도 그렇고 가족들도 화가 누그러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방방 뛰는 소리가 나도 저렇게 놀다 집에 가겠지 싶어 그냥 그런가 보다 싶더라고요. 소음을 내는 상대와 이유를 알고 나니 실제로 그 소음이 그렇게 거슬리지도 않았고요. 누군가와 싸울 때도 온라인으로 싸우는 것보다 오프라인으로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화가 누그러진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좋은 방법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접촉 또한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고요. 온라인의 세상과 오프라인의 세상은 때로 너무나 딴 세상 같아 이질감이 생길 때가 많거든요(그믐은 제외입니다. 저는 그믐밤 오프라인 참석할 때도 정말 좋았거든요). 다만 책에서 말했던 것처럼, 무작정 접촉한다고 해서 외집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거나 다정함이 샘솟는 것 같지는 않고요. 언급한 네 가지 조건(동등한 지위, 친밀하고 다양한 접촉, 상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단 간 협력, 관습과 규제, 법이 허용한 접촉)이 있어야 그나마(?) 편견이 옅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조금 예외 같기도 해요. "비대면 수업이 기본값이 된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굳이 학교에 가야 한다면 그 이유는 우정 때문이어야 할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그 나이 때에만 경험할 수 있는 또래 문화(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가 있긴 하니까요. 무작정 친해지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간군상(?)을 경험해 보는 건 관계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긴 하거든요. 험난한 사회생활에 발을 디디기 전, 축소판을 경험해 보는 느낌이랄까요.
4.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글쓰기를 통해 친해진 친구가 한 명 있는데요. 그 친구의 뇌구조가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의 뇌구조와 비슷합니다. 어릴 때부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해 어머님과 누나가 그걸 바로잡아주느라 고생을 꽤 많이 하셨대요. 지금은 많이 사회화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를테면 그분은 길을 걸을 때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돌덩이와 다를 바 없이 여겨진대요(이 표현이 굉장히 낯설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럼 이분에게는 정서적 공감이 아닌, 인지적 공감으로 다가가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겠다 싶었고, 그분 또한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훈련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저도 처음에는 '사이코 패스'라는 어감이 주는 낯섦 때문에 친해지면서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요(자꾸 '추격자'라는 영화가 떠오르고 막...). 거의 반년 가까이 이분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느낀 건, 본인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노력하는 사람 같다는 것이었어요. 스스로가 공감력이 뛰어나다 외쳐대는 사람보다 자신에게 그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융화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직업이 개발자라 정서적 공감력이 없어도 크게 무리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출퇴근도 자유롭고, 재택근무가 많다고 하셨는데, 일할 때는 집에 온통 암막 커튼을 내리고 철저하게 일에만 몰두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분 같았습니다.
그리고 편집자님, 책에 오타가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이 초판 1쇄 발행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213쪽에 《84년생 김지영》이라고 되어있는데, 《82년생 김지영》으로 알고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권. 조남주 장편소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일한 방송 작가답게 서민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사실적이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제보 감사합니다! 다음 쇄에 수정이 되어 있습니다. 너무 부끄러운 오탈자여서 죄송합니다..
아, 저도 이거 표시해놨는데. 그런데 당연히 이미 누군가 신고했을 거라 여겼습니다. ^^
헉 신기하네요. 완전 <아몬드> 실사판...!
하하,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어제도 이분과 독서모임을 하고 왔는데, 그분의 생각들이 너무나 흥미로워요. 듣고 있으면 막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보편적인 생각 구조와 달라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 같았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 궁금해지는 분, 앞으로가 더더 기대되는 분이에요:)
2. 252페이지를 보면 <한국의 사회 갈등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 결과가 나오는데 한국의 사회 갈등 지수가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고 나오잖아요. 이런 결과가 참 신기하긴 합니다. 한국인들은 여타 다른 나라 대비, 서로 굉장히 비슷하잖아요. 일단은 하나의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생김새도 비슷비슷, 교육 수준, 정서적 합일도 굉장히 비슷한데 왜 이렇게 갈등 지수가 높을까요? 일종의 자기혐오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비슷하니 오히려 비교가 너무 쉬워서 그렇게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한 결과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획일적으로 다 똑같으니 갈등이 없어야 될 것 같은데 오히려 갈등이 심하다고 하니 왜 이럴까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이민 갔다 돌아온 경험이 있어서 한국의 장점에 대해서도 많이 느낍니다. 한국인은 대부분 부지런하고 기본적인 교육 수준이 다들 높아요. 표준분포를 벗어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누굴 처음 만나도 기본적인 신뢰감이 담보됩니다. 과거의 빠른 경제성장을 목격해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다들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
모두가 똑같은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니까 세상을 제로섬으로 인식하는 게 원인이 아닐까 해요. 네가 파이를 먹으면 나의 파이가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것. 사실은 세상의 목표라는 게 한정된 파이가 아닐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3부 1. 저는 소설가니까 문학 교육을 제안할게요. 특히 고전 문학을요. 사실 고전 문학은 이미 그런 교육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도저히 공감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에게 인지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공감을 하게 되는 경험을 만들어주지요. 괴상한 논리에 빠진 도끼살인마(‘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라든가, 묻지마 총격 살인범(‘이방인’의 뫼르소), 자기 딸과 육체관계를 맺는 소아성애자(‘롤리타’의 험버트 험버트)의 내면과 고통을 수많은 독자들이 공감했습니다.
완전 동의합니다. ‘소설 읽기’라는 행위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계속해서 감탄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간 거의 비문학 중심의 독서였는데요 최근에 ‘소설 읽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학-비문학의 균형을 엄청 신경쓰고 있습니다!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일에서 비문학에 밀리면 자존심 상하니까 문학인으로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
3부 2. 한국인, 한국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꼽으라면 역동성을 말하고 싶네요. 역동적이니까, 그만큼 가능성도 있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고 기민한 것 같습니다. 자기 발전 욕구들도 강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려는 의지(그게 언제나 좋은 건 아니겠지만)도 큰 듯합니다. 좋은 비전을 만나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다양성 증진이나 집단주의 탈피 같은 문제에 있어서도요.
3부 3. 제 경험칙으로는 맞는 이야기이고, 그럴듯한 설명도 제시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떤 집단이 집단적 특징을 지닐 수는 있지만, 그런 특징은 늘 관념이고, 그 관념에 딱 들어맞는 구체적인 개인은 아무도 없지요. 그래서 구체적인 개인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다 보면 그 관념이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멀리서 자주 보면 자기 눈에 보이는 걸 취사선택을 하면서 관념을 강화할 수 있겠지만, 취사선택하지 못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보면 개인들이 가진 구체성들이 보이지 않을까요? (연구도, 검증도 별로 안 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다문화 시대에 여러 나라에서 빨리 연구해야 할 주제인 거 같은데요...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간 난민 400여 명을 데려와서 함께 1년 동안 산 울산의 사례가 연구용으로 아주 적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련 도서를 책장에 꽂습니다. 김영화 기자의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입니다. 추천하는 책입니다.)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2021년 8월 ‘미라클 작전’으로 카불에서 구출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총 391명) 중 울산에 정착한 157명과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이야기.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아프간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한국 기관과 바그람 한국병원 등에서 일한 현지 협력자들로, 탈레반에게 부역자로 처단될 위험을 피해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이다.
1.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도 소설 읽기의 장기적 효과에 관해서 논하며 공감 능력의 확장과 사색 능력의 계발을 꼽았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인간의 모든 삶이 다 들어 있다고 추천하곤 하는데 우리에게는 두꺼운 장편소설, 대하소설을 읽을 시간적, 인지적, 감정적 여유가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대개의 고전들도 쉽지 않은 분량의 장편인데 그믐 같은 독서 모임을 통해 서로 독려하며 함께 읽는 움직임이 많이 필요 할 것 같아요. 2. 사회학자 김창환 교수의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한국 사회는 우리 통념과 달리 서구보다 계급 양극화가 심하지 않고 계급 이동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가 계층 상승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요(https://sovidence.tistory.com/1027).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어떤 비전, 어떤 가치를 갖느냐에 따라 그 역동성의 발화가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달라질 것 같습니다. 3. 일화적 사례 연구에서는 그럴듯 하지만 통제된 대규모 통계 연구로 어떻게 접촉 가설을 검증할 것인지 연구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더불어 연구가 원래 밀접한 접촉이 편견을 줄였는지, 아니면 원래 편견이 별로 없어서 접촉을 그다지 꺼리지 않았는지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1. 소설가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예요. 저도 잘 써먹고 있고... 소설가 아닌 분들도 소설의 유용성(?)으로 이런 말씀 많이 하시죠. 제가 읽은 것 중 가장 치밀하고 감동적인 버전은 스티븐 핑커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한 이야기였습니다. 핑커는 무려 근대 유럽의 인본주의 혁명의 배경 중 하나로 그 직전 유행했던 서간체 소설의 유행을 제시합니다. 2. 관념에 함몰되지 않은 연구자들은 사회학에서건 경제학에서건 많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기사도 많이 나왔고요. 한국 불평등은 세계적인 기준에서 양호한 편이에요. 그런데 대중의 인식은 매우 다르죠. 제 생각에는 한국에서 현실과 인식이 다른 가장 큰 두 가지 사례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20대 청년이 자살을 많이 한다는 통념인데, 실제로 한국의 엄청나게 높은 자살률은 엄청나게 높은 고령층 자살 때문입니다. 한국 청년층 자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별로 높지 않습니다. 청년층 사망 원인 중 자살이 1위인 것은 다른 이유로는 죽지 않는 선진국이라는 의미이고요. (다행히 노령연금 지급 이후 고령층 자살이 많이 줄었는데 저는 정말 사람 목숨을 구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책의 효과를 목격하고 나니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되겠더군요.) 이 주제로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최병천 소장의 『좋은 불평등』이었습니다. 한국 불평등이 언제 심화됐고 언제 완화됐는지, 불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통념과 매우 다른 분석을 제시하는데, 설득력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3. 그렇겠지요? 그런데 다른 사회과학 현장 연구에 비해서 더 난도가 높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면 상대적으로 분석하기 쉬운 현장 아닐까 싶은데 제가 그런 연구방법론에 대해서는 무지하네요. 정밀한 연구가 어렵다면 언론이나 논픽션 저자들이 오래도록 울산을 살펴보며 르포를 써주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프로스펙트 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사상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지식인’에 빛나는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스티븐 핑커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폭력을 둘러싼 통념들’에 도전한다.
좋은 불평등 -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일반시민을 위한 한국경제 불평등 교과서’를 목표로 집필된 책이다. ‘시민을 위한 불평등 교과서’를 목표로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책 결정권자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바로 역지사지 능력이다. 잘 놀수록 인지 공감력은 커진다. 만일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 경쟁이 평범한 학생들의 노는 시간을 빼앗는다면(빼앗아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공감력이 부족한 아이들로 채워질 것이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p.203, 장대익 지음
즉 고난이 많은 집단일수록 엄격한 규범을 만들고 따르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집단일수록 느슨한 규범을 가진 사회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창의적 사회일수록 느슨한 규범이 지배한다. 일단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극심한 고난이 우리 사회의 획일성을 설명한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이 획일성은 우리 사회의 도약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p.214, 장대익 지음
실제로 우리 사회는 얼마나 경쟁적인가? 아니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쟁적이라고 자각하는가? 왜 그렇게 자각하는가?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p.248, 장대익 지음
다시 말해 내 주변이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감지하면 '아이를 낳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성장해 경쟁력을 길러야겠다'는 판단 회로가 작동해 출산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고 지각하면 지각할수록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는가'다. 객관적 환경이 어떠한가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자각하는가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결국 지각을 통해 적응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니까. 인구 밀도가 높으면, 다시 말해서 사용 가능한 바람직한 자원에 대비해 경쟁자 수 혹은 인구 크기가 늘었다고 자각하면 진화를 거쳐 형성된 인간 심리의 반응 체계가 작동한다. 경쟁이 심하다고 자각하는 순간 사회적 공격성과 공격의 욕구가 증가하며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목표와 가치가 획일화되기 시작한다. 즉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점점 일원화된다. 가령 이른바 '스카이 대학에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따기구나'라고 경쟁 지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경쟁을 포기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기보다는 그 목표를 위해 더 매진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헬조선'으로 가는 길이다.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p.248-249, 장대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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