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도스토예프스키 전작품을 읽는 모임인가요? 무시무시한 모임이군요!
만일 소설의 기법이라는 것이 살아서 우리 가운데 있다면, 분명 우리에게 자기를 사랑하고 영예롭게 할 뿐 아니라 파괴하고 괴롭혀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젊음은 새로워지고 그녀의 주권은 확립될 것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p.60-6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웰스, 베넷, 골즈워디, 하디, 콘래드... 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점이 비판 대상인지 잘 이해가 안 되네요. ^^;
저도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쉽더라고요.
이 부분은 〈베넷 씨와 브라운 부인〉에서 다소 해소가 될 것 같네요.
물론 제가 유물론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그의 인물들은 풍부하게, 심지어 놀랍도록 생생하게 살아가지만, 그들이 어떻게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이 질문에 명확히 답을 제시한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가, 답을 제시하는 소설이라면, 그게 좋은 소설일까? 라는 의문이.
웰스 씨에 대해서는, ... 넘쳐 나는 사상과 사실들 때문에 자신이 창조한 인간 존재들의 치졸함과 조잡함을 깨닫지 못하거나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웰스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해서) 치졸하고 조잡한 인간이라면 내가 읽어본 작품 중에서는 어떤 예가 있을까 생각해보는데 잘 떠오르지가 않네요.
우리 요구가 까다롭다는 것은 인정한다.
'우리'? 갑자기? 울프와 내가 우리? 독자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는 작가의 기술?
물론 그런 의도도 있겠지만, 영어권에서는 'I'를 쓰면 너무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느껴진다고, 객관적인 표현을 위해 'we'를 쓰는 관례가 있더라구요. 특히 논문, 에세이, 학술적인 글 등 많은 글에서 그렇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다 읽은 소설을 한숨 ㅜ시며 내려놓을 때 가장 끈질기게 떠오르는 질문은 <도대체 이럴 만한 가치가 있나?>, <요컨대 뭐가 어쨌다는 건가?> 하는 것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만약 내가 작가인데 독자가 내 책을 읽고 이런 말을 하면 엄청나게 상처받을 것 같아요.ㅋㅋ
작가가 애타게 찾은 '삶'이란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이 새롭게 떠오르는.
울프는 그것을 "본질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삶이라 부르든 정신이라 부르든 진실 혹은 리얼리티라 부르든 간에, 이것은, 이 본질적인 것"(p.52)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고, 그것을 찾으려는 (계속 실패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죠.
예시로 든 체호프의 <구세프>는 2024년의 독자인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 너무나도 단편소설 그 자체같은데... 이 책이 쓰인 당시의 감각으로는 다르게 느껴졌나봐요.
영국 소설과 러시아 소설의 비교가 재미있었어요. 마침 지금 <죄와 벌>을 읽고 있어서 더 재밌네요. <죄와 벌>을 다 읽고 나면 영국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 관련 연표를 보니,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에서 ‘World's Classic series'를 출간하기 시작한 시기가 1901년이고, 1912년 경부터 체호프(1860-1904)나 도스토예프스키( 1821-1881) 같은 러시아 문학의 영어 번역본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Gusev는 1918년에 콘스탄스 가넷(Constance Garnett, 1861-1946)이라는 작가의 영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네요. 고전 시대부터 영어권 근대 문학으로 이어지는 흐름만을 알고 있던 영국의 작가나 독자들에게, 다른 언어권의 동시대 문학을 처음 접하게 되는 새로운 기회가 이제 막 시작되던 때였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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