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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서울외계인
서울외계인
[첫째 날] 〈서재에서 보낸 시간〉 (1916)
이 책의 첫 번째 편 〈서재에서 보낸 시간〉은 울프가 34세에 쓴 글입니다.
글 초반에 있는 "진짜 독서가는 본질상 젊기 때문이다."가 저는 이 글의 '펀치라인'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젊은 정신은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독서하는 대상도 달라지는데,
울프가 "독서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주장하는 18~24살의 젊은 시기에는 각종 고전 작품, 즉 "제1급의 정신들"에 대해 탐닉하고,
"젊음이 지나"감에 따라 "우리 자신의 세대가 생각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훨씬 더 너그러운 호기심"이 생겨납니다. 그것은 "위대한 작가들이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또 다른 취향을, 그다지 고급은 아닐지라도 분명 즐거운 취향, 곧 나쁜 책들에 대한 취향"을 갖는 것에 이르죠. ("나쁜 책들"이라는 표현이 참 재밌네요.)
이렇게 "새로운 책들을 탐사함으로써 더욱 날카로워진 눈으로 옛 작가들을 대할 수" 있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젊은 날의 우리"는 알지 못했던 고전 중의 고전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알게 되죠.
간단히 말해,
'고전 독서 → 동시대 작품 독서 → 고전 중의 고전 독서'의 단계를 거쳐 "우리의 모든 즐거움 중" 최상인 "위대한 예술가들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구조가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yoonshun
문득 궁금해서 영국 의회 홈페이지의 자료를 찾아보니 영국에서 1901년 출생인구의 기대 수명은 남성 45세, 여성 49세 정도였다고 합니다. (1951년에는 남성 66세, 여성 70세까지 늘었다고 하지만) 1882년생인 버지니아 울프 세대에 서른 넷은 이미 생애의 후반을 향해 가는 느낌이었을 것 같기도 하네요. 😱
서울외계인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참 터무니 없이 인생이 짧았네요.
짧은 인생에 읽고 써야 할 것은 울프에게 참 많았겠어요.
poiein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눌할망정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이들에게 관대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서재에서 보낸 시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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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in
책과 함께 늙어갈수록 세상의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책읽는 나에겐 엄격해지고 책을 내놓은 작가에겐 자꾸 너그러워져요:)
poiein
“ 우리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경험의 순간에 그렇듯이 우리의 모든 기능이 그 순간에 집중되며, 그들의 손으로부터 우리 위에 일종의 축성과도 같은 것이 내려온다. 우리는 그것을 더욱 선명히 느끼고 더욱 깊이 이해하며 삶에 돌린다. ”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서재에서 보낸 시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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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in
울프의 저 문장들에 속하는 작품을 만나면 사는 일이 살만해지곤 했지요, 잠시잠깐이어도 말예요. 음. 대체로 소설이 그랬습니다,
다시
참여하고 싶습니다. 좋은 책으로 기회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외계인
반갑습니다, @다시 님. 자주 뵙겠습니다.
서울외계인
반갑습니다, @다시 님. 자주 뵙겠습니다.
서울외계인
우리의 모든 즐거움 중에 위대한 예술가들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단연 최상의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그 이상은 알 수 없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2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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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눌할망정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이들에게 관대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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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이미 엄청나게 많은 책이 있으며, 요즘은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말도 자주 들려온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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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이 문장만 읽으면 요즘에 쓴 글 같아요. 적어도 출판계에서만큼은 버지니아 울프의 현재와 우리의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벨에포크같은 과거에 대한 선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어느 시대에나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었던 것 아니었나 싶기도 하거든요. 조선 후기 범람했던 소설을 생각해보면요.
소금
어쨌든 서점 판매대를 뒤덮은 대에세이의 시대를 조금은 고깝게 바라보던 저에게 부끄러움을 준 문장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한 관대한 마음 없이는 나의 성장도 없다는 것을.
소금
어쨌든 서점 판매대를 뒤덮은 대에세이의 시대를 조금은 고깝게 바라보던 저에게 부끄러움을 준 문장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한 관대한 마음 없이는 나의 성장도 없다는 것을.
서울외계인
@소금 님도 "대에세이의 시대"를 고깝게 보셨군요. 저도 그 책들의 생명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곤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확실히 기준이 느슨해지긴 하는 것 같지만, 그 많은 에세이들 중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고전에 손이 가는 것도 같구요.
해숲
“ 세월 그 자체에는 나름대로의 연금술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이것만은 사실이다. 고전들은 아무리 자주 읽어도 그 장점이 전혀 줄어들지 않으며 무의미한 말잔치가 되지도 않는다. 그것들은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다. ”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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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계인
"완벽", "완성" 참 쓰기 쉽지 않은 말인데, 과감함이 느껴지는 문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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