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버지니아 울프가 스무살 무렵 고전학 연구자 재닛 케이스(Janet Elizabeth Case, 1863–1937)에게 그리스어와 고전 드라마를 배웠다는 이력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케이스는 케임브리지에서 해마다 열리던 그리스 고전극 상연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배역을 맡아 무대에 섰던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고전문학에 관한 지식 뿐 아니라 여성인권 옹호활동에 이르기까지 버지니아 울프는 스승인 케이스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얻은 듯합니다.
운 좋게도, 좋은 선생님이 있었군요.
불멸의 작가들이 생각했던 바를 알고자 하던 해묵은 갈증은 어느새 우리 자신의 세대가 생각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훨씬 더 너그러운 호기심으로 바뀌어 있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1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노래도 영화도 그리고 책도 1급 작품만 듣고 보고 읽으려고 했던 때가 있어서 그런지 이 문장이 와닿습니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꼼꼼히 듣고 보고 읽지는 못했지만요. 지금에 와서는 그런 강박에서는 벗어나 우리 시대의 작품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집에 몇안되는 고전에는 먼지가 쌓인듯한 기분이 드네요.
저는 요즘 나오는 소설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이 힘들어 거의 안 보는 것 같습니다. @김민우 님께서 읽으신 요즘 책들 중에서 좋았던 것 추천해주시면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에 생명이 있는 한, 그것들은 어떤 알 수 없는 심연에 그물을 던져 새로운 형태를 낚아챌 터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낯선 선물들을 이해심 있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따라 상상력을 투척해야만 한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반갑습니다! 좋은 모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해요. 천천히 읽으며 밑줄친 문장이 참 많았는데, 다들 이미 올려 주셨네요. ㅎㅎ 동시대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장인데,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저도 그동안은 우리 시대 작품들을 그저 오락이나 값싼 공감 정도의 "나쁜 책" 취급 한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동시대 작품들에 그 "상상력을 투척"하는데 인색했던 것 같아요. 좀 더 너그러워져 보려구요.
본문에서 ‘누군가 스무살에 읽은 책’으로 예를 들었던 작품의 발표시기와 저자의 생몰연대를 찾아 적어보았습니다. 1. “Rhoda Fleming.”(1865) By George Meredith (1828-1909) 2. “The Shaving of Shagpat.” (1856) By George Meredith (1828-1909) 3. “Tom Jones.” (1749) By Henry Fielding (1707-1754) 4. “The Laodicean.” (1880-81) By Thomas Hardy (1840-1928) 5. “Dewey’s Psychology.” (1887) By John Dewey (1859-1952) 6. “The Book of Job.” 7. “Webbe’s Discourse of Poesie.” (Discourse of English Poetrie, 1586) By William Webbe (1568-1591) 8. “The Duchess of Malfi.” (1612-3) By John Webster (1578-1632) 9. “The Revenger’s Tragedy.”(1607) By Thomas Middleton (1580-1627)
영어권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이유죠.
본문에 언급되는 작가와 작품, 관련 시대의 연도를 (순서없이) 메모했습니다. 1910년대의 맥락에서 ‘동시대’ 작가들과 ‘고전’ 작가들의 시간적 감각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듯 합니다. Elizabethan literature (1558-1603) Robert Browning (1812-1889) Percy Bysshe Shelley (1792-1822) Edmund Spenser (1552/3-1599) William Congreve (1670-1729) Thomas Love Peacock (1785-1866) Jane Austen (1775-1817) Henrik Johan Ibsen (1828-1906) Bernard Shaw (1856-1950) Greeks against the modern, romance against realism, Racine against Shakespeare, (Jean Racine, 1639-1699) (William Shakespeare, c.1564-1616) Sir Thomas Browne (1605-1682) Voltaire (1694-1778) Henry James (1843-1916) Thomas Carlyle (1795-1881) Alfred Tennyson (1809-1892) John Ruskin (1819-1900) John Milton (1608-1674) Comus (1634) By John Milton Lycidas (1637) By John Milton Urn Burial (1658) By Sir Thomas Browne Anthony and Cleopatra (1607) by Shakespeare
어휴, 정리 고맙습니다.
“그 주위에는 어떤 연상의 구름도 무관한 생각들을 쑤석이지 않는다. 우리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경험의 순간에 그렇듯이 우리의 모든 기능이 그 순간에 집중되며, 그들의 손으로부터 우리 위에 일종의 축성과도 같은 것이 내려온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22-23p,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저는 이 문장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이렇게 이해했어요. '연이어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그것에 관련된 생각만 떠오른다. 중요한 경험의 순간에는 주변은 사라지고 그것만 보이듯이 집중되고...'
원문을 붙여봅니다. No cloud of suggestions hangs about them teasing us with a multitude of irrelevant ideas. But all our facilities are summoned to the task, as in the great moments of our own experience; and some consecration descends upon us from their hands which we return to life, feeling it more keenly and understanding it more deeply than before.
재미삼아 ChatGPT로 번역해봤습니다. "물음표로 가득한 구름 같은 제안들이 우리를 불필요한 생각들로 괴롭히지 않는다. 오히려, 마치 우리 경험의 중요한 순간들처럼 모든 감각이 그 일에 집중된다. 그들의 손에서 우리에게 내려오는 어떤 신성함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우리는 그것을 삶으로 되돌려 주며, 전보다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깊이 이해하게 된다."
@소금 앞의 문장 '고전들은 아무리 자주 읽어도그 장점이 전혀 줄어들지 않으며 무의미한 말잔치가 되지도 않는다'로 미루어 '그'는 고전들로 여겨집니다. 하여 앞의 문장의 부연부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고전들은 핵심을 벗어난 잡생각이 들게끔 독자를 들쑤시지 않고, 우리가 가장 중요한 경험을 하듯 집중하게 하며, 고전에 손이 있다면 그것들이 우리에게, 마치 신부님처럼 축성을 해준다로 이해했습니다. 고전 독서에 대한 탁월한 찬사다 싶어서 문장으로 뽑아 봤습니다.
이 격랑을 지켜보는 것, 우리 시대의 사상 및 비전과 드잡이하는 것, 그중 우리에게 소용될 것을 포착하는 것, 무가치하게 생각되는 것을 없애 버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눌할망정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이들에게 관대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2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퍼블리시'의 중요성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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