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

D-29
모든 순간이 중심이며, 지금껏 표현되지 않은 막대한 지각들이 마주치는 장소이다. 삶은 항상, 그리고 불가피하게,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풍부하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12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저녁 늦게 돌아오는 일정이라 오늘도 밀리로...) <<에세이즘>>을 사서 좀 읽다가 말았더랬는데 오늘치 글을 다시 꼼꼼히 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는 그들에게 너그럽게 해주던 서비스를 우리에게는 베풀지 않는다"에서의 "서비스"처럼 번역되지 않은(?)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거슬려요;
“…Many reasons might be given, but here let us select only one, and that is the failure of poetry to serve us as it has served so many generations of our fathers. Poetry is not lending her services to us nearly as freely as she did to them. The great channel of expression which has carried away so much energy, so much genius, seems to have narrowed itself or to have turned aside.” (“Selected Essays”, p.74) 앞뒤 맥락을 덧붙여 말씀하신 내용의 원문을 첨부해 봅니다. 시와 문학을 논의하는 흐름에서 한글로 ‘서비스’라니 그야말로 거슬리는 표현이네요.ㅠ 앞 문장의 동사 serve에 이어 나오는 말이기도 하고, ‘도움’ ‘역할’ ‘활약’?... 같은 번역어들을 활용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세상에, 저도 저 표현이 거슬려서 잠깐 눈쌀을 찌푸렸어요.
고심한 것 같은 번역어가 많이 보였는데, 이 '서비스'는 왜 그랬을까 싶네요. 예전에는 '봉사'라고 많이 번역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대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해 주는 것, 아니 짐작이라도 해보는 것이 비평가의 의무가 아닐까?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마음으로 무릎을 탁 친 부분. 정말로요, 어떤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든 싫어서든 그 책에 관해서 수다를 떨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해도 비평 한 줄 나오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란...
인터넷서점의 '20자평' 같은 리뷰(?)밖에 의지할 게 없을 때 참 답답하죠. 별점조차 없을 때는 참...
우리 모두 삶과 썩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좀처럼 얻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들, 불편한 각도에 서서 모든 것을 다소 삐딱하게 바라보며 좌절하고 불평하는 이들 말이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갑자기 왜 때리시는...
@소금 님도 맞으셨나요? 저는 그냥 안 맞았는데 아픈 거라고 생각하려구요.
엘리자베스 시대 극작가들이 배경을 외국 어딘가로 설정하고 남녀 주인공들을 왕자와 왕녀로 만든 것은 극히 얇은 베일을 사이에 두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간 데 불과하다. 그것은 인물들에 깊이와 거리를 부여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장치였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요즘 범람하는 웹소설, 특히 로판이나 회귀물, 빙의물같은 장르가 떠올랐어요. 사실 이 장르를 적극적으로 읽어보지 않아서 왜 인기가 많을까라는 궁금함만 있었는데 이런 이유에서일까요?
현실도피를 통한 몰입 장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나 웹툰을 보면 '리얼리즘'이라는 용어가 무색할 정도로 초능력, 타임슬립, 아포칼립스 등의 환상적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더군요.
[여섯째 날] 〈서평 쓰기〉 (1939) 이 글은 서평을 어떻게 쓰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서평가의 직무가 갖는 가치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문학 서평에 한정). 19세기말에 이르러 큰 변화가 있었으니, "서평은 더 신속하고 짧아졌을 뿐 아니라 수적으로 엄청나게 급증"했습니다. 이제 너무 많은 서평으로 인해 "그 작품에 대한 '의견' 같은 것"은 없어져버렸습니다. 살 책을 결정하도록 독자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서평이 해왔지만 이제 그 역할도 못 합니다. 울프는 이전까지의, "개인적 의견의 표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서평을 새로운 "두려움 없고 사심 없는 토론"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합니다. 그것이 문학, 작가, 대중에게 새로운 영향과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 한 시간만이라도 키츠와 더불어 시에 대해, 제인 오스틴과 더불어 소설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누군들 가문의 보물인 찻주전자라도 저당 잡히지 않겠는가?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서평 쓰기,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조이스의 첫 책 『체임버 뮤직』 북토크에서 그가 30번째 시를 낭송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아래는 30번째 시의 전문입니다. 지나간 옛날에 사랑이 우리에게 왔지, 한 사람은 황혼 무렵 수줍어하며 장난치고 한 사람은 두려워하며 가까이 서 있었지- 사랑은 처음엔 다 두려우니까. 우리는 무덤 속 연인이었지. 사랑은 이제 과거의 것, 수없이 즐거웠던 사랑의 시간들 • 이제 마지막 순간 우리가 살아갈 길을 맞이하자.
제임스 조이스 시집 : 체임버 뮤직 - 수동 타자기 조판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6권. <체임버 뮤직>(Chamber Music, 실내악)은 제임스 조이스가 최초로 출간한 책이다. 1907년 그의 나이 25세에 낸 이 작은 시집은 국내에서는 단행본으로 아티초크가 최초로 출간하였다.
조이스의 이런 책이 있었군요. 스물다섯 살에 쓴 첫 번째 시집이라니... 그때의 조이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전 같으면 6편의 서평을 받았을 작품에 대해 60편의 서평을 받게 되면, 도대체 그 작품에 대한 〈의견〉 같은 것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pp.128-12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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