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최양선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거북별85 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3페이지 읽고 있어요. 특별한 삶이 아닌 편안한 일상을 원했다는 영선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되고 슬펐어요. 저는 더위는 별로 안 타서 에어컨은 필요 없었는데, ^^ 웃풍이 심한 낡은 집이 겨울에 너무 추워서 지긋지긋했네요. 버스비와 생리대 값도 부담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어요. 가난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그 결핍이 저라는 사람의 8,90퍼센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시 빈민"이 저의 정체성이에요. 가난은 그냥 "고기를 많이 못 먹는다" 는 단순한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은 것을 파괴하지요. 영선은 부모님이 좋으신 분들이고 동생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저도 가난하긴 했지만 가족관계는 나쁘지 않아서 그 시절을 그나마 버틸 수 있었거든요. 여러가지로 영선을 보면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요. 카누도, 젓가락으로 커피를 젓는 것도,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딸기잼만 빼고요 ^^
@고쿠라29 코쿠라29님은 단 것은 좋아하지 않으신가봐요. 전 어릴 때는 단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단걸 자주 먹습니다. ^^; 저도 청소년기 때부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겉으로는 티는 안냈지만) 내면으로만 파고들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던 같아요. 어찌보면 영선은 저와 많이 닮은 면이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8장 19장 ‘영선은 꿈틀거리고 있는 지금의 감정을 더듬어보았다. 불안이었다.’ ‘영선이 마주한 것은 어둠과 바람뿐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터운 절망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가 한강을 바라봤다. 출렁이는 거대한 물의 표면을 주시했다. 물은 흐르고 꿈틀거리며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물의 생명체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도시의 빛이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한강이 아른거립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왕숙천과 가까이 있어요. 천변길은 제 산책길이기도 합니다. 길을 따라 한 시간여를 걸으면 한강을 마주 할 수 있습니다. 강 건너로는 강동구와 미사지구의 아파트들이 즐비해요. 가까이서 본 한강의 첫 인상은 두려움이었어요. 흐르는 강물은 꿈틀거리는 거대한 생명체 같았어요. 물이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죠. 이 글을 쓰면서 매일 그곳을 갔던 것 같아요. 요즘보다 추운 겨울이었죠. 이 부분의 영선의 마음은, 그때의 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휴씨의 시간은 어떻게 세상의 속도와 다르게 흐를 수 있는 건가.’ 저는 어린이책을 통해 등단을 했고 이후 청소년 소설을 써왔습니다. 세대주 오영선 뿐만 아니라 다른 책에서도 ‘시간’이 소재로 종종 등장합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일까.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시간에 대한 질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인 것인가…….
작가님의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으며 궁금한 점이 있어 여쭙니다~ 괜찮을까요?? 작가님과 함께 할 시간이 이제 얼마남지 않아 아쉽네요~~~ <지도에 없는 마을>에서 바벨쇼핑센터는 왜 사람에서 물건으로 바뀐것들을 비싼값에 사려고 하고 자작나무 마을의 고물상도 사려는 것일까요?? 왠지 너무 미스테리한 존재들 같습니다(이 질문은 너무 스포일까요??^^;;)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물건이 된 사람들~ 그들로 이루어진 고물상, 좀 괴이하면서도 환상적이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소설 시작 부분에 새로운 유토피아 자작나무섬이 건설사 부도와 중단으로 사람들이 섬에 투자했다 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설정, 쓰러져가는 바벨탑 같은 고물상에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혹시 요즘의 모습과 맞아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가님의 '시간'의 개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작가님께서 예전에 청소년 소설을 쓰셨다고 하니 <세대주 오영선>이 좀 무거운 주제임에도 읽기 쉽고 빠져들기 쉬운지 알거 같았어요~ 맛도 좋은데 소화도 되기 쉽게 잘 조리된 정갈하고 따뜻한 한식 한상을 대접 받은 느낌이었답니다~^^ 그리고 영선과 휴카페도 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구요~ 소설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4dx극장도 넘볼 수 없는 푹 빠져서 매몰되어 읽는 순간인 것 같거든요~ 작가님의 소중한 시간들이 이곳에서도 있기를 바랍니다~ 또 질문 폭탄도 이해바랍니다~^^
@거북별85 정갈하고 따뜻한 한식 한상이라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간 이라는 말을 공중에 던지면 움직임 이란 말로 내려앉는 것 같아요. 가만히 앉아 있지만 제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거든요. ㅎㅎ 시간이 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 시간은 정말이지, 보잘 것 없는 듯 하지만 말이죠.
(18 19장) 영선이 불안해 하는 감정에 많이 공감갔어요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원하지 않는 현실에 놓일까봐 세상밖으로 밀려날까봐~ 아무리 달려도 끝은 보이디 않고 자신감은 상실되어가고 가는 마음은 많은 사람들이 자주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님이 한강을 묘사한 부분은 정말 살아 있는 생명체같아요 한강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건 일렁거리는 화려한 도시의 빛인거 같아요 한강이 거대한 생명체같아 보이는 건 왠지 제 생각에는 현대에는 한강변의 높은 빌딩들이 부와 욕망의 상징이 되어가서가 아닐까 합니다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소중하게 여겨져요 저의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도 어떻게 해야 더 후회없이 쓸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거북별85 불안이라는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아요. 자산으로부터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것 외에도, 이런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가 봅니다. 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지점이죠. ^^
화제로 지정된 대화
20 21 22장 휴 씨의 살아온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는 장입니다. 휴 씨는 2003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휴 씨는 용인에 있는 5억 아파트를 4억 대출 받아 매수를 했는데요. 집값이 떨어지자, 은행에서는 원금 상환의 압박이 밀려오죠. 휴 씨는 그 당시 영끌을 해서 집을 매수했고 하우스푸어가 되었던 겁니다. 요즘 아파트 가격 하락 기사가 자주 나오는데, 휴 씨에게도 이러한 과거가 있었습니다. 그 일로 휴 씨는 인생의 방향과 가치관이 바뀌게 됩니다. 또 영선 역시 선택을 위한 첫 발을 내딛게 되죠. 영선과 주 대리, 휴카페 사장, 세 명의 부동산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어요. 그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집이라는 곳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건 제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요며칠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고인분들의 명복을 빌며, 내일도 무탈한 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빌어요.
(21~22장) 휴사장님의 사연도 마음이 아팠어요~무리한 아파트대출과 그 이후 집값하락으로 힘든일을 겪는데, 음~ 소설 속의 일만은 아닐거 같아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이럴 때는 자산가치 하락도 힘들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주는 상황이 가장 힘든거 같습니다~ 전 주대리처럼 공격적 투자까지는 힘들지만 부모님의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고 한발한발 내딛는 영선이와 비슷할거 같습니다~ 집은 '의식주' 중 하나로 가장 기본이 되는 필수제이지만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여겨집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미래의 희망을 꿈꾸기도 하는 곳이네요~ 음~ 요며칠 그리고 한동안은 저도 마음이 좀 그러네요~ 예전 세월호와 이번은 왠지 좀더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더이상 이유없이 아픔을 겪는 슬픈 분들없이 모두모두 안녕한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거북별85 네. 그렇죠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주는 상처가, 마음이 아프죠. 저도 영선이 살아가면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에 집중하며 살아가기를 빌게 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23장에서 에필로그까지 ‘그 집이든 아니든 등기 치고 나면 다른 세상이 보일 거예요.’ 23장부터 에필로그 전까지는 영선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선은 집을 장만 했을까요? 영선에게는 분명 투자자의 관점이 있었지만, 오리역 인근의 20평대 아파트 내부를 보며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투자자의 마음이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느 면에서 영선은 그 부분 때문에 그 집을 매수할 마음이 생긴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요……. 무형이든 유형이든, 무엇인가를 소유하거나 마음속에 품는 데는 불안함이 동반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그 생각이 떠올랐어요. ‘시작은 늘, 그런 것이라고, 애써 마음을 내리 누르던’ 영선은 손가락을 움직여 ‘시간이 숫자로 표기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지만 저는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의 공간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행여, 조금이라도 불안감이 들 때 찾게 되는 공간이 있는지요. 이 글의 시간적 배경은 2017년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는 2022년 4월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4월이었죠.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영선의 친구, 희진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가 됩니다. 책 속의 희진은 올해 8월이 전세만기였어요. 지금은 11월입니다. 희진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8월이면 부동산 거래 절벽과 동시에 하락의 말들이 나왔던 시기가 아닌가해요. 7일이면 온라인 작가와의 대화의 시간이 끝이 납니다. 거북별85님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제게 ‘시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저는 움직임이라고 말을 했는데요. 사실 저는 달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믐’이라는 이름이 참 좋았습니다. 보름달을 동경하지만 사라질 듯 아슬아슬한 초승달에게 더 마음이 갑니다. 제게 시간이란 달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물었다 차올랐다를 반복하는 시간이요. 달의 움직임에 따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언제 다시 제게 이런 시간이 주어질 모르니까요. ^^ 아직, 그믐달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지만 미리 인사를 드려볼까 합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빌어요. 진심으로요. 감사합니다.
이 공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29일간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작가님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별 것 아닌 사소한 질문들도 마구마구 여쭤볼 수 있어서 특히요. '세대주 오영선'은 두껍지 않고 책장 넘기는 재미도 있어서 실은 금새 다 읽었어요.. ^^
@고쿠라29 아, 그러셨군요. ^^
오늘은 저의 휴카페도 소개해 보려고요. 저의 휴가페는 신촌의 ‘우드스탁’이라는 술집입니다. 이 곳은 아주 오래된 뮤직바로 헤드폰, 이어폰 없이 생귀로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입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몇 곳 안 남은 거 같아요. 아주 오래된 술집이라 벽에는 “영희,철수 뽀에버 1999.05.08” 같은 낙서들이 켜켜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영희와 철수는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어요. 음악이 너무 커서 대화는 할 수 없고 공간을 가득 채운 음악을 정말 “들어야” 하는 곳이에요. 저는 시끄러운 락음악 속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저의 힐링 공간으로 소개해 봅니다.
고쿠라29님의 휴카페 '우드스탁' 참 멋있네요~ 직장 근처라 한번 들르고 싶네요 이 공간에서 나만의 휴카페를 소개해도 참 좋았겠다 싶습니다~ 학생때 왜 그다지도 프랜차이즈(맥도날드 롯데리아 피자헛등)만 다녔는지 아쉽더라구요~ 무언가 도전 후 실패가 두려워서 검증된 맛만 찾아 다녔나 싶구 그래서 이제라도 찾아야지 하지만 베짱이보다는 개미습성이 남아서인지 잘 안되어 좀 아쉽더라구요~ 과거집에 대한 블로그 읽어보았습니다~ 참 공감이 갔습니다 어릴 때는 집이 참 애증믜 관계로 여겨지던지~하지만 가족들과 몽글몽글한 사랑이 더 강하게 느껴져 소중한 공간이겠지요~ 시간이 흐르면 집은 단순한 주거나 투자의 개념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기억과 그로인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의'나 '식'보다는 저는 더 관심이 많습니다~ 고쿠라29님께서 소개해주신 하재영 작가님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도 같이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책도 같이 읽으면 더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음 그럴 때는 궁합이 맞는 음식들 같습니다~^^ 예쁜 공간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고쿠라29 '시끄러운 락음악 속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 이 문장을 읽다보니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중학교 때 친구의 친구가 속한 밴드가 공연을 한다고 해서 보라매 공원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 친구의 친구가 속한 밴드는 메탈 음악을 하는 밴드였는데,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졸던 기억이 있어요. 잠이 온다는 건 마음이 편안했다는 뜻이겠죠? ㅎ
“세대주 오영선” 을 읽으면서 하재영 작가님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라는 에세이도 자주 생각났어요. 7.5 3.0 이라는 변동하는 숫자들 안에 가둘 수 없는 우리의 슬픔,기쁨,후회,원망과 소망이 집이라는 공간에 담겨 있지요. 가끔은 지나간 시절이랑 집에 대한 기억이 혼재되어 뭐가 뭔지 모르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저도 예전에 저의 과거 집에 관해 짧은 글을 써봤어요. 멋쩍지만 블로그 글 공유합니다. https://www.gmeum.com/blog/39/414 그 동안 다정한 작가님과 자신의 이야기 들려주신 모임의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따사로운 집에서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랄게요.
@고쿠라29 블로그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 아현동은 제게도 조금은 특별한 공간입니다. 아현동에 있던 대학교를 다녔기도 했고 또,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를 쓰기 위해 아현동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 재개발 때문에 빈 집이 늘어선 높은 골목을 올랐던 기억이요. 그 골목에서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한참동안 올려다보았죠..... 하재영 작가님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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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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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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