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최양선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13장) 영선을 감정적으로 타박하는 김과장을 보며 저도 화가 났습니다 자기 후배를 못 넣어서 그러는지 '강약약강'(권위주의적 인물)의 인물인건지!! 세상에 이런 분들 지뢰처럼 종종 숨어있지요~그래도 당당한 영선의 모습에 응원했네요~저도 예전에는 그냥 조용히 숨어버렸던것 같습니다~ ^^;; 주말에 지인분이 좋은 입지의 아파트 분양을 고민하셨다구요?? 저라면 같이 있고 같이 고민해 주신 것만 해도 고마울 것 같습니다 요즘 경기가 하강 중이라 분양가든 매매가든 하락할 가능성이 있겠지요~ 하지만 오랫동안 최고입지라면 어느 순간 하강한 가격보다 더 상승할 것 같습니다!! 결국은 누구나 주대리처럼 말할 수 밖에 없을거 같습니다~ '모든 건 영선씨 스스로 생각하고 정해야 하고요'라고요~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고민과 선택을 반복한다면 결국 다른 고민에서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길거 같습니다~^^
@거북별85 거북별85님, 언제나 글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 지인분께 거북별85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전해 드려야 겠어요. 오랫동안 최고 입지라면 어느 순간 하강한 가격보다 더 상승할 것 같다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4, 15장 영선은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를 하면서 오리역 부근의 20평대 소형 아파트를 눈여겨 보게 되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임장이라고 하죠. 부동산을 사려고 할 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탐방하면서 주변 시세나 인프라 교통 편의시설 학군 등을 직접 알아보는 일을요. 저는 글을 쓰기 위해 실제로 영선이 눈여겨 보았던 아파트를 가 보았어요. 영선의 마음으로 임장을 갔었죠. 30년이 된 아파트 주변의 나무들은 높고 울창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사하죠. 그 분위기를 느끼며 아파트까지 걸었어요.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숨을 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 이 무렵에 그 아파트는 영선이 매수한 가격보다 두 배나 올랐었어요. 조금전 확인을 해 보니 가장 최근 거래된(5월) 가격도 그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영선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을지 생각해 보았어요. 영선도 집값이 하락할까봐 걱정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14,15장) 오리역 부근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영선을 보며 전 좀 안심되더라구요~~ 초반에 영선이 부모님의 죽음과 대출에 대한 트라우마로 집을 사지 않겠다고 동생에게 말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거든요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봐요~ 30년된 아파트라니~ 왠지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세월만큼 나무들이 풍성한 가지나 잎들을 자랑할거 같은 곳으로 상상되네요~ 아파트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우선 실거주가 목적이니까 무리한 대출만 아니라면 동생 영우와 그 곳에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선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지낸 추억이 있으니 그 예쁜 추억을 영우와 잘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영선에 살았을거 같은 아파트에 영선과 영우를 상상하며 저도 나중에 한번 들르고 싶네요~~^^
@거북별85 네. ^^ 영선은 보금자리 대출을 받아서 금리도 조금은 안정적이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다니는 도서관 인근에도 주공 아파트가 있는데 나무들이 우람하죠. 아마, 오래된 아파트의 장점이 아닐까해요. 예전에 '집의 시간들'이라는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요. 둔춘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집과 목소리로 구성이 되어 있는 다큐랍니다. 아파트가 낡아서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우람한 나무로 둘러 싸인 단지를 귀하게 여기고 있었어요. 영선이 사는 아파트 인근도 조용하고 탄천이 가까이 있었서 아늑하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죠. ^^
작가님의 '세대주 오영선'을 빠져 읽으며 다른 책들도 궁금해서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어보았습니다 자작나무 마을과 보담이와 소라가 예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요즘 영선이의 아파트에 빠져 있어서인지 12쪽에서 구진교장이 바라보는 거대한 고물상이 바벨탑처럼 보이더라구요~ 인간의 욕망으로 짓고 있지만 결국 완성되지 못한!! 아침 뉴스에 보니 강원도 레고 랜드 사태가 주변 부동산 건설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 완공이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혹시라도 바벨탑 모양의 자작나무 마을의 고물상 형태로 여러지역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아파트들이 나올까봐 걱정되었습니다~ 최고의 입지라면 하락된 가격이 다시 상승될테지만은 그 기간동안 본인이나 가족들이 상처를 너무 받는 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요즘 우울한 뉴스 가득인데 영선이처럼 힘내볼려구요~~~
@거북별85 아, 맞아요. ^^구진 교장이 바라본 거대한 고물상은 바벨탑을 연상하고 썼어요. 그 당시 그 책이 나왔던 시기가, 아마도 부동산 하락기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 배경을 갖고 썼던 기억이 있네요. 안그래도 지방에 한 건설사가 부도가 나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입주하실 분들의 마음이 무척... 힘든 시기가 올까봐 걱정이 됩니다.
@최양선 작가님. 114 쪽 아래 구절에 나오는 음악은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듣고 싶어요. : ) '도시의 불빛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출렁이는 검은 물의 표면, 지금 영선의 귓가에 흐르는 노래에는 파도 소리가 섞여 있었다. 귓가에 머무는 노래와 밤의 한강 불빛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고쿠라29 아, 노래요. ^^ 특정 노래를 생각하고 쓴 글이 아니라, 제가 상상한 노래랍니다. 대신 그 때 많이 들었던 다른 노래를 소개 할게요. 그 당시 제가 밴드 '설'의 '열기구'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가사 내용은 다르지만 소설 어딘가에 열기구라는 제목을 썼던 기억이 있어요. 이 노래를 추천해 드릴게요. 그 당시 제 귀를 사로잡았던 노래랍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6장 17장 영선과 주대리는 불편한 회식 자리를 빠져 나와 휴카페로 향합니다. 휴 씨는 오래된 건물의 2층에서 거주를 하고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임차인으로요. 그날, 휴 씨는 건물 주인과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자기 이익이 먼저니까요.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자본주의에는 감정이 없다’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비단 부동산 시장에만 적용되는 차가움은 아니겠죠. 따뜻한 감정을 품은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보는 밤입니다.
(16장 17장) '따뜻한 감정을 품은 단단한 사람' 멋지고 와닿는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이 되길 꿈꾸게 되네요~ '자본주의에는 감정이 없다'는 문장도 슬프지만 동감합니다~ 예전에 영선 회사의 김과장 비슷한 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서점을 찾았어요 그 때 어떤 책이 눈에 띄었는데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라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건 기억 안나지만 뛰어난 성과를 이루며 올라가려면 아무래도 감정이 없어져야 하기에 위로 올라갈 수록 공감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많을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자본주의 성격 자체가 경쟁을 정당화하는 체제에다 신자유주의라는 무한경쟁체제에 속해지다 보니 따뜻한 마음조차 가끔 사치인가 싶을때가 있습니다~ㅜㅜ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데 능력좋은 리더 혼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나만이 아닌 다른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함께 할 때 역사적인 분기점들이 있었고 또 새로운 가능성들을 보여주었던거 같습니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공간을, 다시 나아갈 힘을 복돋아주는 휴카페 사장님 같은 분들도 우리를 위해서라도 보호받는 사회였으면 좋겠네요~^^
@거북별85 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3페이지 읽고 있어요. 특별한 삶이 아닌 편안한 일상을 원했다는 영선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되고 슬펐어요. 저는 더위는 별로 안 타서 에어컨은 필요 없었는데, ^^ 웃풍이 심한 낡은 집이 겨울에 너무 추워서 지긋지긋했네요. 버스비와 생리대 값도 부담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어요. 가난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그 결핍이 저라는 사람의 8,90퍼센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시 빈민"이 저의 정체성이에요. 가난은 그냥 "고기를 많이 못 먹는다" 는 단순한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은 것을 파괴하지요. 영선은 부모님이 좋으신 분들이고 동생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저도 가난하긴 했지만 가족관계는 나쁘지 않아서 그 시절을 그나마 버틸 수 있었거든요. 여러가지로 영선을 보면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요. 카누도, 젓가락으로 커피를 젓는 것도,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딸기잼만 빼고요 ^^
@고쿠라29 코쿠라29님은 단 것은 좋아하지 않으신가봐요. 전 어릴 때는 단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단걸 자주 먹습니다. ^^; 저도 청소년기 때부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겉으로는 티는 안냈지만) 내면으로만 파고들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던 같아요. 어찌보면 영선은 저와 많이 닮은 면이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8장 19장 ‘영선은 꿈틀거리고 있는 지금의 감정을 더듬어보았다. 불안이었다.’ ‘영선이 마주한 것은 어둠과 바람뿐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터운 절망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가 한강을 바라봤다. 출렁이는 거대한 물의 표면을 주시했다. 물은 흐르고 꿈틀거리며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물의 생명체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도시의 빛이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한강이 아른거립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왕숙천과 가까이 있어요. 천변길은 제 산책길이기도 합니다. 길을 따라 한 시간여를 걸으면 한강을 마주 할 수 있습니다. 강 건너로는 강동구와 미사지구의 아파트들이 즐비해요. 가까이서 본 한강의 첫 인상은 두려움이었어요. 흐르는 강물은 꿈틀거리는 거대한 생명체 같았어요. 물이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죠. 이 글을 쓰면서 매일 그곳을 갔던 것 같아요. 요즘보다 추운 겨울이었죠. 이 부분의 영선의 마음은, 그때의 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휴씨의 시간은 어떻게 세상의 속도와 다르게 흐를 수 있는 건가.’ 저는 어린이책을 통해 등단을 했고 이후 청소년 소설을 써왔습니다. 세대주 오영선 뿐만 아니라 다른 책에서도 ‘시간’이 소재로 종종 등장합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일까.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시간에 대한 질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인 것인가…….
작가님의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으며 궁금한 점이 있어 여쭙니다~ 괜찮을까요?? 작가님과 함께 할 시간이 이제 얼마남지 않아 아쉽네요~~~ <지도에 없는 마을>에서 바벨쇼핑센터는 왜 사람에서 물건으로 바뀐것들을 비싼값에 사려고 하고 자작나무 마을의 고물상도 사려는 것일까요?? 왠지 너무 미스테리한 존재들 같습니다(이 질문은 너무 스포일까요??^^;;)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물건이 된 사람들~ 그들로 이루어진 고물상, 좀 괴이하면서도 환상적이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소설 시작 부분에 새로운 유토피아 자작나무섬이 건설사 부도와 중단으로 사람들이 섬에 투자했다 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설정, 쓰러져가는 바벨탑 같은 고물상에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혹시 요즘의 모습과 맞아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가님의 '시간'의 개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작가님께서 예전에 청소년 소설을 쓰셨다고 하니 <세대주 오영선>이 좀 무거운 주제임에도 읽기 쉽고 빠져들기 쉬운지 알거 같았어요~ 맛도 좋은데 소화도 되기 쉽게 잘 조리된 정갈하고 따뜻한 한식 한상을 대접 받은 느낌이었답니다~^^ 그리고 영선과 휴카페도 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구요~ 소설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4dx극장도 넘볼 수 없는 푹 빠져서 매몰되어 읽는 순간인 것 같거든요~ 작가님의 소중한 시간들이 이곳에서도 있기를 바랍니다~ 또 질문 폭탄도 이해바랍니다~^^
@거북별85 정갈하고 따뜻한 한식 한상이라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간 이라는 말을 공중에 던지면 움직임 이란 말로 내려앉는 것 같아요. 가만히 앉아 있지만 제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거든요. ㅎㅎ 시간이 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 시간은 정말이지, 보잘 것 없는 듯 하지만 말이죠.
(18 19장) 영선이 불안해 하는 감정에 많이 공감갔어요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원하지 않는 현실에 놓일까봐 세상밖으로 밀려날까봐~ 아무리 달려도 끝은 보이디 않고 자신감은 상실되어가고 가는 마음은 많은 사람들이 자주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님이 한강을 묘사한 부분은 정말 살아 있는 생명체같아요 한강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건 일렁거리는 화려한 도시의 빛인거 같아요 한강이 거대한 생명체같아 보이는 건 왠지 제 생각에는 현대에는 한강변의 높은 빌딩들이 부와 욕망의 상징이 되어가서가 아닐까 합니다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소중하게 여겨져요 저의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도 어떻게 해야 더 후회없이 쓸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거북별85 불안이라는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아요. 자산으로부터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것 외에도, 이런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가 봅니다. 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지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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