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최양선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거북별85 안녕하세요. 거북별85님 반갑습니다. ^^책들의 공간을 찾아 들어가시고 그곳에서 위로를 받으시는 군요. 저도 도서관을 자주 가요. 이유 없이 서가 사이를 걷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 시간 만큼은 지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책은 천천히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도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요.
앞에 다른 책을 읽던 중이라 조금 늦었습니다^^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었었는데 작가님은 원래 부동산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궁금증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바이향 안녕하세요. 바이향님 반가워요.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으셨네요. 감사해요. ^^ 그러게요.. 제 등단 작품이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인데요. 그 책을 쓰게 된 처음 마음이 용산참사로 인해 시작되었어요. <지도에 없는 마을> 역시 그러한 지점이 있죠. 부동산에 관심을 있어서 쓰게 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세대주 오영선>을 쓰고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어쩌면 오래 전부터 내 안에는 그러한 이야기에 대한 씨앗이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스치듯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표지를 한참 보는동안 (조금 과장한다면 저도 모르게 제 스마트폰에 깔린 앱화면처럼) 숫자들을 눌러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핑크빛이지만 마냥 밝거나 튀는 핫핑크가 아니라 조금은 톤다운된 빛깔과 층고가 다른 건물들 사이로 스며든 음영이 이루는 저 빛깔은 몇시쯤의 햇살일까도 궁금해지는 표지였어요. 일출일까 ( 제 느낌은 오후에 가까운 ) 일몰일까. 영자라는 이름처럼 시대를 짐작케하는 영선이라는 이름의 느낌과 짐작되는 나이대. 제가 짐작하는 요소들로는 세대주가 되기 힘들 여건들이 많았을 것 같은 영선씨는 어쩌다 세대주가 됐을까하는 상상도 해보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 짐작들과는 전혀 다를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즐거울 것 같습니다.
@바이향 표지를 보며 미세먼지가 자욱한 일몰의 시간을 떠올려보았어요. ^^ 영자라는 시대를 짐작케 하는 영선이라는 이름, 아 전 이부분은 생각을 못 해 봤네요. 바이향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5장에서는 휴 카페와 카페 사장인 휴 씨가 등장합니다. 영선과 주대리, 휴카페 사장이 이 소설의 주요 인물입니다. 세 여성은 부동산에 대한 경험도 다르고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답니다.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 세 인물 중 누구와 닮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세 인물 모두가 제 안에 살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도 많아지고 복잡한 듯도 하고요. 소설에는 몇 곡의 '노래'가 나오는 데요. 이 노래들에는 영선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제게 음악, 노래는 기억과도 연결이 된답니다. 과거의 어느 한 시기에 몰입했던 노래를 현재에 듣다보면 그 시절의 냄새와 공기, 감정들이 뒤따라오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도 그러한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둘째 날에 말씀드렸듯이) 공기가 차가워지면 황치훈님의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라는 노래를 일부러 찾아들어요. 중학교 때 짝사랑(?)하던 성당 오빠를 생각하면서 많이 들었죠.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그 노래를 들으면 그 때의 분위기와 감정에 휘감기죠.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거슬러 올라오는 느낌..... 그래서 어떠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때, 일부러 노래를 듣기도 합니다. 미래의 어느 날, 공감각적으로 다가올 지금을 기약하면서요.
첫 째날 알려주신 '이고도의 마우스', '데이먼스 이어의 salty', '윤지영', '밴드 너드커넥션'의 노래 전부 찾아 들어보았어요. 아티스트들의 공통된 음악적 지향점이 느껴지는 듯 하더라고요. 황치훈님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흠..) 다른 분들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저에게도 음악이 정말 많은 위로를 주던 시기가 있어 멜론 앱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영선의 상황이 이해가잘 되요. 저는 황보령의 '탈진'을 들으면 언제나 스무 살로 돌아갑니다. 뮤직비디오까지 같이 보면 90년대 후반 당시의 거리 풍경과 분위기도 잘 나와 있어 완전히 타임머신이에요. 저는 스무 살 언저리에 항상 화가 나 있었는데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그 때 느꼈던 좌절감과 슬픔이 매번 다시 느껴져요.
@고쿠라29 황보령님의 탈진.... 노래 제목에서부터 좌절과 슬픔이 느껴지는데요. 저의 스무 살 언저리도 좌절과 낙담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노래에 대해 특별한 감흥이 없이 그저 유행하는 노래들에 익숙해져 있었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제 노래 취향을 알게 된 듯해요. 탈진을 들으며, 그 시기의 고쿠라29님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중식은 1956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였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일자리를 찾아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향하던 시절이었다.' 오중식 씨는 영선의 아버지입니다. 6장에서는 영선의 아버지의 삶속에서 부동산의 상승과 하락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영선이 태어난 집은 (중학생 때) 영등포에 살던 친구 집을 떠올리며 쓰게 되었어요. 좁은 방에서 친구 어머니가 끓여준 라면을 먹던 기억이 있어요. 친구와 어머니가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다정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전 그 사이에서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라면을 먹었었죠. ^^; 그 당시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는데 (구로동에 있던) 제일 제당 앞을 지날 때면 언제나 달짝지근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죠. 버스에 에어컨이 없었기에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거든요. 그 제일 제당을 영선의 아버지의 직장이라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부분이 6장입니다. 오중식 씨와 영선의 가족의 삶의 무게 때문이죠. 또 최근에 뉴스에서 나오는 부동산 하락에 대한 내용들도 떠올랐어요. 집값이 올라도 내려도,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요.
(6장) <세대주 오영선>이 드뎌 집에 도착했습니다~^^ 핑크색 표지에 건물들 위에 숫자들이 어떤 의미일까요?? 6장까지 읽는데 부드럽게 잘 조리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영선의 상황이 너무 잘 와닿고 읽는데 편하더라구요~문장은 읽기 편한데 상황은 막막해서 영선의 감정이 더 고스란히 전달되는거 같았어요~ 6장 영선의 아버지 오중식은 너무나 성실하고 열심인 대한민국 가장인 아버지이네요~ 끊임없이 일하고 신문도 보며 가족들이 편히 살 집을 찾습니다 그런데 선배와의 덤프트럭의 사업이 실패하고 빚보증까지 책임지면서 협심증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정말 마음이 무거워지는 장면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을 하지만 점점 더 삶의 질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그들이 또는 우리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예전 어떤 다큐멘터리의 노인의 이 모습을 본 후 계속 되는 질문입니다 97년 IMF 2008년 미국서브프라임 사태 그리고 2020년 코로나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네요~~ 오늘날 이 상황은 점점 더 가속력을 붙여 달려가고 있는거 같습니다
@거북별85 표지 건물들 위에 숫자는 집값입니다. ^^ 6.5라면 6억5천, 아파트실거래가격을 를 알 수 있는 앱을 모티브로 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거북별85님처럼 저 역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만 할 뿐이죠.
6장까지 읽고, 5장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었어요. 아빠가 부르는 노래 '소녀'를 들으며 배를 잡고 소리 내 웃었던 19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영선의 모습이 애처로웠어요. 영선의 가정사를 다 알게 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마토 네 저도 영선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요.
@최양선 문득 작가 님께 질문 드리고 싶어요. ^^ 작가 님의 글쓰기 습관에 관해서요. 글을 쓰실 때 이것 만큼은 꼭! 옆에 있어야 한다는 물건 같은 것이나 글쓰기 전 사전 의식?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마토 제 글쓰기 습관은, 오전에 글을 쓰기 시작해요. (급하게 마무리를 해야 하거나 오전에 일정이 있을 때는 오후나 밤에도 쓰지만요. ) 집보다는 카페에서 작업을 한답니다. 좀 산만해서 집에 있다보면 해야할 집안 일들이 눈에 들어와서요. 익명의 시선이 오히려 저를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깄게 하죠.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영선은 혼잡한 동네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했다. 교통이 편한 곳은 시끄럽고 빛 공해도 심할 뿐 아니라 공기도 좋지 않았다.’ 7장에서는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저도 혼잡한 동네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합니다. ‘구석’을 찾아 들어가는 저의 관성이 집을 선택할 때도 적용이 된 것이죠. 제가 사는 동네도 (같은 시기에 지어진 구축의 경우) 같은 평수의 역세권 아파트와 비역세권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1억 이상이 납니다. 역과 떨어진 거리 만큼, 시간 만큼,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은 시간이 돈으로 치환이 된다는 뜻이겠죠. 매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이 헤아려지기도 해요. 사람들로 꽉 찬, 비좁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달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우리 마음 속에는 꿈꾸는 집이 있을 거예요. 지난 토요일에 정릉역 인근에 있는 아는 선생님 댁에 방문을 했는데요. 작은 정원이 있는 이층 양옥집이었어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아기자기 하면서도 고즈넉한 집이었죠. 그 집에서 사시는 선생님은 스스로를 집주인이 아닌 집사라 하셨어요. 그 집이 할머니의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요. 선생님의 손자 손녀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아이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할머니의 집. 이런 집이 사라지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7장) 정릉의 작은 정원이 있는 이층 양옥집이라니~ 상상만 해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집입니다 제가 꿈꾸는 집은 시원한 창 너머로 예쁜 하늘과 노을이 보이고 커다란 책장과 책상이 멋드러진~ 책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위로 반짝반짝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을 가진 집입니다~ 주변에 도서관도 공원도 재래시장도 있으면 더 좋겠지요~ 7장에서 영선과 영우가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장면이 짠했습니다 엄마 아빠를 보내고 대출에 대한 두려움이 큰 영선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살던 동네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영선의 모습이 마음 아프네요 그리고 걱정도 앞서구요 영선이 이런 두려움을 떨쳤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함께 드네요~제 딸아이들이 영선과 영우의 모습으로 둘만 남겨진다면 맘이 너무 아플거 같아요~ㅜㅜ
@거북별85 거북별85님과 제가 바라는 집이 비슷하네요. ^^ 영선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 살던 집 앞에 큰 교회가 있었어요. 교회 주자창이 넓어서 평일에는 주차장에서 저희 애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교회 계단을 오르면서 놀던 추억이 있어요. 그 교회가 이전을 하면서 그곳에 마트가 생겼죠. 교회를 철거하는 날, 집 옥상에 올라서 그 장면을 보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요. 집 앞에 마트가 생겨 편리함이 생겼지만요. 기억과 추억은 머물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델하우스에 가본 적이 있나요? 8장에서 영선과 주대리는 회사 인근에 있는 모델하우스에 방문을 합니다. 과천에 살고 있는 주대리는 신혼부부 특공으로 아파트 청약을 받으려고 해요. 당해 자격을 얻기 위해 일부러 과천으로 이사를 왔죠. 그리고 점수를 높이려고 둘째 아이를 임신 했습니다. 아파트 청약을 공부 하면서 우리나라 대입 제도가 떠올랐어요. 아파트 청약에서의 특별 공급과 일반 공급, 대입 제도에서 수시와 정시. 아파트 청약이나 대입이나 당첨과 합격 인원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파트 청약의 특별 공급 안에는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노부모부양자, 생애최초 등이 있고 일반 공급은 가점제가 적용이 되죠. 아파트 타입(구조)별로도 당첨 인원이 세분화 됩니다. 대입 제도의 경우 수시와 정시로 나뉘고 수시 안에서도 교과, 학생부종합(수능 최저), 농어촌, 논술 등으로 모집 인원이 세분화 되고요. 정시는 수능 점수만 적용 됩니다. (아파트와 대입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화되는 현상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글을 쓰기 위해 부동산 카페에 가입을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았는데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타입별로 세세하게 분석한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중 인상 깊었던 내용은 같은 35평대여도 베타룸이나 알파룸에 창문이 있는 경우 그 방은 방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다자녀 가구가 그 타입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었어요. 자녀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니 아무래도 점수가 낮은 사람이나 아이가 한 명이나 두 명이 있는 가구는 불리할 테죠. 마치,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분석한 글과 유사했어요. 그 글을 통해 사람들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죠. ‘아파트를 사는 건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고요.’ 주대리는 영선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어릴 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지니 공평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시간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이 시대에(사교육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정말 공평할까요. 그럼에도 내면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나의 무엇, 나의 시간은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요. 오늘도 ‘나의 무엇’을 찾아가기 위한 하루가 될 듯 합니다.
"내면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나의 시간" 은 오롯이 내 것이겠네요. 가슴에 와닿는 글귀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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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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