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최양선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6장) <세대주 오영선>이 드뎌 집에 도착했습니다~^^ 핑크색 표지에 건물들 위에 숫자들이 어떤 의미일까요?? 6장까지 읽는데 부드럽게 잘 조리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영선의 상황이 너무 잘 와닿고 읽는데 편하더라구요~문장은 읽기 편한데 상황은 막막해서 영선의 감정이 더 고스란히 전달되는거 같았어요~ 6장 영선의 아버지 오중식은 너무나 성실하고 열심인 대한민국 가장인 아버지이네요~ 끊임없이 일하고 신문도 보며 가족들이 편히 살 집을 찾습니다 그런데 선배와의 덤프트럭의 사업이 실패하고 빚보증까지 책임지면서 협심증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정말 마음이 무거워지는 장면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을 하지만 점점 더 삶의 질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그들이 또는 우리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예전 어떤 다큐멘터리의 노인의 이 모습을 본 후 계속 되는 질문입니다 97년 IMF 2008년 미국서브프라임 사태 그리고 2020년 코로나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네요~~ 오늘날 이 상황은 점점 더 가속력을 붙여 달려가고 있는거 같습니다
@거북별85 표지 건물들 위에 숫자는 집값입니다. ^^ 6.5라면 6억5천, 아파트실거래가격을 를 알 수 있는 앱을 모티브로 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거북별85님처럼 저 역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만 할 뿐이죠.
6장까지 읽고, 5장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었어요. 아빠가 부르는 노래 '소녀'를 들으며 배를 잡고 소리 내 웃었던 19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영선의 모습이 애처로웠어요. 영선의 가정사를 다 알게 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마토 네 저도 영선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요.
@최양선 문득 작가 님께 질문 드리고 싶어요. ^^ 작가 님의 글쓰기 습관에 관해서요. 글을 쓰실 때 이것 만큼은 꼭! 옆에 있어야 한다는 물건 같은 것이나 글쓰기 전 사전 의식?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마토 제 글쓰기 습관은, 오전에 글을 쓰기 시작해요. (급하게 마무리를 해야 하거나 오전에 일정이 있을 때는 오후나 밤에도 쓰지만요. ) 집보다는 카페에서 작업을 한답니다. 좀 산만해서 집에 있다보면 해야할 집안 일들이 눈에 들어와서요. 익명의 시선이 오히려 저를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깄게 하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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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은 혼잡한 동네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했다. 교통이 편한 곳은 시끄럽고 빛 공해도 심할 뿐 아니라 공기도 좋지 않았다.’ 7장에서는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저도 혼잡한 동네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합니다. ‘구석’을 찾아 들어가는 저의 관성이 집을 선택할 때도 적용이 된 것이죠. 제가 사는 동네도 (같은 시기에 지어진 구축의 경우) 같은 평수의 역세권 아파트와 비역세권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1억 이상이 납니다. 역과 떨어진 거리 만큼, 시간 만큼,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은 시간이 돈으로 치환이 된다는 뜻이겠죠. 매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이 헤아려지기도 해요. 사람들로 꽉 찬, 비좁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달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우리 마음 속에는 꿈꾸는 집이 있을 거예요. 지난 토요일에 정릉역 인근에 있는 아는 선생님 댁에 방문을 했는데요. 작은 정원이 있는 이층 양옥집이었어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아기자기 하면서도 고즈넉한 집이었죠. 그 집에서 사시는 선생님은 스스로를 집주인이 아닌 집사라 하셨어요. 그 집이 할머니의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요. 선생님의 손자 손녀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아이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할머니의 집. 이런 집이 사라지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7장) 정릉의 작은 정원이 있는 이층 양옥집이라니~ 상상만 해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집입니다 제가 꿈꾸는 집은 시원한 창 너머로 예쁜 하늘과 노을이 보이고 커다란 책장과 책상이 멋드러진~ 책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위로 반짝반짝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을 가진 집입니다~ 주변에 도서관도 공원도 재래시장도 있으면 더 좋겠지요~ 7장에서 영선과 영우가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장면이 짠했습니다 엄마 아빠를 보내고 대출에 대한 두려움이 큰 영선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살던 동네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영선의 모습이 마음 아프네요 그리고 걱정도 앞서구요 영선이 이런 두려움을 떨쳤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함께 드네요~제 딸아이들이 영선과 영우의 모습으로 둘만 남겨진다면 맘이 너무 아플거 같아요~ㅜㅜ
@거북별85 거북별85님과 제가 바라는 집이 비슷하네요. ^^ 영선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 살던 집 앞에 큰 교회가 있었어요. 교회 주자창이 넓어서 평일에는 주차장에서 저희 애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교회 계단을 오르면서 놀던 추억이 있어요. 그 교회가 이전을 하면서 그곳에 마트가 생겼죠. 교회를 철거하는 날, 집 옥상에 올라서 그 장면을 보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요. 집 앞에 마트가 생겨 편리함이 생겼지만요. 기억과 추억은 머물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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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에 가본 적이 있나요? 8장에서 영선과 주대리는 회사 인근에 있는 모델하우스에 방문을 합니다. 과천에 살고 있는 주대리는 신혼부부 특공으로 아파트 청약을 받으려고 해요. 당해 자격을 얻기 위해 일부러 과천으로 이사를 왔죠. 그리고 점수를 높이려고 둘째 아이를 임신 했습니다. 아파트 청약을 공부 하면서 우리나라 대입 제도가 떠올랐어요. 아파트 청약에서의 특별 공급과 일반 공급, 대입 제도에서 수시와 정시. 아파트 청약이나 대입이나 당첨과 합격 인원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파트 청약의 특별 공급 안에는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노부모부양자, 생애최초 등이 있고 일반 공급은 가점제가 적용이 되죠. 아파트 타입(구조)별로도 당첨 인원이 세분화 됩니다. 대입 제도의 경우 수시와 정시로 나뉘고 수시 안에서도 교과, 학생부종합(수능 최저), 농어촌, 논술 등으로 모집 인원이 세분화 되고요. 정시는 수능 점수만 적용 됩니다. (아파트와 대입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화되는 현상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글을 쓰기 위해 부동산 카페에 가입을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았는데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타입별로 세세하게 분석한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중 인상 깊었던 내용은 같은 35평대여도 베타룸이나 알파룸에 창문이 있는 경우 그 방은 방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다자녀 가구가 그 타입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었어요. 자녀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니 아무래도 점수가 낮은 사람이나 아이가 한 명이나 두 명이 있는 가구는 불리할 테죠. 마치,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분석한 글과 유사했어요. 그 글을 통해 사람들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죠. ‘아파트를 사는 건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고요.’ 주대리는 영선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어릴 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지니 공평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시간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이 시대에(사교육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정말 공평할까요. 그럼에도 내면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나의 무엇, 나의 시간은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요. 오늘도 ‘나의 무엇’을 찾아가기 위한 하루가 될 듯 합니다.
"내면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나의 시간" 은 오롯이 내 것이겠네요. 가슴에 와닿는 글귀 너무 고맙습니다.
@챠우챠우 네 ^^ 내것이죠. 오롯이요.
(8장) 저도 어릴 때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니 공평하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정말 24시간이 공평할까요?? 전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의 말' 아파트를 사는 건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더 와닿네요~ 우선 저도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느라 긴 통근시간을 써야 하는데 정말 길에서 시간을 버리는 느낌이 든답니다~ㅜㅜ 우선 아이들도 학원가가 밀집해 있는 동네에 산다면 학원 통원시간을 부모님들께서 큰 대학병원 근처에 산다면 병원통원 시간을 아낄 수가 있겠지요 ~ 이런 상황 속에서 24시간이 모두에게 공평할까요??!! 그럼에도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시간은 제 업무에 집중할 때, 책을 읽고 지금처럼 생각을 정리할 때, 친한 사람들과 가끔씩이라도 목적없이 안부를 전할 때가 아닐까 싶네요~
@거북별85 네 그렇죠. 우리에게는 무엇과 무엇의 사이나 무엇과 무엇의 틈이라는 시간도 공간도 중요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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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엄마가 사랑했던 대상은 아파트 였던 걸까.’ 영선의 어머니 이름은 김민숙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김민숙 씨는 세대주가 됩니다. 김민숙 씨에게는 청약 통장이 있었고 아파트를 분양 받을 기회가 있었죠. 2008년에 있던 보금자리 주택 정책으로 싸고 좋은 공공분양주택이 민간분양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민숙 씨는 그 선택을 못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그랬고 다시 책을 읽는 지금에도 생각해요. 김민숙 씨가 아파트 청약을 시도하고 분양을 받았다면 영선이네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게 되었을까,에 대해 말이죠.
(9장) 세대주 김미숙은 이번에는 청약에 도전해 보리라 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미숙은 청약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빚이었다 남편이 남겨 둔 빚을 갚지 못한 채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81쪽) 영선 가족이 분양을 받았거나 또는 받지 않았을 때 어느쪽이 더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거 같습니다~ 요즘 같이 금리가 한없이 올라갈 때는 더이상의 대출을 하지 않은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라면 꼭 서울이 아니라도 서울인근 어디라도 아파트 매매를 시도했을거 같기는 해요 집없이 매번 임대로 지낸다는 것은 옛날 조선시대 소작농처럼 항상 생활이 불안할거 같아요~~전 요즘 결혼이나 출산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도 안정된 내집을 마련하기 힘든 불안한 삶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거북별85 예측하기 힘들 듯하죠. 저 역시 최근 금리 인상을 비롯해서 집값 하락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청년들이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가파른 상승과 가파른 하락의 상황들이 오지 않았음 좋겠는데... 이런 바람이 너무 순진한 바람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두가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을 때 멈춘다는 것은 뒤로 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선은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생인데요. 10장에서는 예전에 함께 공부했던 희진과 k를 만납니다. 희진이 합격을 해서 결성된 만남이죠. ‘난 말이야,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더라.’ 희진은 영선에게 이런 말을 전하죠. 글을 쓸 때, 이 말은 저에게 해 주고픈 말이였어요. 동시에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에게도 주고 픈 이야기였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
조금씩 나아가려 했는데 읽다보니 훅~~빠져 다 읽게 되었습니다~ 영선과 영우가 안타까워 응원하며 읽게 되더라구요 '모두가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을 때 멈춘다는 것은 뒤로 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저도 이 문장이 가만히 쉬고 있을 때도 자꾸 떠올라 푹 쉬기 힘들더라구요~ 이 문장이 어디서 나온 걸까요 ?? 누군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이라고도 하구요 위 문장과 '난 말이야,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더라'는 연결되는 것 같아요~ 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살지만 영선 부모님처럼 영선처럼 결과없이 그냥 계속 열심히만 살아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노력의 문제인지, 재능의 문제인지, 사회 구조의 문제인지, 이유는 모른채 계속 경주를 하는 기분이랍니다~~ 85쪽에서 예전에는 친구들 계정을 둘러보면서 '좋아요'를 누르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영선의 기분은 '나빠요'요 치환되었다 부분이 우리들을 계속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달리게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정보도 사회도 너무 빠르게 변화해서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정말 부족한거 같아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부족한 자금으로 전세집 찾아야 하는 중 공무원 합격한 친구 희진을 축하해야 하는 영선의 모습이 저릿하더라구요~~ 힘내라구 휴카페에서 달콤한 커피를 대접하고 싶네요~~~^^
@거북별85 저도 그런 면이 있죠.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sns를 하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하려고 하죠.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죠. 휩쓸리지 않고 단단해 지기 위해서는 제게 좀더 몰입을 하려고 해요. 전 지금, 영선의 휴카페 같은 카페에 있습니다. 라떼를 마시고 있는데 달콤한 커피 이야기 하시니... 거북별85님 글을 먼저 읽었다면 바닐라라떼를 주문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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