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며 느꼈던 행복감이 어느 정도 다시 찾아든다. 나는 입을 벌리고 떨어지는 눈을 먹는다. 나 자신이 다른 아이들처럼 웃도록 내버려 둔다. 내가 과연 웃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본다. 내 웃음은 일종의 공연, 평범함을 부여잡으려는 시도다. ”
『고양이 눈 1』 p.32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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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자주 한다. 내가 과연 웃을 수 / 울 수/ 화낼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어색할 땐 스스로 시험하며 시도한다. 평범한 척. 자연스러운 척. 하지만 자꾸 불안하다. 시험하고 있다는 걸 들킬까 봐. 반대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까 봐.
도리
“ 주말에는 코딜리어가 전화를 건다. 그녀는 말한다. "네가 시내에 빠졌는지 몰랐어. 기다리지 않아서 미안해. 네가 우리 바로 뒤에 따라오는 줄 알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정확하며 외운 것을 읊는 듯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
『고양이 눈 1』 p.34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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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전히 두려움에 휩싸인 겁쟁이다.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몸을 돌려 걸어가 버린다. 이것은 공기가 나를 받쳐 주리라 고 믿으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공기는 나를 받쳐 준다. 나는 코딜리어의 말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그녀의 말대로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감히 우리를 무시하고 가 버리다니. 당장 이리 돌아와!"
코딜리어가 뒤에서 소리친다. 나는 이제 그녀가 하는 말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것은 모방이며 연기일 뿐이다. 훨씬 더 나이 많은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놀이다. 내가 개선해야 할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언제나 놀이였으며, 나는 속임을 당한 것이다. 나는 바보 같았다. 그들에게만큼이나 나 자신에게 화가 치민다. ”
『고양이 눈 1』 p.34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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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전히 두려움에 휩싸인 겁쟁이다.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몸을 돌려 걸어가 버린다. 이것은 공기가 나를 받쳐 주리라고 믿으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흡사하다. ”
『고양이 눈 1』 p.34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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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흡사하다는 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나도 몇 번씩 절벽에서 뛰어내렸지. 그리고 공기가 나를 받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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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계속해서 걷는다. 대담함과 현기증이 느껴진다. 그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 아니며 심지어 친구도 아니다. 나를 그들에게 붙들어 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자유롭다.
그들은 날 따라오면서 내가 걷는 방식에 대해, 내가 뒤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비판한다. 뒤돌아서면 그들이 나를 흉내 내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건방진 것! 건방진 것!" 그들이 외친다. 나는 그 속에서 증오뿐 아니라 필요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그들에게 무관심하다. 내 안에는 단단하고 투명한 무엇이, 유리로 된 핵 같은 것이 존재한다. 나는 감초를 먹으며 길을 건너 계속 걷는다. ”
『고양이 눈 1』 p.3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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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대담함과 현기증이 느끼진다는 부분, 증오 뿐 아니라 필요를 들을 수 있다는 부분. 마거릿 애티우드... 진짜 멋지잖아...? 북클럽에서 거장은 거장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는데 인정이다. 어떤 작가를 무척 찬양하는 태도를 볼 때 살짝 경계하는 편인데 이건 찬양 안할 수가 없다...
도리
“ 그레이스와 코딜리어와 캐럴은 내 삶의 언저리를 서성거리며 나를 꾀려 하고, 조롱한다. 그들의 존재는 날이 갈수록 더 흐릿해지며 점점 더 실체가 없어진다. 나는 그들에게 귀를 거의 기울이지 않기 때 문에 그들의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
『고양이 눈 1』 p.34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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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다 읽었다. 초반 120p까지 였나. 코딜리어도 안나오고 시점은 자꾸 바뀌고. 체력은 모자라 집중력은 떨어지고... 보다 졸다를 반복하며 겨우 꾸역꾸역 읽었다. 북클럽 아니었으면 나 혼자선 절대 못 읽었을 듯. 다 읽고 표시한 부분 메모하면서 보니 더 좋다. 벽돌책이 벽돌책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좀 느꼈다. 어제 동물권 독립 영화를 봤 다. <마우스>. 30분 짜리 영화를 보면서 많이 버겁고 부담스러웠다. 영상 매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고 하는 게 무척 적나라해서 30분이 참 힘들었는데. 소설은 역시 좀 낫다. 든든하다. 아 근데 물론 이 책도 읽는 중에는 영 꺼림칙했지만 말이다. (책 읽다가 잤더니 기분 나쁜 꿈을 꿨더라지.) 그래도 1권이 흥미롭게 끝나서 2권을 읽을 힘이 난다. 2권도 열심히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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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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