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1> 혼자 읽어볼게요.

D-29
딸들은 나를 경탄케 한다. 언제나 그래 왔다. 그들이 어릴 때 나는 내가 지닌 어떤 것들로부터, 공포, 결혼의 혼란스러운 부분, 무의 나날로부터 그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딸들에게 이 어떤 것도, 그들에게 유익하지 않은 나의 어떤 부분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럴 때면 나는 어둠 속에서 커튼을 치고 문을 닫은 채로 바닥에 누워 있곤 했다. 나는 "엄마 머리 아파.", "엄마 일하는 중이야." 하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보호가 필요한 것 같지 않았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마루에 누워 있어.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열 살 난 세라가 네 살 된 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괜찮아졌다. 그런 믿음, 해가 뜨고 달이 기울리라는 믿음과도 같은 믿음이 나를 지탱해 왔다. 신이 지속되는 것은 아마 이런 유의 일들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 눈 1 p.20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엄마는 마루에 누워 있어.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고양이 눈 1 p.20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그 옆의 창턱에는 코딜리어와 그레이스, 캐럴이 비좁게 앉아 귓속말을 하고 킥킥거리고 있다. 내가 창턱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은 그들이 말을 걸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말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인데, 그들이 말해 주지 않기 때문에 무슨 실수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코딜리어는 오늘 내가 한 말을 전부 되짚어 보면서 잘못된 것을 찾아내는 게 내게 더 유익할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내가 답을 찾아내면 다시 말을 걸어 줄 것이다.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그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고, 내가 개선되도록 돕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에 젖은 털모자를 쓴 관악단과 젖은 맨다리와 붉은 미소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한 여성 드럼 악단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내 실수에 대해 되짚어 본다.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던가? 평상시와 다른 말을 한 기억은 없다.
고양이 눈 1 p.210-21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무심한 언니와 싸울 때 종종 내가 쓰던 방식이라 놀랐다. 항변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나는 일레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코딜리어기도 한 걸까.
어린 여자아이들은 어른들에게나 작고 귀엽게 보이는 것이다. 그들 자신은 서로를 귀엽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크기가 비슷한 존재들일 뿐이다.
고양이 눈 1 p.21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하지만 코딜리어가 내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이나 위세를 휘두르는 것은 그녀가 내 적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적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적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서로 고함을 쳐 대고,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맞붙어 싸운다. 전쟁 중에는 적이 있었다. 우리 학교 남자아이들과 '영원한 도움을 주시는 우리 성모님' 학교의 남자아이들은 서로 적이다. 우리는 적에게 눈덩이를 던지고, 적을 맞추면 기뻐한다. 적에 대해 우리는 증오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코딜리어는 내 친구다. 그녀는 나를 좋아하고 나를 돕고 싶어 하며,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내 친구들, 여자 친구들이며,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나는 여자 친구가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잃게 될까 무척 두렵다. 그들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싶다.
고양이 눈 1 p.217-21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그래서 남자아이들 싸움이 차라리 부러웠다.
증오라면 오히려 다루기 쉬웠을 것이다. 증오가 있었더라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을 것이다. 증오는 분명하고 금속처럼 차가우며 편향적이고 동요하지 않는다. 사랑과는 달리.
고양이 눈 1 p.21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아버지는 접시에 담은 것을 다 들고 나서 칠면조 배 속에서 소를 더 떠낸다. 칠면조는 수족이 묶이고 머리가 없는 아기와 비슷하게 보인다. 그것은 음식이라는 가면을 벗어 버리고 죽은 커다란 새라는 그 실체를 내게 드러낸다. 나는 날개를 먹고 있다. 이것은 사육된 칠면조의 날개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새, 너무나 멍청해서 더 이상 날 수도 없는 새. 나는 상실된 비상을 먹고 있다.
고양이 눈 1 p.23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북클럽에서 나온 질문이 있었다. 일레인이 주변 사람들을 야생의 사람과 사육된 사람으로 구분해서 묘사했는데, 일레인은 자신을 어떻게 분류했는지 궁금하다고. 이 문단을 메모하면서 일레인은 스스로를 사육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새, 너무나 멍청해서 더 이상 날 수도 없는 새. 그 새는 일레인의 입 속으로 들어가 그의 일부가 되었다.
야생의 존재들은 사육된 것들보다 더 똑똑하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양이 눈 1 p.23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핀스틴 부인이 준 10센트짜리 동전을 모두 꺼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서 다 써 버린다. 나는 감초 끈과 동그란 젤리와 여러 겹으로 되어 가운데 씨가 들어간 까만 사탕, 빨대로 빨아 먹는 탄산 셔벗을 여러 상자 산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이 헌물들을, 이 보상품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준다. 그것을 나누어 주기 직전의 순간, 나는 사랑받는다.
고양이 눈 1 p.24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내가 자주 쓰는 수법이라서 들킨 기분. 그런 식으로 순간이라도 사랑 받으려고 버둥대는 몸짓이 아리다.
똑똑똑. 누구세요? 해피 갱이에요! 들어오세요! 해피 갱과 함께 항상 행복하세요, 항상 건강하고 좋은 기분이기를 바라요. 당신이 행복하고 건강하면, 돈도 필요 없지요. 그러니 해피 갱과 함께 행복하세요. 해피 갱을 들으면 내 마음은 조바심으로 가득 찬다. 만일 행복하고 건강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은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행복하다. 아니,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항상 행복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그러니까 어떤 때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때가 언제인가? 가식적으로 들리는 그들의 웃음소리는 어디까지가 가식인가?
고양이 눈 1 p.251-25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겨울 내내 책상 서랍 한구석에 들어 있던 내 푸른 고양이 눈을 끄집어낸다. 햇빛이 관통하여 빛나도록 구슬을 치켜들고 꼼꼼히 살펴본다. 그 수정 구형체 속의 눈은 너무나 푸르고 너무나 깨끗하다. 얼음 속에 무엇이 동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것을 호주머니에 넣어 학교로 가져간다. 그러나 구슬치기에 내놓지는 않는다. 나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굴리며 꼭 붙잡고 있는다.
고양이 눈 1 p.25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납작구슬이 떠오른다. 나도 항상 어떤 물건에 과하게 의미부여를 하면서 손에 꼭 쥐었다지.
어떤 이들은 이것이 여성의 노예화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여성을 부정적이고 사소한 살림꾼 역할에 정형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나의 어머니가 1940년대 후반에 으레 하던 그대로 요리하는 모습을 그린 것에 불과하다. 나는 어머니와 사별 직후 이 작품을 그렸다. 어머니를 다시 살아나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시간을 초월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비록 이 세상에 시간을 초월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이 어머니 그림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 속에 흠뻑 잠겨 있다.
고양이 눈 1 p.27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투명 인간이 되는 상상을 한다. 길옆에 있는 덤불 숲에서 벨라도나 열매를 먹는 상상을 한다. 세탁실에 있는 해골이 그려진 자벡스 상표 표백제를 마시는 상상을, 다리에서 뛰어내려 호박처럼 눈과 입술 반쪽이 으깨지는 상상을 한다. 나는 그렇게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죽은 사람들처럼 그렇게 죽을 것이다.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모두 두려운 일들이다. 그러나 코딜리어가, 경멸 어린 목소리가 아닌 친절한 목소리로 이런 짓을 하라고 내게 말하는 것을 상상한다. 머릿속에서 그녀의 친절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해. 어서." 나는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오빠에게 말하고 도움을 청할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정확히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눈에 멍든 것도 아니고 코피가 난 것도 아니다. 코딜리어는 신체에는 아무 해도 입히지 않는다. 만일 나를 괴롭히는 것이 남자아이들이었다면, 그들이 나를 쫓아다니고 놀리는 것이었다면 오빠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남자이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놀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아이들과 그들의 우회적인 방법과 그들의 소곤거림에 대해서 오빠는 무기력하다. 뿐만 아니라 나는 수치심을 느낀다. 오빠가 나를 비웃을 것이, 내가 여자아이들에게 나약하게 구는 것을 보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나를 무시하게 될 것이 두렵다.
고양이 눈 1 p.27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나는 정어리와 그 등뼈를 생각한다. 그 등뼈를 먹어 치울 수도 있다. 그 뼈는 이 사이에서 으스러진다. 한 번 이를 갖다 대면 산산이 부서진다. 내 등뼈도 아마 그럴 것이다. 아니 나는 등뼈가 거의 없는지도 모른다. 내게 일어나는 일들은 더 강한 등뼈를 갖지 못한 내 잘못이다. 어머니는 그릇을 내려놓고 팔로 나를 감싸 안는다.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고 싶구나." 어머니가 말한다. 이것은 일종의 고백이다. 이제 나는 지금까지 어렴풋이 짐작하던 것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어머니는 무기력한 것이다.
고양이 눈 1 p.28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가난한 환경에선 특히, 부모의 무기력함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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