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장이 재밌다. 포도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모습. 실수 없어 완벽한 모습. 일레인이 코딜리어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이 행동묘사로 확 느껴진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1> 혼자 읽어볼게요.
D-29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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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색깔 옷, 예를 들면 분홍색 같은 것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분홍색은 적들을 약화시키고, 그들의 태도를 유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 아기들에게 분홍색 옷을 입히는 것이 다. 군대에서 왜 이 색을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
『고양이 눈 1』 p.8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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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말이다. 이 부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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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들은 여동생, 아니 여자 형제, 아니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림을 받는다.
『고양이 눈 1』 p.9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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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나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면 오빠는 싸움을 더 자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오빠를 알은척하거나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의리 없는 행위가 될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드디어 나는 소녀들, 살아 있는 진짜 여자아이들 사이에 남겨졌다. 하지만 나는 여자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관습을 잘 알지도 못한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어색한 느낌이 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남자아이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들은 알고 있지만 여자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금방이라도 뜻하지 않게 처참한 실수를 저지를 것만 같은 느낌이다. ”
『고양이 눈 1』 p.90-9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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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럴은 학교에서 전교생에게 우리 가족은 마룻바닥에서 잔다고 말한다. 우리가 도시 밖에서 왔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신념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풍기면서 말한다. 우리의 진짜 침대가, 다른 사람들 것과 마찬가지 로 다리가 넷 달리고 매트리스 있는 침대가 창고에서 도착하자 캐럴은 무척 실망한다. 그녀는 내가 어떤 교회에 나가는지도 모른다는 것과 우리 가족이 카드놀이용 탁자에서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널리 알린다. 이런 사실을 경멸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국적인 특별함을 가미해서 말한다. 결국 나는 그녀의 줄서기 짝이며, 그녀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경외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캐럴은 그런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는 점에서 자기 자신이 경외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마치 어떤 원시 종족의 괴기한 행동을 보고하기라도 하는 듯이. 진실이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것을. ”
『고양이 눈 1』 p.9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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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사건은 떠오르지 않지만 이런 일을 경험했다. 나는 그냥 내 일상을 말했는데 "야~000 이렇대~" 이렇게 언급되고 주변이 이상하게 놀라워하며 깔깔대는 모습들. 내 세상은 다른 얘들과 달리 누추하다는 걸 깨닫고 사소한 일상도 과도하게 머뭇대거나 숨기는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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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럴은 내가 당황해할수록 더욱더 만족감을 느낀다. "너는 콜드 웨이브가 뭔지 몰랐단 말이야?" 그녀는 즐거워하며 묻는다. 캐럴은 내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고 이름을 가르쳐 주고 직접 보여 준다. 자기 집이 박물관이라도 되는 양, 그 안에 있는 것을 전부 자신이 직접 수집했다는 투로 나를 데리고 다니며 보여 준다. 기둥식 옷걸이가 있는 아래층 복도에 서서 캐럴은 말한다. "기둥식 옷걸이를 본 적이 없단 말이야?" 그녀는 내가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한다. ”
『고양이 눈 1』 p.9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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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하는 놀이는 대부분 그레이스가 생각해 낸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놀이를 하려고 하면 그레이스는 머리가 아프다면서 집으로 가 버리고, 자기 집에서 놀 때는 우리에게 집에 가라고 한다. 그녀는 결코 목소리를 높이거나 화를 내거나 울지 않고, 마치 자기 두통이 우리 때문이라는 듯이 조용히 비난한다. 그레이스는 우리와 노는 것에 시큰둥한 반면 우리는 항상 그녀와 놀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녀는 뭐든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
『고양이 눈 1』 p.99,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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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스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에스터 윌리엄스다. 나는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없다. 영화관에 가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베로니카 레이크라고 말한다. 그 이름이 마음에 든다. ”
『고양이 눈 1』 p.10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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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나를 향해 뛰어오지 않는다. 하던 일을 멈추고 마치 우리가 새로 온 사람들인 것처럼, 우리가 여기에 살았던 적이 없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본다. 세 번째 여자아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나는 별다른 예감 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다. ”
『고양이 눈 1』 p.127-12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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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코딜리어 앞에서 수치심을 느낀다. 나는 이틀 내내 달리는 차 뒷자석에 앉아 있었고, 텐트에서 잠을 잤다. 나는 내가 지저분하다는 것을, 내 머리가 단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코딜리어는 내게서 눈을 돌려 부모님이 차에서 짐 내리는 것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은 뭔가를 재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아버지의 낡은 펠트 모자와 장화와 억센 수염을, 오빠의 깎지 않은 머리와 보풀 일어난 스웨터와 튀어나온 무릎을, 어머니의 회색 바지와 남자 옷 같은 체크무늬 셔츠와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볼 수 있다.
"네 신발에 개똥이 묻었어."
코딜리어가 말한다.
나는 내려다본다.
"썩은 사과야."
"그래도 색깔은 같잖니. 안 그래? 딱딱한 똥 말고, 땅콩버터처럼 무르고 흐물흐물한 거 말이야."
이번에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오직 그녀와 나만이 알고 있고 동의하는 사적인 어떤 것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신뢰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두 사람만의 동아리를 만들고, 그 안에 나를 포함시킨다. ”
『고양이 눈 1』 p.130-13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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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이 아리까리 한데 일단은 메모했다. 신뢰에 가득 찬 목소리를 쓰다니. 코딜리어는 정말 영악하게 똑똑하다. 짜증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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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돈을 주고 꽃을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으로 우리가 부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고양이 눈 1』 p.13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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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죽은 자들이다." 나는 눈을 감고, 우리를 위해 죽은 군인들에 대해, 얼굴을 상상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해 경건함과 애석함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나는 죽은 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
『고양이 눈 1』 p.19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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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각자가 서로를 모방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놀랄 만큼 젊기 때문에 나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인가? 무심한 자세인데도 그들은 마치 오징어의 빨판처럼 갈망을 겉에 드러나게 걸치고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원한다. ”
『고양이 눈 1』 p.20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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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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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딜리어가 내게 그렇게 위세를 부리던, 그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시기, 나는 발의 살갗을 벗겨 내곤 했다. 주로 자야 할 밤에 그런 짓을 했다. 내 말은 버섯 껍질처럼 차갑고 약간 축축하고 부드러웠다. 나는 엄지발가락부터 시작했다. 발을 위로 젖히고 가장 두꺼운 바닥 쪽 가장자리를 이로 물어뜯어 작은 상처를 냈다. 그런 다음, 물어뜯어 봐야 통증이 없어서 절대 물어뜯지 않는 손톱으로 길쭉하게 살갗을 벗겨 냈다. 나는 반대쪽 엄지발가락도 똑같이 벗겨 낸 후 발바닥 앞쪽의 둥근 부분과 발꿈치를 벗겨 냈다. 피가 나올 때까지 계속했다. 나 말고는 내 발을 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아침이면 피부가 벗겨진 발에 양말을 신었다. 걷는 것이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고통은 내게 생각할 확실한 무엇, 즉각적인 무엇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내가 매달릴 수 있는 무엇이기도 했다. ”
『고양이 눈 1』 p.206-20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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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내게 생각할 확실한 무엇, 즉각적인 무엇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내가 매달릴 수 있는 무엇이기도 했다.
『고양이 눈 1』 p.20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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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딸들이, 첫째와 뒤이어 둘째가 태어났을 때, 딸보다 아들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딸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지 못했다. 그들을 미워하게 될까 두려웠던 것 같다. ”
『고양이 눈 1』 p.20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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