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갓파> 우연히 ‘갓파의 나라’를 다녀온 사내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인간과 다른 관념과 기준을 가진 갓파를 통해 우리가 의심없이 따르고 있는 사회통념을 살짝 비틀고, 다양한 군상들의 허위의식을 풍자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너무나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특히 출산과 가족제도, 사형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기발하면서도 시사하는 바도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내가 어떤 연유로 경찰에 붙잡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는지는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이편(인간)에도 저편(갓파)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점에서 정신병원 또한 또 다른 세계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류노스케가 자살한 연도에 발표된 작품이라 그런지 톡의 죽음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그도 지쳤구나, 쉬고 싶구나… 하면서요. 어쨌든 갓파를 알게되서 좋았어요. 앞으로 갓파를 보게되면 친한 척할 것 같다는 ㅎㅎ 그나저나 갓파의 나라에도 정신병원이 있나보네요. 모두가 믿는 것에서 벗어나면 이상한 것인지… 펩의 안위를 빌며… (뜬금 없긴 하지만) 라쇼몬 효과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당.
정신병원에 대한 부분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리타73 님 글을 읽으며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이 세계에도 저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주인공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저는 갓파라는 걸 처음 알았는데요. 초반에는 글로 묘사되는 모습을 혼자 상상하며 '윽'이라고 싫어했다가, 각각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면서 점점 더 애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근데 다들 이름이 외자라 그런가, 제가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편이라 그런가, 아직도 누가 누군지 조금 헷갈립니다(허허).
맞아요. 저도 @리타73 님의 '정신병원 또한 또 다른 세계' 라는 말이 확 와닿아서 오오.. 마쟝... 했어요!
@연해@리타73 님 의외로 갓파가 우리 곁에 있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저희 동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갓파 고기로 만드는 음식인가 봐요!
아... 이건 아냐(절레절레). 작가님 근데 그거 아세요? 찾아보니 갓파스시는 전국 각지에 매장을 둔 체인점이래요. 근데 서울에는 '구로점'이 유일하다고 합니다(자부심을 갖고 방문합시다!). 후기를 보니 간판에도 갓파들이 인사하고 있고, 내부에 이미지도 갓파들이... 저 초밥 좋아하는데 차마 얘들을 먹지는 못 하겠어요(흑흑). ("아프냐? 나도 아프다" 혹시 이 대사는 아십니까, 흠)
아니, 심지어 이거 일본 체인이라고 하는데요? 갓파가 진짜 그려져 있네요? 와... 우리 아쿠타가와 동지들 갓파스시 구로점 한번 오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헐...
김새섬 대표와 가서 갓파 스시 먹고 인증사진 찍어 올리겠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모임에 올릴게요. 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 갓파가 꽤 유명인사였군요. 맛있게 드시고 잡혀가지만 마세요! 맥주도 적당히 ㅎㅎ
후후후 잡혀가면 갓파나라 탐방기를 저도 쓸 수 있는 건가요? 진정한 아쿠타가와의 후예...? ^^
저희 남편은 지금 다자이 오사무 책을 먼저 읽고 있는데(제가 아쿠타가와 책을 읽고 있는 바람에) 그 시대가 전혀 안 느껴지고 현대 사회 같아 기분이 좀 안 좋다고 하네요. 얘넨 뭐 이렇게 신식문물을 일찍 받아 들인겨?라며... 기분이 안 좋은 건 한국인이기 때문이겠죠? ㅎㅎ
제 아내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을 다 읽고 다자이 오사무 책으로 넘어가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쿠타가와 단편집을 읽으면서도 100년 전 이야기 같지가 않아요. 기분은... 모르겠습니다. ^^;;;
<신기루> 나의 신기루는 무엇일까? 신기루를 보러 나가면서 K는 대학생답게 ‘새로운 시대’를, 아내는 ‘어린 시절의 감성’을 기대했을지 모르겠어요. 왠지 O는 신기루 따위에 관심이 없어 보이구요. ㅎ 전작 <꿈>과 마찬가지로 화자는 ‘의식의 영역 밖’을 여전히 의식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술가들의 자의식일까요? (덩달아 푸른 아지랑이가 우울하게 느껴졌어요.) 결국 신기루는 시시했고 소소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모두의 마음 속에 신기루는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했어요. 왜곡된 현상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죠. 짧은 독립영화 한편을 본 것처럼 정체모를, 불안정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6.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 ■■■■ 드디어 책의 마지막에 다다랐습니다. 무더위와 장마가 혼재했던 7월이었어요. 아쿠타가와의 단편들 읽으며 때로는 축축하고 때로는 숨이 막히고 때로는 서글픈 여름밤을 보냈어요. 완독을 향해 달리자고 깃발을 들었는데요, 처음 우려했던 것보다 작품이 재미있고 또 여러분들의 책수다 읽는 재미도 쏠쏠했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따라오신다면 무리 없이 모두들 책의 마지막 장을 뿌듯하게 덮으실 것 같아요. 마지막 두 작품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 끝까지 함께 읽고 감상 남겨 주세요.
"톱니바퀴"는 가난하고 병적인 작가가 자기혐오에 빠져 지리멸렬한 자신의 일상을 길게 늘어놓는 이야기로 읽었어요. 그럼 내용의 현대 한국소설을 백 편은 읽었죠. 개중에는 뭐 대단한 기법이라고 소설 안에서 자기 소설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몇 편 있었습니다. 그런 따분한 소설들이 다른 고전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아우라를 빌려오려는 시도 역시 여러 번 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작품에서 영어 표현이 나올수록 제 마음속 점수를 깎았습니다.) 즉 "톱니바퀴"는 저에게 매우 전형적인 소설로 다가왔는데, 이게 100년 전에 쓰여졌다고 생각하니 아연실색하게 되었어요. 이게 정녕 "운수 좋은 날"(1924년)과 "사랑손님과 어머니"(1935년)와 비슷한 시기에 집필이 되었단 말인가.
일몰이 가까워진 마루젠 서점 이 층에는 나 말고 다른 손님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전등 불빛 속에서 책장 사이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 '종교'라는 팻말이 걸린 책장 앞에 걸음을 멈추고 초록색 표지의 책 한 권을 훑어봤다. 이 책은 목차의 어느 장인가에 '두려운 네 가지 적, 의심, 공포, 교만, 관능적 욕망'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이런 말을 보자마자 한층 더 반항적 정신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렇게 적이라 불리는 것들은 적어도 내게는 감수성과 이성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전통적 정신도 역시 근대적 정신처럼 나를 불행하게 할 것을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24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이 <톱니바퀴>라는 작품 전체에 흩어져 있는 '노란색'과 '초록색'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택시의 예를 보면 마치 신호등처럼 '노란색'은 경고, '초록색'은 허가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았죠. 그런데 이 '종교' 코너의 초록색 표지의 책은 뭐였을까요. 이 책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에 크게 공감되서 문장을 수집해봤습니다.
그 역시 나처럼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다만 그는 어둠이 있는 이상 빛도 있다고 믿었다. 우리의 논리가 다른 건 오로지 이것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건 적어도 내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 틀림없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26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엇, 문장수집을 하고 보니 @독갑 님이 이미 해주셨네요(하핫). 쓰고 나서야 봤습니다. 이어서 남겨주신 p.307의 문장도요. 딱 저 문장이 좋았거든요. 신기합니다.
앗! 저와 같은 문장이 마음에 와닿으셨군요? ㅎㅎ 책을 함께 읽다 보면 다른 분들이 나와 다르게 느끼는 부분들도 신기하지만, 같이 느끼는 부분은 더 신기하고 기분 좋은 것 같아요~
<톱니바퀴>를 읽다보니, 그 전에 읽었던 <점귀부>가 작가의 자서전이고, 이 <톱니바퀴>도 마찬가지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되네요. 이 작품 속의 작가는 색깔과 상징 등에 매우 집착하는 편집증적인 사고를 시종일관 하는데, 이야기의 마지막에 가서는 조현병이 의심되기도 했어요. 작가가 매일을 어떤 심정으로 보냈을지 생각해보니,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진 것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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