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D-29
ㅎㅎ 불안의서.. 저도 그 기사를 접하고 밀리의 서재에서 읽었습니다. 물론 앞부분 읽다가 금세 포기했죠. 어렵더라고요.
<늪지>를 읽으면서는 어떤 게 좋은 작품이고,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안목이라는 건 뭘까? 그걸 부여하는 건 누구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계속 올라왔어요. 무지, 우월함, 심미안, 미쳤다는 듯한 표현 등, 지적 허세가 충만한 기자의 모습에 불쾌한 감정이 일었고요. 무명 예술가란, 죽어서도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우스꽝스러운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데, 흔히들 극찬하는 작품? 에 대해 반감이 들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 정도라고?'라는 생각에서요. 감상은 자유로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예술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으니까. 근데 가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데, 너는 그것도 못 알아보냐, 이 바보야"라고 주변에서 구박을 받곤 해요. 종용당하는 느낌? 저한테는 정말 별로라,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 건데(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한 것뿐...), 그걸 마치 안목 없는 사람처럼 취급당하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유행이나 시류, 어떤 이의 추천사에 따라 작품성에 부여하는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싫은 것 같아요. 뭐가 기준인지, 그 기준을 만드는 건 누구이고, 그 누구에게 기준을 만들도록 자리를 부여하는 건 또 누구인지....? (말꼬리 잡기 중입니다) 가끔 어떤 강연이나 북토크에 가서도 그 뭐랄까, "어이, 선생. 당신 얘기 잘 들었소. 말씀 좀 하시더이다?"라는 듯한 거만한 말투와 태도로 질문 시간을 깍아 먹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럴 때면 저는 속으로 혼자 꽁알꽁알거려요. '참나, 본인이 뭔데 그걸 판단하지? 누가 판단해 달래?'라고... (영희가 말했다) 한참을 쓰고 보니 저야말로 꼬여있는 사람 같네요. 죄송합니다. 마음을 좀 더 곱게 쓰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라 마음이 이미 넉넉합니다(하핫).
완전 공감합니다. 그 분야에서 인증 받으신 유명인이 극찬하면 막상 재미없고 이해 안돼도 다들 괜찮은 척.... 전 그거 별로였다 하면, 개인취향이 아닌 '이해 못했구나.'하는 무언이나 표정으로 무시하는 반응들 아직 늪지 안 읽었는데 다른 의미로 기대되네요.^^ 전 월급날이 10일이나 남아 우울해져 버렸습니다(저도 잘하쥬?)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의 취향이 안목없음으로 이어질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더라고요. 물론 제 안목이 진짜 별로일 수ㄷ... 하핫 월급날이 10일이시지만, 덕분에 다음 주 수요일을 두근두근 기다리며 이번 주말이 더욱 설레시길 바라요. 센스있는 멘트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이 방의 암호처럼 자리잡을 것 같아요. 호호.
외국 작품은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게 번역의 한계로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물론 외국어를 못해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여하튼, 남들이 대단하다고 한 작품들의 다수를 책방에서 들춰봐도, 진실로 도저히, 어느 순간 멍때리고 있는 저를 확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책들의 번역은 너무 대단하더군요...ㅎㅎ 외국 작가도 작가지만 번역가님을 더 애정하게 되더라고요.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최세희님과 정지인님이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기차 창밖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 광경이 애절하리만큼 또렷하게 아로새겨졌다. (중략) 나는 이때 비로소 형언할 수 없는 고단함과 권태를, 그리고 또 이해할 수 없고, 초라하며, 지루한 인생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귤> P. 47,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나는 이 작은 유화 속에서 날카롭게 자연을 포착하려는 애처로운 예술가의 모습을 발견했다. (중략) 실제로 같은 전시장에 걸린 크고 작은 그림들 중에서 이 한 점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그림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늪지> P. 52,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나는 온몸에 기묘한 전율을 느끼며 재차 이 우울한 유화를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어스름한 하늘과 물 사이에 자리한 축축한 황토 빛 갈대가, 포플러가, 무화과나무가 자연 그 자체를 보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살아 있었다. "걸작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늪지> P.55,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늪지> '늪(沼)'이라는 다른 작품과 헷갈려서 그걸 읽다가 내용이 전혀 달라 다시 읽은 작품(책이 너무 예뻐 구겨지지 않게 펴 봤다 고이 모셔두고, 전자책으로 읽다가 이런 오류를 범했습니다.) SNS에서 본인이 본 '늪지'란 그림 대한 느낌을 일기처럼 적은 것 같고, 이 분이 SNS를 하셨으면 잘 하셨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늪지'에서도 여전히 꼬여 있으시네요. 평생을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병과 싸우셨다는데.....작품들에서 느껴집니다. 살아 계셨다면 전혀 도움은 안 되었겠지만, 파이팅! 해 주고 싶은 분입니다.
이 터널 속 기차와 이 촌뜨기 소녀와, 그리고 또 이 평범한 기사로 뒤덮인 석간. 이것이 상징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해할 수 없고, 초라하며, 지루한 인생의 상징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냔 말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4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저도 '이해할 수 없고, 초라하며, 지루한 인생'이 될까 불안하고 두려운 청춘을 지나왔기 때문에 이 사내의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져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그 초라하고 지루한 인생을 지켜내기조차 얼마나 어려운 지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 사내가 안타까워지고 마는 것입니다.(저도 일본어 번역투를 한 번 차용해봅니다.)
근데 책 번역은 일본어투가 없어 감탄하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반쯤 몸을 내밀고 있던 소녀가 그 부르튼 손을 쭉 뻗어 힘차게 좌우로 흔들자, 곧바로 가슴 두근거리는 따스한 햇볕의 빛깔로 물든 귤 대여섯 개가 허공에서 기차를 배웅하는 아이들 머리 위로 흩날려 떨어졌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46-47,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특히 앞부분의 흙 같은 건 밟았을 때의 감촉까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밟으면 푹 하는 소리를 내며 발목이 빠져들 것 같은, 매끈한 진흙탕의 느낌이다. 나는 이 작은 유화 속에서 날카롭게 자연을 포착하려는 애처로운 예술가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52,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늪지>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바로 직전에 수집했던 <귤> 속의 문장이 떠올라서 매우 재밌었습니다. <귤>에서 소녀가 동생들에게 귤을 던져주는 장면이야말로, 제게는 마치 그 기차 안에서 제가 그 장면을 목도하고 있는 것마냥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밟았을 때의 감촉까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의 진흙탕을 언어로 묘사하는 데에 평생을 바쳐왔겠구나 싶습니다. <늪지>를 끝까지 읽으니, '회원도 아닌 죽은 화가'가 아쿠타가와 자신이 맞을 거라는 확신이 더 드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3. 신들의 미소, 피아노 ■■■■ 장마철인데 비가 많이 내리는 건지 안 내리는 건지 알쏭달쏭한 요즘입니다. 아쿠타가와 상과 나오키 상은 일본 문학의 명성을 이어가는 권위 있는 상으로, 마치 소설의 품질을 보증하는 보증수표처럼 여겨지곤 하지요. 저 역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많이 읽고 감탄했지만, 부끄럽게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가 본인의 작품을 직접 읽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쿠타가와 수상작 중 가장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23년도 아쿠타가와 수상작인 <헌치백>입니다. 살짝 책장에 꽂아둘게요. 그럼, 7월11일 목요일까지 두 작품 읽고 생각이나 느낀 점 자유로이 남겨 주세요.
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가 남성 간병인에게 “내가 임신하고 중절하는 걸 도와주면 1억 엔을 줄게요”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심사위원 일부가 난색을 표할 만큼 위악적인 상상력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곳 일본에 사는 동안 저는 점점 제 사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이 나라에는 산에도, 숲에도, 또 집들이 늘어선 마을에도 뭔가 신비한 힘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부지불식간에 제 사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요즘처럼 아무 이유도 없는 우울의 늪에 빠져들었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p.6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산에도, 숲에도, 집들이 늘어선 마을에도 뭔가 신비한 힘이 숨어있던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얼마나 빠르게, 넓게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문장이네요.
앞서 읽었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피아노>라는 작품도 소설인지 수필인지 모를 경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복구도 되지 않은 폐허 속에도 삶의 흔적,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게 당연하겠죠.
「신들의 미소」는 재미있게 다 읽은 다음에 ‘설마 이 단편의 주제는 “다시는 일본을 무시하지 마라!”일까?’ 하고 생각했어요. 유쾌하게 읽었고 주제가 뭔지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떠오른 생각은, 1. 한국 땅에 들어온 종교도 다 기복신앙이 되지 않던가? 2. 일본 소설가가 쓴 소설인 줄 몰랐으면 오리엔탈리즘 혐의를 씌울 대목이 여러 곳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틀도 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3. 『유리와카』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유리와카 다이진』과 『오디세이아』의 유사점이 아주 허황된 수준은 아니네요. 일본 위키피디아의 ‘오디세이아’ 항목에도 『유리와카 다이진』이 『오디세이아』의 번안이라는 가설이 실려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유리와카 다이진』이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라는 이야기는 일본인 입장에서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닌데도 그런 가설이 나올 정도라면 아주 무리한 이야기는 아닌가 보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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