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아... 지영 작가님처럼 전문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겠죠...? 저도 메뉴판 번역 보면서 뜻은 얼추 알겠는데 표현이 엉성해서 웃은 적 많았는데요. 베트남에서 태국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 국가 맥주들도 많이 마셨습니다. 종류가 많은 것도 좋았지만 가격이 굉장히 싸서 입이 찢어졌습니다. 주세가 낮은 거 같았어요. ^^
@장맥주 사실 전문적으로 외국어를 하진 않아서 괜히 멋쩍습니다.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늘 공백이 많은 채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 싶으면서도 커다란 벽 앞에 설 때가 있더라고요.
저에게는 영어부터가 40년째 커다란 벽입니다. ^^;;;
제 동생이 캐나다로 이민 간 대만/홍콩 남자랑 20년 전에 결혼했는데, 그때 제부 쪽 부모님과 여동생이 한국에 2주 정도 머문 적이 있어요. 저도 그땐 영어가 듣기밖에 안 될 때라....아주 조용히 시댁 어르신들과 제주도에 여행도 가고, 식사도 하고...그리고 홍콩 가서 피로연도 하고.....계속 조용하게 지냈어요. 시댁과의 갈등 없이, 평화로운 가족간의 모임이었습니다. 동생하고 제부도 아주 중요한 것 외에는 디테일은 알아봤자 분란만 일으킨다며 통역 안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전 결심했습니다. 한국어 못하는 사람과는 결혼 못한다며....ㅎㅎㅎ 다행히 한국인과 결혼했습니다.
ㅎㅎ 배우자는 한국말 되고, 시가나 처가는 한국말 안 되는 구성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ㅋ
제 경우도 오히려 공통의 언어가 없으면 표정과 몸짓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인도 최북단 라다크 지역을 여행할 때의 일인데요. 어쩌다 '스쿠르부찬'이란 곳으로 누군가의 사진을 전달하러 갔었어요. 정확한 주소도, 이름도 모르고 딸랑 사진 한 장만 들고 가서는 온 동네 사람들에게 사진을 내밀며 묻고 물어서 이름을 알아내고 집도 알아냈어요. 지도도 없고, 번역기도 없던 시절이었고, 게다가 게스트하우스도 없는 곳이었는데 영어도 통하지 않아서 어느 순간 저는 한국어로 말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결국 하룻밤 머물 방도 구할 수 있었고, 점심 초대도 받고 몇 년 후에 만나자는 약속도 하고, 초등학교도 방문하고, 마침내 사진의 주인공을 찾아 사진도 전달하고... 어떤 만남은 언어보다 마음이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수키를 떠올리니 그건 일회성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서로에게 필요한 오해로 채워진 대화였을 수도 있고요.
용감하신 분~~ㅎ
@최영장군 용감보다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걸로 할게요ㅎㅎ
9. 그런 경험 당연히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 끝내고, 일년 계약으로 멕시코에서 일을 했었는데, 스페인어를 1도 모르는 상태에서 갔었거든요. 회사에서야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는데, 회사밖에서는 그게 안되잖아요? 1990년대 후반이니 지금처럼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수도 없고… 그래도 스페인어를 익히기 전까지는 영어와 손짓발짓으로 살아남았던 기억 있습니다.
오~~ 수키 증후군 걸리면,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 교체 가능성을 보여 주실 것 같습니다 언어 교체 후보군이 많네요~
꽤 오래된 얘긴데, 베트남의 어느 도시에 갔었던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그곳에선 영어를 할 줄 아는 분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 심지어 호텔에서도 아주 기초적인 대화만 가능했습니다 - 손짓발짓 소위 바디랭귀지로 겨우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깨닫게 되었어요. 손짓발짓에 겯들여지는 단어식 영어조차 불필요하다는 것을요. 저는 이후로 그냥 편하게 한국말로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피차 상대 언어를 이해 못하는데 어떤 언어를 쓰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 때 느낀 그 홀가분함이란!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신기하게도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편 동시에 아라비아 숫자가 진정한 세계 공통어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외국어는 못해도 모두 아라비아 숫자는 알고 있었고 따라서 피차에게 중요한 계산 (그리고 흥정)은 펜으로 쓰면서 전혀 문제 없었다는 얘깁니다.
댓글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ㅎㅎ 포인트 드리겠습니다!!
아마 대부분 외국인과의 만남일 텐데요.. 전 딱히 외국을 많이 나가본 적은 없고...해서.요. 대신 첫회사 입사하고 첫 팀 회의때 생각이 났어요. 분명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서.. 노트에 한 글자도 못 쓰고 나왔던 기억이 지금도 있어요 ㅎㅎ
업계별 전문용어는 외국어죠~ㅎㅎ
@아린 분명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을 때의 막막함 또한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듯해요. 저는 대학원 석사 1학기 때 분명히 책을 읽고 갔음에도 강의실을 채운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ㅎㅎ 그날은 '아, 나는 우주 최강 멍청이구나.' 한 문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트랙킹을 하고 내려오다가 일행이 다리가 풀려서 계속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적이 있어요. 택시 앱을 쓸 수 없는 장소여서 난감하던 차에, 거기서 캠핑중이던 러시아인 두 명을 만났죠. 그들이 차를 가지고 있어서 태워다줄 수 있는지 묻는데, 그 둘은 영어를 전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만두귀를... 가지고 있었어요... 만두귀를 가진 러시안... 후... 그래도 의지할 사람이 그 두 사람 뿐이어서 구글신의 도움을 받아 번역 앱으로 어찌저찌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차를 얻어 타고 내려오는 동안에도 바짝 긴장했었는데,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에서 우릴 내려줄 때는 진짜 정말 엄청나게 고마웠습니다 ㅠㅠ
카렐린은 만두귀가 아니어서 의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긴 귀가 매트나 상대방에게 쓸릴 일이 거의 없었으니...)
논점을 약간 벗어나간 답이긴 하지만 저는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 소통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언어를 잃어버린 실어증 환자들과는 자주 소통하는 편입니다. 브로카 실어증은 소통하기 편하고 (내가 할말만 해도 되니까...),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은 소통이 잘 안되지만 손짓 발짓을 하면 약간은 통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가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기 어렵다는거죠. 이상한 말이긴 한데 외국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습니다. 대부분은 단어순서가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는 정말 쉴 새없이 전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계속 했는데(엄청 답답해 하면서), 예전에 교회다닐 때 들었던 방언같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외국어는 아닐가 라는 생각은 못 해봤습니다.
손짓 발짓을 통해 약간은 통하기도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몸짓의 원초적 힘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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