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에서 오는 에피소드가 있는 것 같아요. 첫째로 태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제일 먼저 태어났다는 사실로 인해 성숙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의 아이로서 남고 싶은 마음과, 부모님의 심리적 지주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의 충돌이 일종의 정체성 간극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밍묭
최영장군
그렇죠~ 가족 내 형제자매 관계, 출생 순번이 성격과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 크다고 학자분들도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요
장맥주
사람마다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갖고 있고, 아마 누구나 다 스스로를 경계인이라고 생각할 거 같아요. 자신이 온전하게 이해받지 못하는 감각을 다들 품고 살겠지요?
저는 제가 품은 정체성들 사이에서 갈등은 별로 심하지 않다고 여기는 편입니다. 그 정체성들을 그럭저럭 잘 통합하고 있다고 자부하고요. 다만 제 정체성에 대한 오해는 자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좀 쉬운 말로 하면 ‘너는 누구 편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고, 제가 뭐라고 답해도 남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도 좀 생각해봤는데요, 일단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체성의 틀이 저와 안 맞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제가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이 매우 명확한 사람인데, 공교롭게 한국에 그에 맞는 정당이 없습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이제는 정의당도 싫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민주당을 싫어한다고 하면 국민의힘 지지자인 줄 알고, 국민의힘을 싫어한다고 하면 민주당 지지자인 줄 압니다.
정당 지지자보다 더 엉성한 게, ‘주류-비주류’라는 구분인 거 같습니다. 무슨 기준이 있는 걸까요? 저에 대해 ‘문단 주류 작가’라는 말을, 썩 듣기 좋지 않은 뉘앙스로 하는 걸 들으면 반문하고 싶어져요. 지금 한국 문단에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PC에 반대하는 40대 남성 소설가가 주류 맞느냐고요. ㅎㅎㅎ
최영장군
작가님의 창당을 기대하겠습니다 (발기인 숫자 모자라면 저라도...ㅋ) 제가 얼핏 듣기로는 작가님이 PC통신 때부터 작품 활동을 하셨다고 해서 아마 PC 관련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ㅋㅋ
아, 그리고 문단 주류 작가가 아니셨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나중에 문단 주류 작가님들 연락처 좀...ㅍㅎㅎ
장맥주
아재개그당 같은 걸 만들어야 할 듯합니다. ^^
은쏘
저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똑똑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이미지로 보여지는데, 사실은 많이 다릅니다. 허당이고 다른 사람이 이끌어줘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때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내 모습에 맞춰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사회로 나오니까 그 기대치를 채우는게 힘들더라구요. 그 부분에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어서 지금은 내려놓고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최영장군
채울수록 공허해지고, 내려 놓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종종 받기도 합니다 파이팅~!!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언제나처럼 지난 질문들, 한국문학, 한식, 케이팝 등의 정의나 정체성에 관한 의견을 나눠 주셔도 좋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챠우챠우 님과 @물고기먹이 님께서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 주셨는데, 이 부분을 독자님들 그리고 @전승민 평론가님과 함께 얘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승민 평론가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일단 전문연구자 입장에서는 (생물학자들이 원산지나 무슨 속, 무슨 목, 무슨 과 등을 따지듯이) 당연히 문학의 계통이나 그에 따른 분류가 중요한 부분일 텐데요.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는 국적이나 문예사조 등을 사전정보로 알고 있는 것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오히려 작품 이해를 제약 또는 방해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을까요? 더 구체적으로 작품이나 작가의 국가성, 민족성, 언어성 등을 아는 것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 연구자들과 평론가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그리고 한국문학, 케이팝, 한식 등과 관련된 질문과 연계해서 독자분들께 가볍게 툭 던지지만, 언어와 정체성에 관한 책의 테마를 아우르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국적, 민족, 인종, 성별, 신앙 같은 정체성은 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분쟁의 발화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13. 수키 증후군에 걸려 모어가 교체된 수키(혹은 숙희)는 한국인인가요, 미국인인가요, 인도인인가요?
siouxsie
전 미국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교포분이랑 일하는데, 전 당연히 그 나라에서 태어나 30년을 살았으니(현재 37살) 계속 일본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어느 날 같이 일하는 다른 직원이 '왜 자꾸 OO씨한테 일본인이라고 해? 재일교포면 한국인이지." 해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전 '성장 시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를 보낸 나라의 정체성이 제일 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참...어렵습니다.
가끔 나는 이스라엘 사람인데, 미국에 살아~ 이러면서 국적란에 'USA'라고 쓰고....
근데 이것도 케바케라서, 본인이 말하는 국적이 자기 국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수키 씨에게 질문합니다. 수키 씨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최영장군
(수키 본인은 @siouxsie 님 의견처럼 미국인이라고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아린
네 저도 수키씨에게 물어보는 게 정답인거 같아요.
생물학적으로 부모가 누구 인지 어느땅에서 태어났는지 어디에서 자랐는지 어느 언어가 모국어로 느끼는지.. 그런 걸 넘어서 스스로가 나의 국적을 뭐라고 느끼는가 가 답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수키씨는 미국인이라고 느낄거 같아요..
근데 한국에서 잘 정착해서 살아서 아주아주 나중에 수키할머니가 되었다면..미국인으로 태어나서 한국인으로 죽는거 같다..라고 할거 같긴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 이주민이 여전히 북한 사람이라고 느끼는지 남한사람이라고 느끼는지는 각자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전승민
아, 이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 같아요. 당사자 본인이 느끼는 정체성의 감각이 가장 중요하지! 하고 깨닫고 갑니다 :)
전승민
13. 정말 어려운 tricky 질문이네요... 정치/외교적 입장에서 그녀는 인도계 미국인일 것 같고, 증후군에 걸린 이후 한국 문화를 점점 접하고 언어를 더욱 탁월하게 사용하게 되는 지점부터는 또 한국인일 것 같고요.
정체성이라는 건 시공간을 초월해서 절대적으로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개의 정체성이 여러 국면을 거치면서 변화하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라면, (한국이라는 좀 더 협소한 지역 내부에서이지만) 유년기부터 스무살 이전까지는 경상도 사람이었을 것이고, 스무살 어느 시점부터 지금까지는 서울 사람이 제 정체성이 되겠죠. 경상도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서울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의해 파괴되거나 없어지지는 않지만, 서로 충돌할 것 같은 두 정체성이 지금 저에게는 공존합니다. 수키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정체성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점점 더 많아지기도 하고 덧씌워지기도 하고 겹쳐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마치 양파가 자라서 껍질이 겹겹이 많아지는 것처럼요.
게다가, 그냥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중간에 다른 곳에서 상경한 사람으로서의 서울 사람은 또 다른 정체성이겠지요.... 입체적인 아이덴티티!
최영장군
입체적인 아이덴티티~ 완전 느낌 오는 표현입니다!!(평론가님 혹시 오전부터 한잔??ㅎ) 정체성이 평면에서 입체로 나아가면서 다각도에서 살펴야 할 필요나 여지가 생긴다, 좋습니다 @전승민 평론가님께도 마음포인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전승민
앜ㅋㅋ 한잔이라뇨! 저는 요즘 금주중입니다.. (예전처럼 간의 해독작용이 빠르질 못한 것 같습니다 흑흑) 포인트 받는 거 이거 정말 기분이 좋네요!ㅎㅎ
모시모시
국적이라는 게 실제로는 여러 문화권, 지리권에 걸쳐 또는 시간에 따라 이주하며 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어떤 스펙트럼 같은게 아닌가 싶어요.
여러나라를 이주해 다니면서 산 저는 뭔가 한국인 70%인데 30%는 뭔가 코스모폴리탄? 이런 저를 따라 어릴때부터 이주하면서 산 우리 아이는 그 퍼센테지가 또 다르겠죠.
수키도 미국인, 한국인, 인도인 사이의 정체성 퍼센티지가 계속 움직이는 삶을 살지않았을까 싶네요. 어디에서도 100%가 되지 못하고요.
최영장군
(아이덴티티의) 스펙트럼~!! 오늘 무슨 날인가요? 정곡을 찌르는 표현들이 쏟아집니다 ㅎㅎ @모시모시 님께도 포인트 담뿍 드리겠습니다!!
새벽서가
공감해요. 저도 햇수로만 계산을 하니 제 인생의 5/3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외국에서 살았고, 사는 중이에요. 당연히 같은 나이의 사람들중 한국에서만 내내 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징 수 밖에 없구요. 각기 다른 인종, 문화, 언어에서 자란 부모를 가진 제 아이들의 경우 엄마나 아빠의 나라/문화/언어보다는 본인들이 나고 자란 미국이 모국이고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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