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소설쓰는지영입니다 님이 독자분들과 나누고픈 질문을 미리 몇 가지 주셨는데, 그 중에서 이 장과 관련한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벌써 열 번째 질문이네요.
10. '수키 증후군'은 분쟁이나 갈등 같은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정체성이 사라져 '사회적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입니다. 지금 현실에 수키 증후군이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요?
[📕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수서동주민
수키증후군은 언어는 원어민이지만 문화는 동화되지 않는 증후군이잖아요. 저는 현실에서 파키스탄 노만이 그런 케이스로 보였어요. 파키스탄 출신 노만은 5살 때 한국에 와서 청소년기까지 쭉 살았거든요. 그래서 국적은 파키스탄 사람이지만 문화정서적으로는 완전한 한국인이었어요. 그런 노만에게 비자가 나오지 않게 되어 미성년자신분이 끝났기 때문에 본국인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외모나 국적이 파키스탄인이어서 파키스탄 문화에서 부적응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dXyungmp0bA 마치 미국인이 한국에서 지내는 수키를 만나 인터뷰하는 느낌이에요
최영장군
생각해 볼 케이스군요... 수키 증후군에 걸리지 않은 수키가 인도로 돌아가서 영어를 쓰는 상황과 유사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장맥주
아... 이런 분이 계셨군요. 몰랐습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네요...
아린
아무래도 고려인이나...뭐...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하숙희가 되어서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 여기저기 시골 장터 같은데에서 방송하는 모습을 읽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미국인도 한국인도 인도인도 아닌 수키 또는 숙희가요..
최영장군
그러게요... 원락 모어도 하면서 언어 하나 추가되는 거면 좋을 텐데... (그러면 소설적 상황으로는 긴장감이 풀어지겠지만요)
밍묭
저도 우연히 유튜브로 접했던 파키스탄 청년이 생각났어요. 자란 곳은 한국인데 본의 아니게 파키스탄으로 복귀한 뒤에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며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본인에게 낯선 나라에서 애쓰며 살아가는 모습이 수키와 다르지 않은 점에서 비슷하게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영장군
자기가 생각하는 정체성과 타인이 규정하는 정체성 사이의 괴리가 하늘과 땅 차이처럼 벌어진 사례인 것 같아요...
아린
저도 유튜브에 본건데 백인 외국인인데 부모가 한국에 오래 살아서..태어나서 쭈욱 한국에서만 살아서 한국어를 아주 잘하고 영어는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언어처럼 낯선데..외모만 보고 한국어는 하는데 영어는 낯설어 하는 친구한테 ..
왜 영어 못하냐면서 계속 놀라는 거였는데..어느 정도 설정이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태어나고 쭉 산 곳은 한국이라 한국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외모는 백인이라 자꾸 주변에서 낯설어 하는 거나..비슷하지 않나 싶 어요.
내가 느끼는 나와 남이 느끼는 나가 너무 괴리가 생기면 혼란할 거 같긴합니다.
장맥주
저는 난민의 상황이 수키증후군에 걸린 사람과 겹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작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는 채로, 이해 받지 못하는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점에서요. 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집단 난민보다는 개별 난민, 혹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정치적 망명을 하는 사람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을 일종의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수키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비록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그들끼리는 ‘수키증후군’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았고요.
최영장군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개별 난민'과 같은 개념으로까지 발전시키지 못했는데... 암튼 저도 개별 난민 신청 하고 싶습니다...(웃픔)
전승민
'난민'이라고 구체적인 상황을 짚어주신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망명의 통상적인 개념보다 조금 더 확장해서 '안정된 정체성'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떠나 표류하게 되는 상황인 듯해요.
장맥주
좋아하는 평론가님에게 칭찬 들어서 어깨가 으쓱으쓱해집니다! ^^
윈도우
질문을 보며 저는 조금 다른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수키증후군과 같이 언어에서 비롯된 정체성 문제가 아닌 그냥 정체성 자체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공부하고 생활해 온 재일조선인들은 말과 습성과 사고가 일본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한국적인 것이 남아 있겠지만요. 그러나 일본으로 귀화하지도 않고 한국이나 북한 국적도 취득하지 않은 무국적의 신분으로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그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 양태는 다르지만 수키증후군으로 인한 사회적 죽음의 모습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최영장군
오, 생각해 볼 내용 같습니다...
새벽서가
정치적 망명자와 난민이 떠올랐습니다. 난민의 경우 집단이 움직인 경우라면 그래도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과 함께이니 덜하겠지만, 정치적 망명자나 홀로 떨어진 난민이라면 새로운 사회, 언어, 문화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이 아닐까 싶어서요.
최영장군
맞습니다 소통 그 자체가 주는 기쁨이 있을 텐데 말이죠...
모시모시
딱 맞는 케이스는 아닌데, 전 외국 순환근무가 있는지라 제 아이가 생각났어요. 어른들이야 일 때문에 그렇다치지만 타의로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곳에 준비없이 가게된 아이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립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낯선환경에서 가족의 지지가 중요했었을텐데 충분히 보듬어주지 못했던가 싶어 괜히 미안해집니다.
최영장군
국제적인 정체성 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요~
루지로지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들 속에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에 대한 판단할 틈도 없는...그 속에서 속된 말로 매장된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장작가님의 '미세좌절의 시대'에서도 언급됐던 감자칩 같은 '밈'의 속성이 가득한 요즘엔 그 속도와 방향성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론이 실종된 마당에 폭발적인 혐오와 비난의 포격을 맞다가 쓰러지는, 사회적 조롱과 비아냥 속에 희생되는 죽음 아닌 죽음들 그리고 이러한 사냥감을 찾는 행태가 무한 반복되는 시대 자체가 '수키 증후군'의 가장 현실적이고도 거대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최근에 장작가님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자꾸 겹쳐보이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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