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된 얘긴데, 베트남의 어느 도시에 갔었던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그곳에선 영어를 할 줄 아는 분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 심지어 호텔에서도 아주 기초적인 대화만 가능했습니다 - 손짓발짓 소위 바디랭귀지로 겨우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깨닫게 되었어요. 손짓발짓에 겯들여지는 단어식 영어조차 불필요하다는 것을요. 저는 이후로 그냥 편하게 한국말로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피차 상대 언어를 이해 못하는데 어떤 언어를 쓰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 때 느낀 그 홀가분함이란!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신기하게도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편 동시에 아라비아 숫자가 진정한 세계 공통어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외국어는 못해도 모두 아라비아 숫자는 알고 있었고 따라서 피차에게 중요한 계산 (그리고 흥정)은 펜으로 쓰면서 전혀 문제 없었다는 얘깁니다.
[📕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윈도우
최영장군
댓글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ㅎㅎ 포인트 드리겠습니다!!
아린
아마 대부분 외국인과의 만남일 텐데요..
전 딱히 외국을 많이 나가본 적은 없고...해서.요.
대신 첫회사 입사하고 첫 팀 회의때 생각이 났어요.
분명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데 무슨 말 인지 하나도 몰라서..
노트에 한 글자도 못 쓰고 나왔던 기억이 지금도 있어요 ㅎㅎ
최영장군
업계별 전문용어는 외국어죠~ㅎㅎ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아린 분명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을 때의 막막함 또한 우리를 좌절하게 만드는 듯해요. 저는 대학원 석사 1학기 때 분명히 책을 읽고 갔음에도 강의실을 채운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ㅎㅎ 그날은 '아, 나는 우주 최강 멍청이구나.' 한 문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독갑
러시아에서 트랙킹을 하고 내려오다가 일행이 다리가 풀려서 계속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적이 있어요. 택시 앱을 쓸 수 없는 장소여서 난감하던 차에, 거기서 캠핑중이던 러시아인 두 명을 만났죠. 그들이 차를 가지고 있어서 태워다줄 수 있는지 묻는데, 그 둘은 영어를 전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만두귀를... 가지고 있었어요... 만두귀를 가진 러시안... 후... 그래도 의지할 사람이 그 두 사람 뿐이어서 구글신의 도움을 받아 번역 앱으로 어찌저찌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차를 얻어 타고 내려오는 동안에도 바짝 긴장했었는데,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에서 우릴 내려줄 때는 진짜 정말 엄청나게 고마웠습니다 ㅠㅠ
최영장군
카렐린은 만두귀가 아니어서 의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긴 귀가 매트나 상대방에게 쓸릴 일이 거의 없었으니...)
챠우챠우
논점을 약간 벗어나간 답이긴 하지만 저는 다른 언어를 쓰는 사 람과 소통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언어를 잃어버린 실어증 환자들과는 자주 소통하는 편입니다. 브로카 실어증은 소통하기 편하고 (내가 할말만 해도 되니까...),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은 소통이 잘 안되지만 손짓 발짓을 하면 약간은 통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가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기 어렵다는거죠. 이상한 말이긴 한데 외국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습니다. 대부분은 단어순서가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챠우챠우
어떤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는 정말 쉴 새없이 전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계속 했는데(엄청 답답해 하면서), 예전에 교회다닐 때 들었던 방언같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외국어는 아닐가 라는 생각은 못 해봤습니다.
최영장군
손짓 발짓을 통해 약간은 통하기도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몸짓의 원초적 힘이 느껴집니다!!
은쏘
다들 엄청난 경험을 하셨네요... 저는 아주 어렸을때 원어민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던 때만 생각납니다. 그때는 초등학생이었으니까 손짓 발짓을 포함한 바디랭귀지와 그림을 통해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차원적인 대화가 아니라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ㅎㅎ
최영장군
그것이 오히려 훨씬 더 고차원의 대화였는지도 모르겠네요~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
@siouxsie 님께서는 폴란드인인데 독일어 사용자와 구글번역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신 것 같던데, 다른 분들 이야기나 다른 사례도 궁금합니다
나르시스
요즘 바빠서 커피숍에 못 가서 예쁜 사진을 못 찍었네요.
늦었지만 책인증샷 올려요
김의경
너무 예쁘네요^^
라아비현
책 드디어 왔네요 히필 책나래 서비스가 점검중이라 늦었지만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최영장군
드뎌 도착했군요 함께 잘 읽어 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siouxsie
“ 시련이 있어야 날 수 있어, 그렇게 되뇌며 오늘의 실패와 절망을 차곡차곡 쌓아 가던 이. 네가 겪어야 했던 상실들, 말을 잃고 몸을 잃은 것도 날기 위한 시련이었을까. 지금의 너는 그토록 원하던 세상을 날고 있을까, 성공과 희망이 너를 붙들고 있다 한들 내게는 네가 없는걸.
그럼에도 그곳에서 날고 있길 바라고, 또 바라.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26p, 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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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 아주 잠깐 기대했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벤이 이 일을 계기로⦁⦁⦁⦁.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기도는 언제나 아픈 아이보다 일 분만 더 살게 해 달라는 부탁으로 끝이 났고, 그 바람만이 유일하게 실현됐다. 그 역시 기적이였나.
나의 아가. 벤. 엄마가 곧 갈게. 우린 다시 만날 거야. 그리고,
바라건대 내게서 멀어진, 흩어진 아이를 지켜 주소서.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106, 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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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책을 읽고 있는중인데 위 글이 좀 감명 깊어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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