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문장 너무 좋습니다. 읽고도 기억하지 못하나 걱정했는데, 전 아직 53쪽 읽고 있습니다. ㅋㅋ
일기를 씁니다. 대학 때부터 쓴 걸 갖고 있어요. 매일 쓰는 게 아니라서 많지 않아요.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일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일기를 다시 읽어보진 않아요. 여기다 쓰고 아예 잊어버리려고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페이지의 첫장에 쓸 때는 좋은데 노트의 오른쪽 면에 일기를 쓰게 되면 왼쪽 면을 안 보려고 무척 노력해요.
잊으려고 쓰는 일기... 묘한 울림이 있습니다
설정된 상황과 용어와 지역들이 익숙하지 않아 앞부분을 한 번 읽고 다시 읽는 중입니다. 그런데 문득 작가님에게 질문이 생겼습니다. @소설쓰는지영입니다 글 중의 숫자를 아라비아숫자가 아닌 모두 한글로 적으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사실 숫자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눈과 입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야하는 불편감이 있거든요.
오! 저도 그거 궁금했어요. 뭔가 읽으면서 위화감이 들었던 게 그 부분이었군요!
@윈도우 숫자 관련 질문은 처음이라 신선하면서! 두려워지면서! 저도 다시 소설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불편감과 위화감을 느끼셨다니 죄송하고요. 아라비아 숫자는 직관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데에 비해 한국어로 표기하면 읽을 때 조금 더 시간과 에너지가 들죠. 그래서 교정 과정에서 아라비아 숫자로 바꾼 곳도 꽤 있습니다ㅎㅎ 쓸 때는 시선이 빠르게 지나치지 않고 숫자 위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정보에 불과할 수 있으나, 그래서 그냥 넘기는 것들을 불편할지라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두 분의 의견을 생각하며 다음 작품에서 숫자의 한국어 표기는 고민해 보겠습니다.^^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아! 제가 궁금했었던 것은 불편할 것을 작가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왜 그랬을까? 하는 점이었구요, 답변 주신 것처럼 시선이 빠르게 지나치지 않고 좀 더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원하셨던 것이었다면 성공?하셨습니다. 글자 하나하나 일부러 또박또박 눈으로 읽고 지나갔으니까요. 참고로 저는 계속 한국어 표기 찬성입니다.
약간 딴 얘기일까요? 저는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을 읽는 동안 갑자기 주변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다가 정반대의 괴상한 장면들이 나오는 작품들을 떠올렸어요. 바로 할리우드 SF 영화들이요. 외계인 혹은 다른 문명에서 온 존재들이 다짜고짜 영어를 쓰고 지구인들이 그 광경을 아무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잖아요. 그 중에서도 특히 제 생각에 괴상한 장면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인데요, 여기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어벤져스 멤버들이 서로 적으로 오해하고 싸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참 싸우다가 “너도 지구에서 왔니” 어쩌고 하며 오해를 푸는데, 야 이놈들아 너희들 여태까지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있었잖아 그러면 지구에서 온 거지... 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입니다. 아쿠아맨이 동생 옴에게 치즈버거랑 타코가 얼마나 맛있는지 설명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영어가 아주 유창한 옴은 치즈버거랑 타코가 뭔지 모릅니다. 도대체 영어를 어디서 배웠기에 치즈버거랑 타코를 모르면서 그 외에 다른 영어 어휘들은 막힘없이 구사하는 걸까요? 신기합니다.
그런 면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가 외계인과의 의사소통에 생각할 지점을 만들어 줬던것 같아요 원작 소설 보다 좀더 이해하기도 쉬웠고요 그때 표의문자인 한자와 표음문자인 한국어 영어 등등의 언어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외계언어를 익히면서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알아 버리고도 어떤 선택을 하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펑펑 울었네요
저는 원작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걸로 어떻게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영화는 보지 않았어요. (게다가 영화는 늘 부수고 폭발시키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만 보기도 하고...) 그런데 소설보다 오히려 더 좋으셨다니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논리를 잊게 해 주는 매력~ㅎ 이건 완전 엉뚱한 얘기이긴 한데,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에서 타노스 때문에 인류 절반이 급성 수키 증후군에 걸려 먼지화 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ㅋㅋ
앗. 맞네요. 그거 수키증후군이었네요.
@최영장군 실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대로 안 봤는데ㅎㅎ 어쩐지 봐야 할 것도 같습니다!
@장맥주 그래서 저는 다짜고짜 영어로 대화가 이루어지면 오히려 집중이 안 돼요.... 저 세계도 영어가 디폴트인가.... 왜? 대체 왜? 이러다가 흥미를 잃게 되더라고요. 태국 시암 왕국을 배경으로 하는 <Anna And The King>도 라마 4세를 주윤발이 연기하고 태국어는 아주 조금씩 나오거든요. 이러면 오히려 몰입이 방해되는데 그러다가 자본이 만든 결과물이지, 이렇게 생각하며 흐린 눈을 하곤 합니다.
저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는 내내 ‘엄청나게 돈 많은 미국 영화 스타들이 가난한 프랑스 민중들이 봉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노래를 영어로 부르고 있네’ 하는 생각을 했어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기억'에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통합 4번째) 드리려 합니다 @요가하는소설가 님께서 수집한 문장,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지 마요. 기억나지 않는 건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 거예요. 기억에게도 숨을 권리를 줘요."(81페이지) 와 관련된 것인데요. 함께 나누고픈 질문도 같이 주셨습니다 4.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나지 않는, 스스로 숨어버린 듯한 과거의 경험이 있나요?
핸드폰 어딨다 놔두었지. 이런 거? ㅎㅎ 기억에도 숨을 권리를 줘요. ㅎㅎ
@수서동주민 아... 그래도 우리 휴대폰을 둔 위치에 관한 기억은 숨지 않게 해요. 실은 저도 얼마 전에 휴대폰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 찾았습니다..!
핸드폰에도 숨을 권리를 줘요 ㅎㅎㅎ
딸아이가 아이었을때 했던 말들이요. 어렸을때 때따끼 (세탁기) 랑 때끄끼 (태극기) 랑 헷갈려서 말했었는데.. 그런 게 많았는데..다 잊어버렸어요. 아가때 귀여움을 기억해서 사춘기때 화나게 할때마다 다람쥐가 도토리 까먹듯 꺼내먹으며 살아야 한다는데.. 기억남는게 별로 없네요.. 진작에 동영상좀 많이 찍어 둘 걸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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