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이 OTT매체 어딘가에 떴으면 하는 바람입니당
저는 고등학교 여름방학 한달동안의 내 모습을 그린 성장소설로 남기고 싶네요. 그 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던 때네요. 그 모습을 보면 지금 저의 절반은 이해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의 일이 기억나시다니! 젊은이!! ㅎㅎㅎ
여름방학 한 달, 지금 절반의 이해... 느낌 와 닿습니다~ 마음포인트 드리겠습니다!!
오! 정말 재미있는 질문이에요! ㅎㅎ 제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저는 그게 블랙코미디 장르였으면 하고, 결국은 인물이 자신이 바라는 성장에 도달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길 바랍니다! ㅎㅎ 이렇게 쓰면서 상상해보니 급 기분이 좋아지네요. 정말 좋은 질문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블랙코미디... 달콤쌉사름한 초콜릿~~ㅎㅎ
저는 어른동화였으면 좋겠어요.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읽히지만, 그 안의 내용만은 압축되어 묵직한 동화!
오~ 의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스토너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siouxsie 님도 써주신 것처럼.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살다 특이점 없이 생을 마감하면 좋겠어요 .. 어제 다른분과 이야기 하다가 어떤 것에 애를 태우며 바래본적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딱히. 애가 탈정도로 뭘 바란 적이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정도의 무엇이라면.. 잘 바라지도 않고..바랬다가 안되더라고 사실 내 꺼가 되긴 벅차긴 했지라고..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되는 거 같아요.. 뭔가 애걸복걸 바라는 것이 없이 잔잔하게 살다가는 그런 슴슴한 에세이로 남고 싶습니다.
잔잔하고 슴슴한 에세이, 아름다울 것 같아요 👍
예전에 어른들이 종종 그런 말씀 하시던 기억이 있어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면 한 편의 소설이라고. 저는 제 인생이 현재까지는 꽤 다이내믹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지만, 개개인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구든 사건 사고 한 두개는 있을 것 같고 저는 다만 그 수가 훨씬 많았던것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저는 어드벤쳐 장르의 소설의 삶을 살았고 이제는 잔잔히 조용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에세이느낌의 일상과 삶의 기억으로 엮인 책처럼 남은 제 인생을 살고 싶어요.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어느 해 10월 엄마와 딸이 도쿄, 오사카, 교토를 여행하며 나눈 대화, 감정, 기억. 각자 다른 시간에 도쿄에 도착한 두 인물은 함께 저녁 거리를 걷고, 비바람을 피해 조그만 식당에서 식사하고, 미술관과 사찰, 중고 서점에 방문한다.
어드벤처 마치시고, 잔잔한 에세이 같은 평정함 기원드립니다~!!
꼭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려구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교양소설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 생각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고 어제 접속 못하고 오늘 와서 이제야 봅니다. 기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믐 북클럽 들어오기 전에 혼자 읽고 노트에 기록해두었던 가장 큰 키워드가 저도 기억이었거든요. 몸이 먼지화 되어 사라지는 상황에서, 그리고 모어가 바뀌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정체성 중 가장 확고하다고 할 만한 것이 바로 ‘기억’일 텐데요. 흔히 다른 소설에서 기억은 이야기 속 현재가 펼쳐지게 하는 배경이 되거나, 인물의 욕망을 보여주거나 결핍을 보여주죠. 물론, 이 소설에도 기억의 내용이 그런 효과를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그보다도 기억 속 내용 자체가 인물의 정체성과 강하게 연결되고, 소설 속 현재의 시간 속에서 유실되는 많은 혼란 속에서도 ‘남는’ 것, 마치 바닷가의 파도가 아무리 세차게 왔다갔다 해도 해변에 남아 있는 모래 알갱이들처럼, 각 인물의 중심이 됩니다. 소설 전체의 틀을 잡기도 하는 다큐멘터리의 형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고요. 다큐멘터리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현재를 실시간으로 뒤쫓는 작업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인물들이 프레임 바깥에서 건너온 다른 시공간, 경험, 그것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형식이에요. 그렇다면 이런 맥락에서 이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는, 각 인물들의 기억(정체성)을 추적하면서 살펴보는 시선의 형식일 테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인물 당사자들의 진술 속에서 살펴보는 시선의 모습이 됩니다. 그러니까, 단지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평면적인 시간의 기록, 역사가 아닌 것이지요. 기억을 통해서 과거의 경험이 인물의 현재로 소환되고, 정체성을 구성하던 기억들이 다시 현재화되면서 결국 타인들의 서로 다른 정체성과 이어지고 엮이는 역동적인 과정…. 이 소설 속에서 ‘기억’은 이러한 것들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어쩌면 생은 명징한 순간보다 흐릿한 기억으로 버티는 게 아닐까. 충족되지 않는 감각에 기대어 상상으로 채우는 것과 함께.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244, 지영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함께 책을 읽는 시간도 끝을 향해 가네요. 읽어주셔서, 또 각자의 기억과 생각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몇 자(실은 좀 길게ㅎㅎ) 적어봅니다. 1. ‘시오’가 수키를 찾아간 섬 ‘코코 라오’는 태국어에서 따왔습니다, 태국어로 ‘코/꼬’는 섬을 뜻합니다. 거기에 ‘듣다’와 ‘말하다’ 중 하나를 골라 섬 이름을 정하려고 했어요. 제가 아는 선에서 태국어로 ‘듣다’는 ‘팡’과 ‘다이안’, ‘말하다’는 ‘푸웃’이었고, 그래서 코 팡, 코코 팡, 코 다이안, 코코 다이안 코 푸웃, 코코 푸웃을 떠올렸어요. 뭐가 됐든 어감이 귀여웠지만! 수키가 머물지도 모르는 곳과는 어울리지 않아서 선뜻 고르진 못했고요. 또 ‘듣다’와 ‘말하다’ 중 무얼 택할지도 정하지 못했고요. 그러다가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하게 됐고, 님만해민에 있는 서점 ‘란 라오’에 들렀는데요. 그때 ‘란 라오’가 우리말로 ‘말하는 상점’이란 뜻을 가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곳에 수차례 방문했었음에도 그제야 서점 이름이 마음에 새겨지더라고요. 게다가 ‘우리’를 뜻하는 ‘라오’도 있다는 것도 함께 떠오르면서, 그 자리에서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운 수키가 머무는 섬의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 아, ‘우리’와 ‘말하다’는 각각 เรา, เล่า로 ‘ㄹ’에 해당하는 자음이 다릅니다. + 아아, 코코라오와 그 주변 풍경은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코사무이, 코팡안, 코따오, 끄라비, 필리핀 보라카이 등이 있어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이 섬들에 관한 이야길 할 수 있길 바라며. 코코 라오, 우리의 섬이자 말하는 섬에서 과연 수키가 말하고 우리가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 소설 마지막에 달린 각주를 보셨지요? 혹시 오자를 발견하셨나요? ‘그럴지라도,’ 교정할 때 쉼표가 마침표로 고쳐졌는데 제가 다시 쉼표로 바꿨어요. 이 소설의 마침표를 찍는 이는 제가 아닌 독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침표들이 모이고 모여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이 완성되고, 또 완성되고요. 여러분이 찍어주신 마침표가 수키가 말하고 우리가 들었다는 걸 의미하는 듯합니다. 소설은 시오가 만드는 17번째 버전의 다큐입니다. 독자가 읽음으로써 18번째 버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고, 또 작가로서 계속 고민하고 씀으로써 19번째 버전이 만들어 질 거라고 믿어요. 그 마음으로 계속 쓰겠습니다. ‘계속’의 시간과 행위 속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힘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좋은 소설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드디어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지영 작가의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함께읽기가 오늘 마무리됩니다 언어, 정체성, 관계, 기억 등을 낯선 형식에 섬세하게 담아낸 소설, 다들 잘 읽으셨나요? 오늘은 마지막 시간이니만큼 질문 대신 독자분들의 감상, 의견 등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어떤 점이 좋았다, 어느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지영 작가에게 하고픈 말, 소설과 관련된 독자님들의 경험, 혹은 아무말 대잔치도 좋습니다 못다한 문장수집을 올려주셔도 좋고요 오늘 자정까지 마음껏 이야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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