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아마 정체성까지 바뀐다면 좀 살기가 편할까..그런 생각은 해봤어요.. 수키는 여전히 원래 먹었던 음식이 입맛에 맞는데. 한국에서는 적응하느라 한국음식 너무 맛있어요 라고 말할때 좀 짠하더라고요. 물론 외국사람도 한국음식 좋아할 수 있고..그렇게 말한 거라면 괜찮긴 하지만요..
음식 적응기... '사회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고식(?)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안 통한다고 해도 사회적 연결이 다 끊어지는 건 아니니까 ‘사망’은 아니지 않느냐 할 수 있겠는데요, 사람 정체성이라는 게 수십 수백 가지라고 생각해요(소설가, 관악구민, 중년, 한국인, 프리랜서, 다이어터, 남편, 아들, 알코올 중독자…). 그리고 자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때 그 정체성들 중 몇 가지는 죽는 거 같아요.
'일부의 죽음'... 어떤 맥락인지 캐치하였습니다~!!
네 저는 정체성 상실과 사회적 사망 둘 다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 단절로 인한 혼란과 주변인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이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들고 사회적으로도 움츠러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국에서 갑자기 이방인이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어서 여덟 번째 질문도 같이 드립니다. @김의경 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질문인데, 일곱 번째 질문과도 관련이 있네요. 8.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언어는 곧 실존이고,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언어 외에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미소를 짓고 나타난 승무원이 수키 앞에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을 내려놓는다. 수키는 옆자리의 에이전트 김을 따라 동그란 그릇 안에 담긴 쌀밥과 익히거나 볶은 채소 등을 젓가락을 뒤섞는다. 붉고 노랗고, 하얗고 푸른 것들이 비벼지고, 수키는 그것을 한입 크게 물고는 카메라를 보며 저는 한국음식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115~116, 지영 지음
음식이요! 이 장면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수키가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한국인 혹은 한국 친화적인 인물로 들어가는 장면같아서요. 저도 해외 여행을 갔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음식 앞에서 정체성이 판가름 날 때가 많았어요. 그들은 맛있게 먹는데 나는 먹지 못할 때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바로 내 정체성이 드러나죠.
그렇네요 음식은 정말 정체성이 몸, 그것도 예민하디 예민한 혀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저에겐 '직업'입니다. '블랙스완'이란 책에서도 본 거 같은데, 같은 한국에 살아도 의사 VS 선생님 보다, 그루지아에 사는 의사와 한국에 사는 의사가 더 말이 잘 통할 거라는 얘기를 보고 '그렇구나!'했거든요. 게다가 전 직업 때문에 성격이 완전 바뀌었거든요. 이야기도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하고 정말 잘 통해서,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가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큰 착각을 하고 살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르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워요 ㅜ.ㅜ
오... 저도요.. 현대사회로 갈 수록 나의 직업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고 하자나요.. 제가 하는 일을 배우자나 가족에서 잘 설명하고 온전히 이해 받는 직업이 점점 없어지는 거 같아요. 오히려 나랑 같은 직종에 있는 다른 회사 사람(국외도 포함)과 오히려 말이 통할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반대로 더욱더 제 직업군 밖에 있는 분들을 만나야 하는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더 옹졸한 생각에 갇히게 되더라고요.
맞아요...그래서 저를 파괴하는 과정 때문에 괴로운 것 같아요. 열심히 쇠똥구리처럼 저의 세계를 굴리고 있다가...새로운 사람과 세계를 만나 부쉈다가 다시 굴리고...부쉈다가 다시 굴리고... 그래서 책이 좋은가 봐요. 깨닫는 과정에서 상처를 덜 받아서?
저도 절친에게 제가 하는 일을 수없이 설명해줘도 다음에 만나면 다시 설명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공감됩니다 ㅠㅠ 함께 일하는 업계 사람들만이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죠...
전 그래도 요새는 어르신들만 헷갈려 하셔서 제 직업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걸 느낍니다 ㅎㅎ(월급은 아니고요)
저는 심지어 출판계 인사(출판사, 편집자, 평론가)들을 만날 때 느끼는 친밀감과 작가들을 만날 때 느끼는 친밀감이 다르고, 소설이 아닌 에세이나 비문학 책을 쓰는 작가들을 만날 때와 소설가를 만날 때 느끼는 친밀감이 달라요. 친한 작가와 안 친한 소설가를 만났을 때를 비교해도 후자가 더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소설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전에 서로 잘 모르는 소설가들이 한번 모인 적이 있었어요. 그 전에도 그 멤버 그대로 편집자들과 함께 만난 적은 있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소설가끼리 모인 자리가 훨씬 재미있었고, 심지어 어느 선배 소설가 분이 “(편집자 없이) 우리끼리만 만나니까 참 재미있다” 하고 확인 사살까지 하시더라고요.
그렇죠 공통의 전제가 없이 말을 하다 보면 답답하거나 오해가 생기거나.... 오늘이라고 하셨죠? 독일어밖에 하지 못하는 폴란드분 만나서 설득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 잘 되시기 바라겠습니다!!ㅎ
네~담당자분이 일에 빵꾸까지 내서 겨땀이 폭발했지만,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 진짜 구글번역기에 뽀뽀할 뻔 했네요
아름다운 마무리였다니 다행입니다~ (번역기 파이팅!!)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피는 한국인이어도 내가 외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듯이, 고유의 문화를 어디에서 접하고 익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아요. 이 고유의 문화가 나타나고 표현되는 것이 대표적으로 언어고요.
문화.... 컬쳐... 말씀해 주신 이 부분과 관련해서 (며칠 후) 또 한번 정체성 얘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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