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1, 3 중에 고민하다 아래에 브로카 증후군에 걸리면 필담도 불가하다는 글을 읽고 3번 수키 증후군으로... 제발 영어나 스페인어나 프랑스어같이 쓰는 사람이 많은 언어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ㅎㅎ 질문에 나온대로 먼지화만 없다면, 말씀해 주신 언어로 교체되어도 많이 서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영어 같은 경우에는 조기유학도 보내니까요~)
어쨌든 소통이 되어야할텐데... 브로카 실어증이나 베르니케 실어증은 결국 소통이 막히는 길이라... 차차악으로 3번을 선택해야할 것 같습니다.
3번 선택비중이 높은 것 같아요(모수가 작아서 통계적이라고까지는 얘기 못 하겠지만요) 3번은 언어 사용 인구수에 따라서 의견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소통 가능성 때문에....
6. 고민스러운 질문이군요.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저는 1번을 고르겠습니다. 제가 말을 줄이고 듣는 입장으로 사는 게 크게 불편할거 같지는 않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제게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상태이고 싶을 것 같아요. 수키 신드롬에 걸려 사용하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해도, 그 언어의 문화나 사회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그 집단에 소속되는 것도 쉽지 않고, 바뀐 언어 사용이 가능한 곳으로 옮겨가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겠다 싶어서요.
어렵네요.. 저도 3번 수키 신드로롬으로 고르겠습니다. 저에게 언어 표현이나 이해에 문제가 있다면 저는 바로 미쳐버릴거 같아요..
언어 교체가 무작위가 아니고, 접촉한 언어군에서 나타난다면 아무래도 소수 언어보다는 언중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언어일 확률이 더 클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3번 선택도 충분히 합리적일 듯합니다~
저도 3번, 수키 신드롬입니다. 어쨌든 언어능력은 남아있는 거니까요... 먼지화되지만 않는다면, 잃어버린 언어는 다시 익히면 되지 않을까요?
도서전 행사 등으로 며칠 제가 접속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다시 접속합니다. (반가워요!) 밀린 말들을 이제부터 차근차근 나누어보려 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설 안 세계에서 절대전능한 신이 작가라는 관점에서, 왜 테러피해자들에게 작가는 언어바뀜이라는 벌칙을 주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었어요. 기록함으로써 폭력에 적극 대항하는 작가님의 성향상 분명 테러 피해자들에게 벌을 주고 싶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피해자들에게 수키증후군을 선물한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떠올랐어요. ㅎㅎ 1. 테러에서 바로 즉사하지 않았으므로 먼지로 사라지는 시간동안 인생을 정리할 기회를 줌. 천천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별할 시간을 벌었음 2. 모어에서 철저한 고립을 취함으로써, 자신이 평생 살아온 세계와 단절됨(분리됨) 세계관이 달라지기에 자신의 삶을 객관화할 수 있음. 3. 언어가 바뀐 후 다양한 일이 벌어지기에 그것만 생각해도 정신이 없어, 자신이 당한 테러에 몰입하지 않게 됨. 앗 그리고 막 떠오른 마지막 이유!! 수키증후군과 그 대상자는 언론의 화제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테러와 폭력이 공론화됨. 그와 동시에 피해자는 유명해져서, 개인사가 스토리로 정리발표되기 때문에 피해희생자 oo명 혹은 피해희생자 아무개로 처리되지 않음. 언론보도를 통해 그 개인사가 알려지면, 유명인처럼 다수의 사람들에게 '아는사람'으로 기억됨. 언론은 화제성이 되는 뉴스 위주로 쓸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이 세상의 폭력이 모두 기록되진 않고, 화제성이 되는 폭력 위주로 기록되는 것 같아요. 세상의 한 편에서는 엄청난 폭력이 발생했음에도 지속적으로 기록되지 않는걸 봤어요. 그런데 수키증후군은 화제성 측면에서 뛰어나기에 폭력이 기록될 수 밖에 없는 큰 장점이 있네요.
'선물'이라는 표현이 와 닿습니다 화제로 지정해서 함께 얘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서동주민 이 질문 읽고 나서 매일 답을 어떻게 달지 고민 중인데요. 모임이 끝나기 직전에 글을 남기겠습니다. (혹시 답을 달지 않고 끝낼까 봐서, 약속의 의미로 남겨요!)
@수서동주민 '소설 안에서 작가가 전지전능한가'에 관하여 적어도 이 소설을 쓴 저는 어떤 면에서는 전지전능하나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쓰고 있는 제가 품었던 생각과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했고-이런 경우 왜?? 질문을 던지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고요-, 인물과 합의하는 마음으로 서사를 고민하기도 했으니까요. (저보다 수키와 준의, 보나 등의 목소리가 힘이 있을 때가 더 많았어요.) 소설 밖에서는 당연하게도 작가의 의도보다 독자의 감상과 해석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얼마 전에 아는 분과 연락을 주고 받다가 어떤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작가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읽는 이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어쩌면 의미는 작가가 담는 것보다 독자가 만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모임을 하면서 '저는 이런 의도로 썼습니다!'고 들려드리는 게 좋은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에요. 해도 되지 않을까...는 마음이 들 때도, 반대일 때도 있습니다. 수키증후군과 테러/전쟁/폭력의 연결은 이런 상황들을 나도 외면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나왔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먼 데서 일어나는, 크게 관심 없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폭력 앞에서 나 역시 방관자가 아닌가... 인드라망의 보석이 나와 가까운 것만 달려 있지는 않을 텐데 나 역시 굉장히 한정시킨 건 아닌가... 반성의 결과물이랄까요. 화제성은 언제든, 무엇이든 가라 앉을 거고(수키에서 볼 수 있듯이요), 그럼에도 내가 놓친 그물의 반짝임을 생각해보자, 이런 마음이었어요. 또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는 생각에서 누구에게나 발병하는 증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저는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을 읽고, 정확히는 '문체'를 느끼고, @소설쓰는지영입니다 작가님께 독자님들의 질문을 전달할 때는 (정확한 단어 순서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의도'라는 말 대신 '의도 혹은 계기'라는 표현을 썼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네, 우선 작품의 형식부터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듯 하여요. 제 생각에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들이 보이는 경향으로는 분열이나 해체, 파편화 등이 있을 거에요. 또는 대중문화나 미디어의 영향력이 아주 크게 작용하는 특징도 있고요. 이런 점에서는 이 소설이 분명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지요. 서사의 구성이나 (짧은 인터뷰나 장면의 파편적인 연속들) 작품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대중문화 코드들, 특히 유튜브가 그렇겠고 다양한 매체들(언론, 인터넷, 소설 등)을 통해서 세계 전체가 동시적인 변화를 함께 맞닥뜨리는 점에서 더욱 그렇지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러나 작품을 모두 읽고나면 결국 그러한 형식을 통해서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일관되게 봉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격으로 시작하는 부분 바로 앞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봅시다. "기억함으로써 침묵은 말이 된다.") 서술자 '나'(시오)의 다큐멘터리는 완성이 되지요. (그것이 이 소설 자체이고요.) 분열적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지영 작가님이 위쪽 댓글에서 말해주신대로 '콜라주'적인) 그 형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주제와 인식의 방향은 분열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또, 포스트모더니즘적이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학 작품은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서 서로 반대되거나 충돌하는 상반된 해석들이 무궁무진하게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에 대해 독자님들이 너무 혼란스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것은 작품에 대한 저 같은 평론가^_ㅠ의 해석이 뭐지? 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독자님들 한 분 한 분이 스스로 읽어내고 느끼는 마음과 생각의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기만의 해석이요. 그것이 이 작품을 바로 여러분만의 소설로 만들어줍니다.
심도 있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있어 형식뿐 아니라 내용격이라 할 수 있는 메시지 측면까지 아울러 살필 수 있는 너른 관점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역시 @전승민 평론가님 모신 보람이 팍팍 느껴집니다!!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최영장군님께서 아주 흥미로운 질문들을 이끌어 주시고 있어서 덕분에 저도 제 삶/기억/경험에 관해 곱씹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댓글들을 쭉 정독해보니 지금까지는 주로 소설의 형식(다큐)과 언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듯해요. 여기에다가 몇 가지 생각해볼 키워드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사라지는..>의 미덕 중 하나는 이 소설 자체가 아주 거대한 은유라는 점이에요. 심사평에는 일반적인 서사의 제시가 아니라 인터뷰의 파편들로 제시되는 부분이 마치 시적이라는 부분도 있는데요.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이 소설 자체가 우리 시대, 특히 동시대에 관한 아주 거대한 은유라고 느껴집니다. 언어나 세계화, SNS, 매체, 아이콘, 테러 등은 그걸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단어들일 것이고요. 그리고 이 언어의 상실(수키 증후군)은 바로 테러, 폭력과 아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어요. 수키 증후군이 발생하게 되는 물리적인 주요 요인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테러"지요. 테러처럼 개인 대 개인이 아닌 집단을 단위로 발생하는 폭력적인 사건을 계기로 그에 연루되었던 이들이 언어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소설의 이러한 설정에서 다른 분들은 어떤 의미들이나 생각들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전자책으로 읽은 탓에 종이책 쪽수를 적을 수 없어 아쉬운데, 챕터4나 챕터5 쯤에 "타의에 의해 언어가 달라진 순간 수키는 사망한다" 와 비슷한 문장이 나온 것으로 기억해요. 이 문장을, 위에서 제가 언급드린, 외부의 폭력적 사건이 언어의 상실을 초래한다....는 점과 연결해서 본다면, 언어의 바뀜으로서 몸을 가진 한 인간이 죽음에 이른다...는 연결을 어떻게 더, 잘 이해해볼 수 있을까요? ^^
저는 언어의 교체가 과연 언어의 상실이나 정체성의 상실, 그에 대한 표상으로 느껴지는 먼지화로 '곧바로' 연계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작품의 내적 진술이나 구성 측면에서) 페이크모션에 걸려든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화제 질문으로 개인이나 사회의 정체성에 관한 독자분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을 드려볼 계획입니다
어쩌면 타의에 의해 언어가 달라진 순간 수키는 이미 사망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신체적 사망에 앞선 사회적 사망인 거지요. 제1언어의 교체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유일한 것을 빼앗겼으니까요.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5장, 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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