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테러(공포)가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사소통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의 진실은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사람들의 감정을 마비시켜서 한 사회의 논의 능력을 훼손시키는 게 테러의 목적이고 본질이라고 생각하고요. 수키 증후군이 거대한 현상으로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수록 수키 증후군 환자들 개개인은 점점 더 소외되는데 그 점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테러뿐 아니라 ‘신드롬’이 되는 모든 사회적 사건에 따라가는 일이겠지요.
오오, 그러네요. 공감이 갑니다. "감정 마비"와 그로 인한 "사회적 논의 능력의 훼손"이라는 말은 정말 예리하게 짚으신 부분인 것 같아요. 이것이야 말로 동시대적 문제지요. 확실히 이 소설은 정말 거대한 은유를 차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장맥주 님의 댓글을 보고 더 강해집니다^^; 신드롬, 증후군.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으며 따라서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해당될 수 있는.. 그러나 정작 환자 당사자의 입장이나 감정은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이중의 소외.... ㅠㅠ
오타를 찾았습니다 “기적은 예상치 못한 세계로 수키와 사람들을 안내했다. 의료진은 대뇌,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을 중심으로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촬영(f-MRI)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P)을 실시했다” PEP 는 PET의 오타로 보입니다.
예리한 눈썰미뿐 아니라 배경지식도 많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챠우챠우 책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보를 받은 오타인데요! 또 제보를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쓸 때, 교정 볼 때는 왜 안 보이는 걸까요ㅠㅜㅠㅜ)
제1언어가 다른 언어로 교체되는 전대미문의 이상 증상은 대책을 마련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세계를 공포로 휩쓸었다. 발병의 원인과 그 경로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이는 상세 불명의 감염성 질환으로 분류됐고, 결국 최초 발병자에게서 유래된 고유한 명칭을 번호와 함께 부여받기에 이르렀다. 질병 코드 84C330, 질병 명칭 수키 증후군(Suki’s syndrome)이 바로 그것이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지영 지음
환자의 이름을 따서 증후군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루게릭병, 뚜렛증후군 등). 대부분은 처음 그 증후군을 기술한 의사의 이름을 붙여서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메니에르병 등). 그런데 만약 이 소설에서 ‘해밍턴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수키 증후군이 딱이죠 ㅎㅎ
@챠우챠우 오오! 이것도 고민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짚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편협한 생각일 수 있는데 의사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 학문적/의학적 성과를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언어를 교체 당하고(잃고) 사회적으로도 배제되고, 결국 먼지로 소멸하는 이들, 그 발병의 원인이 사회적인 맥락에 있음을 고려할 때 수키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병명 역시 수키에게서 따왔어요. 쓰면서 피해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과연 맞을까 고민도 했으나 밀고 나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관심의 대상에서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면에서도 '수키 증후군'이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야 그 삶이 우리에게 온다. 그것이 삶이라는 마술의 본질이다. 프란츠 카프카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 83~84, 지영 지음
깨지고 깨져서 버려질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스스로 버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 벼려 주길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는 거 말이에요.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지영 지음
제가 요즘 직장에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이 이런 감정입니다. 누군가 차라리 날 버려줬음 좋겠다.
그 주기를 몇 번 거치면 피크제 들어간다는... 이러한 증상(?)도 증후군 이름 하나 붙여도 좋을 것 같단 웃픈 농담을 드립니다
@챠우챠우 누군가 챠우챠우님을 버린다면 그믐에서 만난 저희가 꼭 찾아오는 걸로 할게요ㅠㅜㅠㅜ @최영장군 그럼 모임이 끝나기 전에 증후군을 하나 만들어 볼까요?!
챠우챠우 증후군??? ㅎㅎ
내가 회사를 떠날 자신이 없으니 회사가 날 버려줬음 하는 마음이신가봐요. 에구~~ 용기 한 스푼 선물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소멸한 당신이 살아가고, 그렇게 세계에 서사가 쌓여간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 247, 지영 지음
아직 초반을 읽고 있지만 테러와 같은 극한 공포 상황을 겪었을 때와 자기의 정체성을 형성시켜 준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것의 관계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극한 공포를 경험한 후의 나는 결코 그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제3의 나로 다시 태어나면서 황당하게도 전혀 알지 못했던 나 자신(생소한 언어를 구사하는)에 직면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러고선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소중한 몸의 한 부분까지 잃든가 아님 전부를 잃고 먼지처럼 사라지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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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첫날 잘 보내셨나요? 이제 장마에 접어들어서 날씨는 조금 선선해진 것 같습니다. 잠시 동안이겠지만요. 이번에는 56페이지부터 75페이지까지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라디오가 20세기 초 경성에서는 나지오로 통용되었나 보군요. 이외에도 수키 증후군의 언어 부분 증상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64페이지에는 "타의에 의해 언어가 달라진 순간 수키는 이미 사망한 것일 수도 있어요."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전승민 평론가님이 독자님들과 얘기 나누고 싶은 부분으로 지목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기서 일곱 번째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7. 수키 증후군으로 나타나는 언어 교체를 과연 소설 속 인터뷰이들의 의견이나 소설에 대한 소개말처럼 정체성 상실이나 사회적 사망으로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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