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제겐 음악과 냄새예요 보통은 당시 듣던 음반으로 누군가를 추억하지만....(아니 했지만 요샌 추억할 거리가 10세 아동과의 추억 뿐이라) 가장 강렬했던 건 잠깐 외국에 살 때 집에 하수구냄새가 너무 올라와서 패션후르츠향 오일을 항상 피우고 살았는데 가끔 지나가다 그 향이 나면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제 인생에서 제일 일도 열심히 하고 망나니같이 살아서 행복했던 시절입니다. 지금은....읽는 책에 대해 SNS에 끄적이는 정도 하고 있습니다.
'망나니 같이 살아서 행복한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이 밤에 생각해 봅니다
@siouxsie 어떤 사람들은 한 도시에서 특정 향수를 쓰고, 그 향으로 장소를 기억한다고도 하더라고요. 저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몇 년 살았던 열대의 땅을 '레몬글라스' 향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하게는 기억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소설을 읽고 대략적이라도 소설에 대한 요약을 써놔야지 라고 .. 라고 생각만 하고..못하고 있는데요.. 얼마전에 읽고 싶었던 책이.있어서 읽고 있었는데 묘하게 읽은 거 같은 거예요. 읽을 때 마다 아..읽었는데 읽었는데..하면서 읽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나고 읽으면서 아...읽었네.하면서 읽은 책이 있어요.. 그 외에 다이어리에 하루 일정이랑 대략 쓰는게 있어서 뒤적뒤적할때도 있고. 사진찍은거 보면서 아..그때 어디 갔지 할때도 있는데.. 기록을 잘 못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잊어버리면서 살아요......
'이것저것 잊어버리면서 살아요'... 우산 🌂 같은 기억들...
저는 그때의 날씨나 공기 중에 맴도는 향이나 감정,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 같은 게 기억으로 남아요. 5월의 따뜻한 공기를 맞으면 걔랑 처음으로 봤던 영화가 생각나고, 무척이나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고 있자면 붉어진 얼굴을 날씨 탓으로 돌렸던 그때 여름이 생각나요. 누군가의 말버릇를 듣고 익숙한 말투를 생각하며 멍해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미소를 보고 어느새 걔 미소를 떠올리는 거죠. 기억을 떠올리려고 한다기보다는 기억과 함께 살아간다는 게 제게 더 적절한 말인 것 같네요.
@늘영원 님의 댓글은 소설 <사라지는...> 속 다큐 인터뷰에 그대로 들어가도 어색함이 없을 것 같아요... 기억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렇죠...
@늘영원 제가 지난 일요일에 3개월 정도 머물렀던 곳을 떠나 집에 갔다가 오늘 그 근처를 다시 지나갔는데요, 정말 3개월 동안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가... 그러면서 잠시 그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어요. 애써 떠올리려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말씀처럼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같아요.
20년 넘게 일기를 썼는데, 몇 년 전에 그만뒀어요.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요. 이후에 우울증을 앓았는데 일기를 그만 둔 것도 그 원인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폰 앱에 간단히 일상을 기록하는 식으로 다시 일기를 써볼까 했는데 잘 안 되더군요. 이후에는 그냥 많은 걸 잊으며 정신없이 사는 듯해요. 기억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요. 셀카는 거의 찍지 않는데 가끔 남이 찍어준 옛날 사진을 보며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합니다. 부모님이 키우시는 개 사진을 가끔 보내주시는데 다 저장해놓고 종종 보고요. 제 경우에는 소설은 그다지 제 기억을 저장하는 수단은 아니고, 제가 쓴 소설을 읽어도 소설의 재료가 됐던 사적인 경험들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아요. 에세이도 조금 그렇습니다. ‘내가 이런 일을 겪었던가?’ 하고 낯설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위의 글을 쓰고 나서 떠오른 생각을 덧붙입니다. 다만 제가 제 기억들을 아주 적극적으로 취사선택하고 편집해서 의미 있는 서사로 만드는 일을 아주 열심히, 그것도 의식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머릿속으로 늘 제 인생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셈이랄까요.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나는 왜 여기에 있나,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나,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아주 자주 던지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아내와도 그런 대화를 자주 나눕니다. 다른 분들도 이러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AI 발전을 보면서 데이터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존재라는 것이 정보처리시스템인가 보다 하면서, 주어진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하고 있나 반성 비슷한 것도 많이 합니다...
@장맥주 일기도 안 쓰고, 소설의 재료가 된 사적인 경험도 다시 보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점에서 매우 다르지만 저 역시 기억과 고민을 취사선택하고 서사를 만드는 일에 매료되었고, 또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것 같아요. 이 소설도 결국 '나는 누구인가', '나를 나로 규정하는 건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기억될 것이며,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이런 생각 끝에 나왔거든요. 여기 모이신 분들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니! 안도감과 편안함이 느껴지네요ㅎㅎ
저도 다른 분들처럼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거나 인스타나 블로그 등에 사진 및 글로 기억들을 남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몇 일 지나지 않아도 자꾸 기억 속에서 사라져서 서평형식으로 저만의 기록을 남기고 있어요.
나만의 온실 같은 매체들이죠~ (음...정원? 정원보다는 온실 느낌...) 아무튼 온실도 잘 가꾸면 좋을 것 같아요
기록. 블로그에 저만보게 기록해요. 책 같은 경우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쏭달쏭해서 검색해보면 과거의 제가 읽고 나도 모르는 기록을 남겨놓은 경우가 있더라구요.
스마트폰 어플이 사진 알아서 일자별이나 비슷한 이미지로 분류해 주듯, 독서 기록도 어플이 정리 좀 해주면 좋겠다는.... 전자책은 그런 기능(형광펜 칠한 부분 저장 등)이 있을 것 같아 전자책 활용을 늘려야겠다 생각도 해 봅니다~
‘기억 방법’, ‘기억 방식’이라는 게 잊혀지게될 기억을 어떻게 기록하여 남기는가? 하는 질문으로 보여지는데요... 저는 사실 그런 기록을 잘 안 해놓는 편입니다. 먹고사는 일이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야 당연히 여기저기 적어 놓지만, 저의 머리속 기억이나 느낌, 감상 등은 그저 그때그때 몸과 마음으로 꼭꼭 담아 놓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머리 속에서 내용이나 의미를 되새겨 볼 뿐 어디에 따로 메모를 해두거나 하는 법이 별로 없습니다. 여행을 갈 때도 사진을 많이 찍기 보다는 눈으로 몸으로 더 느끼려고 하는 편이죠. 어차피 나중에 다시 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정작 기억되어져야 할 것들은 결국 기억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변해서 종종 메모장에 이것저것 조금 기록을 해 놓긴합니다.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다시 보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기록이 너무 쉬운 세상이라 다시 쳐다보지 않을 기억들마저 습관적으로 사진 등에 담으면서 기록을 위한 기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윈도우 기록의 딜레마라고 해도 될까요, 저도 열심히 사진을 찍을 때가 있는데 다시 들여다 보는 일은 많지 않아요. 몸이, 또 마음이 하는 기억이 오히려 더 오래, 또 생생하게 남는 것도 같아요. 어제 삼척에 있는 동굴을 다녀왔는데 가장 멋지다 싶은 순간은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어요. 그래도 동굴을 나오면서 오래, 또 선명하게 남겠다 싶어서 아쉽진 않더라고요. (티엠아이 남발이나) 지금 이 글을 양양의 한 카페에서 남기고 있는데 딱 일 년 전에 왔던 곳이거든요. 들어서자마자 작년의 순간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 다음에 여길 또 오게 된다면 여러분과 함께 소곤소곤 거린 여름날 속에 또 놓이게 될 듯합니다.
3. 저는 오랜 시간 일기를 쓰다가 그만둔지 2-3년쯤 된것 같아요. 요즘은 제가 느끼는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간단하게라도 그림으로 남겨두려고 애쓰는데, 자주 못하네요. 다만 두 아이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정도 편지를 써서 따로 챙겨두고 있습니다. 제가 세상을 떠난 후에 아이들이 제가 보냈던 시간속 자신들의 모습과 제게 어떤 존재였는지 기억해줬으면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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