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_2

D-29
일본에 대해 나는 하나에 잘 빠진다. 한때는 여자에 대한 심리를 마스터하고자 도서관 서가에 있는 관련 분야의 책을, 전부 다 읽고 “거기에 없는 책이 다른 도서관엔 또 없나?” 하고 서울시와 경기도 도서관을 샅샅이 뒤지며 독서 투어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이게 일본으로 향했는데, 여자에 대한 심리를 파는 것과 같은 열광으로 이제 일본으로 이동했다. 일본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매뉴얼을 중시해 거기서 흐트러지면 뭔가 심한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변화를 싫어한다. 기존 체제의 보전과 유지가 그들에겐 무슨 생명 같다. 그들의 역(役)이란 풍조의 만연도 여기에 한몫하는데, 남의 것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역에만 충실한 것이다. 일본 드라마나 AV를 봐도 거의 이런 패턴을 고수한다. 궤도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극히 규격화된 사회다. 이렇게 되면 변화에 둔감해져 큰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6시에 퇴근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고, 일본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드라마도 거의 없다. 한국처럼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가리고 싶은 것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 실제의 유리(遊離)가 너무 크다. 멜로드라마에서 여주와 남주가 손을 잡는데 몇 회가 그냥 지나가는 건 예사다. 그에 비해 일본 AV는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일본은, 겉은 멜로드라마지만 실제는 AV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순혈(純血)에 대한 집착도 심하다. 이방인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국산품만 애용한다. 그러나 인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절대 상대적이다. 불변의 진리는 없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발전하는 게 있고, 같은 게 다른 시대에는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발생한 것도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반드시 거기엔 장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간섭의 민족이고 일본은 자기 영역을 지키는 민족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나는 이게 더 좋다. 남의 일에 간섭할 에너지로 자기 일을 더 파라는 것이다. 자기 일을 열심히-그것도 대대로-장인이 되어 보통 3대 이상이 여기에 매달린다. 몇백 년은 우습고 몇천 년을 이어온 가업도 있다. 뭐든 인간은 거기에 미치면-어느 경지에 도달하면-자기 나름의 철학이 생긴다. 그게 자기에게 맞는 거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거다. 내 글은 모두 여기로 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타고난-마치 팔자 같은-그런 것에, 몰입하라는 거다. 자기가 진정으로 즐기는 것에 빠지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희열은 없다. 성과도 탁월하다. 남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인생에 대한 강한 의미도 생기고, 그 속에서 마냥 행복하다. 기초 질서를 잘 지킨다, 거리도 깨끗하다,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쓰지 않는다, 타인에게 친절하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삼간다, 이게 다 남을 위한 배려이고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사회 통념의 결과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차치하고, 우선 남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니다. 그러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일본인은 남에게 부탁 자체를 잘 안 한다.) 그래 결국 나도 중국인보단 일본인이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먼저 다가가 도와주려고 한다. 중국인은 시끄러워 금방 알아채지만, 일본인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조용히 다닌다. 세상에서 가장 소심하고 내성적인 국민이다. 나는 일본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어렵게 한국에 온 그들을 힘껏 돕고 싶다.
우리나라는 친하고 가까울수록 욕을 더 잘 한다. 엄마가 딸에게 미친년이라고 말한다. 가까우니까 그런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심한 욕은 잘 안 한다. 우리나라는 감정표현에 능숙하다. 그러나 왜 노벨상을 못 타나.
나는 일본인과 딱 맞다 한국의 일반인들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마도 작가들은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연인끼리 연락을 잘 안 하는 거. 나는 일본인들이 하는 것 중에 이걸 가장 좋아한다. 나와 맞는다. 연인끼리라도 남에게 연락해서 폐를 끼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으로 2주에 한 번만 연락한다는 거. 나도 그런 타입이다. 물론 한국인들은 거의 다 놀란다. 그렇지만 이런 일본인의 특성이 내 마음에 들어 더 일본 여행을 하고 싶다. 나처럼 내성적인 국민들! 대신 한국엔 너무 다혈질들이 많다.
요즘엔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해 애들을 낳을 수 없는데 짝지어주는 예능이 마침 인기 있고 이것은 정부나 누구라도 권장하는 거라 인기를 안 끌 수가 없는 것이다. 못하는 사람은 이걸 보며 대리만족도 하고 거기서 테크닉을 익히기도 하고.
인간은 결국 자기 위주다 예술적으로 성공한 인간들처럼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인간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사람 취급도 안 할 수 있다. 자기가 학력이 높으면 그 밑의 인간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하고 비슷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돌고 돌아 결국 자기 위주이다. 그래 인간을 믿으면 안 되고, 그들의 만든 가치라는 것도 자기 입장만 반영한 경우가 거의 전부다. 항상 이들이 만든 가치는 절대적인 게 절대로 없다는 것만은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들 사이에 항시 존재하는 가치이며 진리다.
사이가 가까우면 더 상처주는 말을 막한다. 동물 중에 개가 인간과 친하고 가깝게 지내왔다. 그래 소나 돼지, 닭 같은 것에 비해 개X라는 욕이 더 심하고 더 자주 쓰인다.
한 인간의 삶을, 다 말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간단히 규정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그에 대해 계속 말해야 한다. 그래도 그에 대해 다 말할 수 없다. 나는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큰일 났다. 그렇게 되면 내가 죽을 때까지 그에 대해 말할 책무가 있고, 그에 대해 계속 말해야 할 원죄(Sin)를 간직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절대 그에 대해 다 말하지 못한다. 그가 듣고는 그만하랄 때까지 그에 대해 계속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 이제 나와 좀 비슷한 것 같네.” 할 때까지. 죽은 그를, 함부로 언급한 대가다. 나에 대해 함부로 규정되는 것이 싫은 것처럼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의 죽음조차도 함부로 규정되어선 안 된다. 그는 그렇게 규정되어도 좋을, 그 한 가지만을 가진 사람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모든 인간이 다 같다. 나에 대해 평생을 말해도 부족한 것하고 같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단 몇 줄로 정의될 수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나에 대해 계속 일기(日記)를 쓰고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게 한 인간의 삶이다. 나는 아직도 나에 대해 다 말하지 못했다. 어떤 죽은 사람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그것에 함몰될 수 있다. 그 순간부터 나는 그에게 죄인이 된다. 이걸 모르고, 내가 죽은 사람에 대해 말할 때가 있다. 그는 어떤 것 같았다고. 그런 후 그 말을 한 나를 후회한다. 입에 올려서는 안 되었다. “내가 왜 그에 대해 그런 말을 했을까?” 맞다. 그는, 내가 그렇게 가볍게 입을 놀릴만한 그가 절대 아니다. 그뿐 아니라 그에 대해 내가 말한 것 (이건 그저 내 편견에서 지껄인 것에 불과하다) 외에 더 많은 이야기를 그는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절대 내가 말한 그런 사람만이 아니다. 그건 죽은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禮儀)도 아니다. 실은 한 인간의 삶은 계속 말해도 부족하다. 내 삶이 그런 것처럼. 소중한 것이 사라졌을 때 그만 가만히 두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말해지는 순간 그 소중함이 훼손되거나 진짜 소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 가치를 높이려 했다가 오히려 망치게 된다. 언어는 늘 인간, 삶과 현실, 세계에 충분하지 않고 부족하다. 말은 삶에 필요하지, 충분하지 않다. 문학 작품(Literature)은 인간과 그가 형성한 삶에 대해 지금까지 끝없이 말해왔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게 자명하다. 말한 것 외에도 엄청난 게 더 남아 있어 그러는 것이다. 나와 남이 그에 대해 말하는 건 그저 그의 일부이구나, 하고 치부되어도 할 말이 없다. 인간에 대한 말함의 가치는 이렇게 가볍고 쓸모없다. 말해지는 것 그 자체도 정확한 것도 아니고 착각이거나 왜곡(Perversion)일 수 있다. 나나 죽은 그 사람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질 수 없다. 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말엔 그 맥락에 어울리는 단어가 있다. 그것 외에 다른 걸 쓰면 어색하다. 그러나 대신 자기가 맥락과는 상괌관없이 자신이 창조한 단어를 집어넣으면 참신하다.
한국인이 화를 잘 내는 것은 대부분 남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을 때다. 외모가 화려한 것은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내면에 간직한 게 비약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책 속으로 인간 사이에서 싸우거나 해서 너무 흥분하면 책이 머리에 안 들어올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걸 안다. 결국 책으로 들어가야 하고 이 상처는 책을 통해서만 치유가 된다고. 내 유일한 치유법이자 가장 강력한 치유법은 책밖에 없다고. 그래서 나는 매일 책에 감사의 절을 올린다. 책은 나를 살아가게 한다. 그게 나와 가장 잘 맞고, 나를 계속 나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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