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GX] 1. 미셸 트랑블레처럼 일상 포착하기

D-29
너무 재밌는데요 ㅎㅎ. 비맥북클럽에서도 보았지만 스타맨님 유머감각 짱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도리님의 활약을 BBB에서 잘 보고 있습니다. 도리님의 댓글을 보며 센스 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만나니 반갑습니다. ^^
이번 달은 어느 때보다도 격렬히 머리를 비우는 중이다 나의 바보같은 변명이라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 만성통증 탈출비법 정도. 지난 주에 개인 필라테스 8회를 결재하고 핸드폰으로 날아든 결재문자에 회사에서 근무 중이던 남편은 화들짝 놀랐지만 퇴근 후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갑자기 45만원 문자가 날아와서~ 좀 놀랐네! 나두 운동 한 번 해볼까??' 학원 수강료에 대해 자신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 부인에 대한 일종의 투정~ 언제까지 운동에 수강료를 써야 할지 난감하다 이렇게 부담되는 금액을 쏟아붓고도 항아리 몸매를 몆년 째 유지하고 있는 나를 보면 다들 의아할 것이다 '만성통증 탈출'이 나의 궁극적 목적이라지만 만삭 이후 최고로 불어난 살들은 뭐라고 변명해야 하나. 5년 이상 병원과 운동처방을 찾아다녀도 딱히 해결책은 없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원인을 알거 같았다 뭐 흔한 이야기지만 오랜 지병은 아니었던것 같고 일종의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통증인듯 하다 항상 맡겨진 일은 묵묵히 마무리 해야 하고 완벽주의자 성향에 계획주의자에 성장욕구와 인정욕구까지! 그런데 이 정도 원하면 원래 다들 이렇게 아픈 건가?? 평생 안하던 삶을 살고 있다 술마시며 생각없이 드라마 정주행하기.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온 딸이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잔소리를 일장연설한다 부끄럽지만 그냥 생각없는 삶이 근육의 긴장도를 확연히 늦추는 것 같긴 하다 딸들은 엄마의 무기력한 집안에서의 생각없는 모습에 못마땅한 것 같지만 일단 지금 한달은 눈감아 줄 모양이다 성장하는 바쁜 삶 속에서 만성통증을 사라지게 할 방법은 없는건가? 오늘도 출근 기차에 기대어 긴 글을 적어본다
처음 이 글쓰기 모임을 신청할 때는 다들 학창시절의 글짓기시간 정도로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올라온 글들을 보고 화들짝! 혹시 작가 지망생이거나 현업 작가분들이신가? 예전에는 인지 못했는데 평소에는 시를 즐겨보고 선한 웃음에 싸움도 못하신다면서 영화에서 무시무시한 악역을 하시는 배우님들 또는 본인이 겪지 않은 일들을 실감나게 글로 풀어내시는 작가님들을 보며 대단한 능력자들이시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음 어떻게 타인의 삶을 살짝 빙의되신 듯 풀어내실 수 있는걸까요??^^
'아침인가? 몇시지?' 커튼만 쳐져있으면 이 집은 동굴처럼 어둡다 오늘은 큰애가 학교에 일찍 가야 한다고 했는데 품안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둘째를 안고 있으면 그냥 계속 꿈 속에 있고 싶다 눈 떠 봐야 이제 현실을 알아가고 있는 까칠한 첫째와 지긋지긋한 인간들이 득실되는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인근에 학교도 있고 사무실도 가깝고 더구나 보증금까지 저렴해서 참 좋았다 약간의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만 빼고는 일어나 커튼을 걷으면 어둠 속에 숨어있었던 곰팡이와 얼룩들이 외면하고 싶은 내 위치를 보여주는거 같아 싫다 내 귀여운 둘째의 접힌 보드라운 부위도 아토피로 딱딱해졌다 한동안은 극심한 간지러움에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었는데 지금은 천사처럼 내 안에 안겨 잠들어 있다 나를 보면 환하게 웃던 첫째도 나랑 대화를 피하고 집에 있는 시간도 줄이고 있다 내 품의 사랑스러운 이 천사도 또 내 곁을 떠나지는 않을까? 그냥 이 어둠 속에 모든 게 덮혔으면 좋겠다 : 그냥 한 편 더 썼습니다~😊
1st. GX/24.7.5 점심시간이다. 예월은 햇반을 돌리려 일어난다. 그녀는 11시부터 배고프다고 중얼댔지만, 막상 12시 8분이 넘어서야 일어난다. 7월은 급한 일도 없는데 왜 늦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전자레인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미 만원이다. 예월은 전자레인지 앞에서 귀퉁이를 뜯은 햇반을 들고 있다가 내려간다. 사람이 적은 아래층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려는 이유다. “밑에서 돌리고 와야겠다!” 혼잣말도 놓치지 않고 한다.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낸다. 각자 가져온 반찬을 식탁에 널어두고 먼저 먹기 시작한다. 내가 밥을 거의 절반은 먹었을까. 예월이 올라온다. “어휴, 전자레인지 돌리는 1분은 5분 같이 느껴져.” 햇반을 툭 던지고 자리에 앉아 껍질을 마저 뜯는다. 예월은 햇반만 가져오고 가져온 반찬은 없다. “오늘 맛있는 게 많네. 이건 뭐야?”하고 내게 묻는다. “명란젓이요.” 내가 대답한다. “명란젓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맛있나?” “네.” 나는 그 나이 되도록 명란젓을 한 번도 안 먹어보고 뭐 했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예월은 젓가락질로 밥을 뜬다.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양의 밥을 입에 넣는다. 그리고 고사리 볶음을 집어 올린다, 딱 고사리 한 가닥을 가져간다. 나는 한 가닥만 골라 뜨는 게 더 어렵겠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명란젓은 얼마 정도 해?” 먹지도 않고 예월은 나한테 묻는다. “기억이 잘 안나요. 2만 원인가? 그랬을 거” “헉, 요즘 물가 너무 비싸다.. 내 첫 월급이 25만 원이었는데.” 예월은 꼭 내 말이 끝나기 전에 대답한다. 그리고 첫 월급 25만 원인 거 과장 없이 10번은 들었다. 나는 곧 밥을 다 먹었다. 다른 사람들도 밥을 다 먹어간다. 예월의 밥만 절반이 남았다. 나는 눈치를 보며 괜히 식탁 앞에서 미적댄다. 예월이 시금치나물을 또 한 가닥 집어 올리는 걸 본다. “저 밖에 볼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볼게요.” 내가 말한다. “그래.” 예월은 마뜩잖아 보이지만 대답한다. 사실 나도 특별한 볼일은 없다. 그냥 반찬을 한 가닥 한 가닥 집어 가는 모습을 그만 보고 싶었다. 예월은 다른 사람에게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이야기를 시작한다. 먼저 일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나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오~ 이 긴장감 뭐죠. 반찬 한 가닥에 조마조마 했습니다.
책을 잘 받아 놓고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려니 괜히 부담스러워서 이제야 책 읽으면서 글쓰기 근력 운동 시작합니다. 막상 시작 하니 좀 재밌네요. 책도 흥미롭습니다. 종이 질감도 매끄럽고 얄량얄량한 게 신기하고요. 내용도 재밌어요. 작가가 묘사의 달인이 맞네요~.
사람들은 마리 실비아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독서를 하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심지어 잠든 모습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일은 없었다. 마리 실비아는 목을 쭈욱 빼고 밖을 엿봤다. 그녀는 모든 걸 봤고, 옆집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습만으로도 그들의 기분이 지금 어떤지,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또 그들의 삶이 어떤지 읽어 낼 수 있었다.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 p.13, 미셸 트랑블레 지음, 고혜선 옮김
"뒤플레시! 뒤플레시!" 그러고는 윗니에 묻어 있는 립스틱 얼룩을 혀로 훑어 지우면서, 불안한 마음을 안심시키는 립스틱의 그 들쩍지근한 맛을 느꼈다. 마리 실비아는 거칠게 문을 닫으며 한숨을 쉬고는 커피 한 잔을 따랐다. "절대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니까! 절대로 안 된다구!" 그녀의 손이 약간 떨렸다. 왼쪽 속눈썹 사이에 맺힌 눈물 한 방울이 반짝 빛났다. "나도 그래야 되는 건 알아, 하지만···" 마리 실비아는 잡동사니 창고로 돌아와서는 수수께끼 같은 안락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레스토랑을 바라봤다. 레스토랑 문. 언제나 깨끗한 유리 진열장. 안락의자는 마리 실비아가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다른 사람들을 마음껏 훔쳐볼 수 있고, 그들의 삶 속에 온전히 푹 빠져들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사탕, 감자칩, 쿠키들을 올려놓은 판매대와 아이스크림 매대 사이에 있는 그 틈새 공간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다.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 p.14, 미셸 트랑블레 지음, 고혜선 옮김
마리 실비아가 운 나쁘게도 뒤플레시를 쓰다듬으려는 동작을 하거나, 아니면 그저 많이 먹으라는 몸짓을 할 때마다 뒤플레시는 벌떡 일어나서 그녀에게 발톱을 드러내며 하악질을 했고, 증오심으로 감전된 양 털을 바짝 곤두세웠다. "지금 밥 먹고 있잖아! 네 앞치마 속으로 파고들어가 고마운 척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댈 마음이 생길지 말지는 나중에 봐서 결정할 거라고! 이따 봐서 할 거라니까!" 뒤플레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밥그릇에 얼굴을 처박았다.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 p.19, 미셸 트랑블레 지음, 고혜선 옮김
고양이 묘사까지 이렇게 재미나고 실감나게 하다니!
마리 실비아는 뒤플레시가 다 먹기를 기다리고 나서, 매번 빼먹지 않고 이렇게 묻곤 했다. "우리 뚱냥이 씨, 엄마가 준 맘마 잘 먹었쩌요?" 그때마다 뒤플레시는 그녀를 아주 경멸스럽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마리 실비아는 그 눈빛을 고마워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 p.19, 미셸 트랑블레 지음, 고혜선 옮김
"그럼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겠어?" 베아트리스는 처음으로 메르세데스와 눈을 맞추며 영혼 깊숙한 곳까지 바라보았다. "애당초부터 준비가 된 상태라는 걸 잘 아시잖아요. 이제 와서 저보고 어쩌라고요." 그 말을 듣고 메르세데스는 겁이 났다.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 p.26, 미셸 트랑블레 지음, 고혜선 옮김
1st. W는 한때 밝은색 옷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외모는 평범했으나 피부가 무척 흰 편이라 연노란색, 연분홍색, 살구색 등의 옷이 피부와 썩 어울렸다. 그러나 W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옷장에는 무채색의 셔츠와 바지들만 가득하게 되었다. 검정, 회색, 짙은 남색 등의 옷만 가득한 옷장은 한낮에 열어도 밤처럼 껌껌해졌다. 모두 SPA 브랜드에서 구입한 것들이었다. 어느 것 하나 천연소재 100퍼센트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것은 없었고 폴리에스테르가 섞인 저렴한 소재로 만든 옷들이었다. W의 표정은 그가 입은 옷만큼이나 어두워졌다. 그의 피부는 표정처럼 생기를 잃었다.
“머리 잘랐네?” “어, 자꾸 목덜미로 파고들어서 쳐내버렸어. 아휴.. 아줌마들 머리 다 똑같다고 흉봤는데 좀만 길어져도 답답해서 못참겠다.” 허리를 좌우로 비틀던 선영은 손으로 뒷머리를 탈탈 털어낸다.. “시원하고 좋은데 뭐. 어떻게 지냈어? 별일 없어?” “뭐 별일 있을거 있냐. 그냥 살지. 아휴...큰 부자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딱 중간만 살려고 하는데도 왜캐 힘드냐?.” “다 그래. 휴가는? 애들 바빠서 시간 맞추기 쉽지 않지?” “아휴, 휴가고 뭐고 더워서 아무 생각 없어. 그래도 남들 다 가는데 안가기도 그렇고.. 요즘 다낭 안가본 사람 없다며? 좀 여유롭게 가면 좋은데 자유여행이 더 비싸서 패키지 끊었어...” “패키지로 편하게 가면 좋지. 아들 제대해서 같이 가니까 더 좋겠다?” “좋기는. 아휴.. 가도 걱정, 와도 걱정이지. 다른 집 자식은 군대 갔다오면 속차린다던데. 하루 진종일 자다가 저녁에 나가서 술 먹고 밤새 게임하고. 엄친아는 안돼도 중간만 하라는데 그게 안되나 봐..” 선영은 어젯밤 아들과 한 설전이 생각났는지 이마를 찌푸리며 연신 허리를 비튼다. “허리 불편해?” “아휴... 반상회 갔더니 다들 안마의자 보면서 우리 집건 어떻고, 뭐가 좋고 어쩌고 그러대? 사람들 다 하나씩 들여놓는데 우리도 하나 있어야지 싶어서 며칠을 골라서 하나 들여놨지. 근데 이노무게 뭐가 안맞았는지 허리가 이렇게 아퍼. 늙어서 그런지 안마의자 때문인지...” 선영은 연신 허리를 주무르고 자세를 바꿔 앉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내년 봄 딸아이 결혼을 준비한다는 선영은 교사인 사위가 잘나지는 못해도 중간은 되는 것 같다며 웃는다.
미숙을 처음 만난 날이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흐렸다 맑았다. 그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기억 속에 남지도 않는 오늘의 날씨들, 무미건조함을 평범하다 일컫는 그런 하루하루들. 문화센터에서 시 수업이나 듣는 우리 같은 재미없는 중년의 아줌마와 섞어놓으면 크게 다를 게 없어 무리 속에서 ‘미숙’이라는 고유명사를 기억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별 특징 없는 그녀의 외모도 외모겠거니와 타인에게 별 관심 없는 나의 무심함도 한몫했으리라. 그날도 시 수업을 듣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하늘에서는 폭우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고 평소 조용하던 나의 핸드폰으로는 문자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고 있었다. 재난 문자겠거니 하고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나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밀려나는 빗방울이라고 하기에는 몹시 거대한 물덩이들도. 평소 일정이나 정해진 것이 틀어지는 것을 결벽처럼 싫어하는 나의 성미를 탓하며 겨우겨우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때, 그 건물에 차가 몇 대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으며 그제야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은 폭우로 인해 수업을 휴강합니다. 보강 일정은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센터에서 온 문자를 확인했음에도 나의 발길은 시 수업을 하는 201호를 향했다. 머릿속으로 내가 아는 온갖 욕을 저한테 하면서도 나의 두 눈으로 강의실 문 앞에 부착된 ‘휴강’이라는 두 글자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것인지, 여기까지 왔으니 두 시간 동안 빈 강의실에 앉아 있다 가야 하는 것인지, 나도 내가 어쩔 작정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모양인지 혹은 목표가 크지 않아 그랬던 모양인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날 처음으로 나는 알았다. 201호 앞에 다다른 나의 눈앞에 기어코 ‘휴강’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왔고, 걸어오며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나는 바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미숙’이 있었다. 아니, 사실 그때까지도 나는 미숙의 이름을 몰랐으니 그땐 그냥 한 중년의 평범한 여자가 폭우를 뚫고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옷은 비에 젖어 달라붙어 레이스 달린 빨간색 속옷이 비쳐 다 보였고, 머리는 동네미용실에서 갓 파마하고 나온 거처럼 한 발짝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면 지금당장이라도 파마약 냄새가 풍길 것 같았다. 부러진 우산살이 삐져나와 망가진 우산이 물웅덩이를 만든 채 그녀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한번 바라보고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인사 한 뒤 평소 내 자리로 가 앉았다. 그렇게 우리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끝.24.6.24)
항상 일정한 요일과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혼자 올 때도 있고, 여럿이 함께 올 때도 있다. 어느날은 멋쟁이 처럼 모자도 쓰고, 깔끔한 캐주얼 정장을 입고 오기도하고, 어느날은 그냥 그저 추리닝 차림으로 찾아올 때도 있다. 항상 시키는 음료는 따뜻한 카페모카. 더워도 추워도 시키는 따뜻한 카페모카가 이제는 그 손님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혹시나 아는 체를 하면 싫어할까, 싶어 언제나 처음 맞이하는 손님처럼 응대를 하지만 가끔은 오늘도 카페모카세요? 하고 말을 내뱉고 싶어, 입술이 씰룩 거린다. 흰 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다가도 갈색으로 그 희끗함을 덮어버리는 모습이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게 만든다. 앉아서 카페 모카가 올 때 까지 기다리다가, 가져다 드리면, 감사합니다. 하고 조그맣게 말을 하고 품에서 안경을 꺼낸다. 그렇게 안경을 쓰고,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핸드폰을 빤히 쳐다보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착착 정리해서 카운터로 가져다 준다. 혼자올 때는 이렇지만, 여럿이 올때는 목소리도 커지고, 즐겁게 웃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목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그 손님을 기다린다.
※ 중년의 직장인 ‘유’에 대하여.. 느적느적한 긴 그림자는 늘 ‘유’와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다. 유독 긴 시선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유’의 그림자에 ‘유’가 담길 때면 ‘유’는 사라지고 없다. 바람 실은 햇살이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과 달리 그림자와 함께 앉혀진 ‘유’의 자리는 그 둘의 합쳐진 무게만큼이나 무겁고 무거운 만큼이나 달싹임이 없다. 그늘 서린 다초점렌즈 안경을 걸쳐 쓴 채 혼재되어 있는 처리해야 할 서류와 버려야 할 서류를 적당히 외면하면서 모니터 화면에 열어두었던 주식 창을 ‘유’는 내쉬는 숨에 한숨을 담아 닫아 버렸다. 그런 ‘유’의 날숨엔 숨소리에도 보일 것 같은 담배 연기와 깊게 눅진 니코틴 냄새가 묻어 있다. ‘유’인지 ‘무’인지 존재를 가늠하기 어려운 ‘유’에게도 쿰쿰하지 않은 낭만이 삐져나올 때가 있다. 전 세계 자동차들이 시시각각 화면을 흐르는 모니터 하단부의 우측과 가끔은 있어도 없는 척 무용한 불빛을 깜박이는 인터폰 전화기의 좌측 모서리가 만나는 즈음에 옴짝달싹 못하게 붙여 세워둔 가족사진을 안경 없이 맨눈으로 온기를 담아 지그시 바라볼 때이다. 그렇게 ‘유’는 주먹 쥔 양손을 가볍게 맞대 턱을 괴고 깊지 않은 주름 지긋한 눈빛으로 사진 속 얼굴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춘다. 그리고 ‘유’는 비로소 색을 입는다. 그림자에 담겨져 ‘유’의 자리에 앉게 하는 것. 그리고 그 무게감을 버티게 하는 것. 또 ‘유’를 물들게 하는 것. ‘유’는 그것을 ‘유’만큼 가벼운 주름이 늘어가는 책상 한 켠에 뿌리내리게 한 채 매 순간 자신의 그림자를 딛고 뿌리내린 그것에 기대어 하루에 하루를 더하며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학생 딸아이의 나지막한 “아이씨~”소리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너 지금 엄마한테 아이씨~라고 짜증 내는 거야?” “아~ 아까 씻는다고 했잖아.”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빨리 일어나라는 엄마의 잔소리와 이불속에서 뭉그적거리며 심통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 지금의 딸아이와 똑같다. 아이를 가졌을 때, 그녀는 다짐했었다. “엄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거야.” 태교도 유별나게 하고, 아이에 대한 사랑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네 마음이 춥지 않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애썼는데..” 그녀의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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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로 클레어 키건 함께 읽어요-Foster<맡겨진 소녀>뉴욕타임즈 2023년 올해의 책 <The Fraud by Zadie Smith> 책수다<찰스 디킨스의 영국사 산책> 영국 고전문학도 EPL 축구팀도 낯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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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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