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6월 19일)은 11장 '길게 뻗은 연기: 화석 경제가 완성되다'입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6쪽 분량의 짧은 장입니다. 3장부터 10장까지 살펴본 증기력으로의 전환이 마무리된 내용을 통계와 함께 담고 있어요. (박사 학위 논문의 '소결'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11장 이후에 책의 후반부로 넘어갑니다. 오늘은 그냥 쉬시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살펴보세요. :)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서 우리는 은연중에 산업 혁명이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과 함께 벼락 같이 진행된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견해는 학계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해서 현재는 기각된 주장입니다. 특히, 1980~90년대 여러 역사학자의 연구로 '단절' '분수령' '전환점' 같은 기존 산업 혁명의 이미지는 연구에서는 사실상 사라졌어요. '조용한 혁명'이었고 '아주 긴' 과정이었고, 특히 기계화와 공장제가 급속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선행 연구의 맥락에서 증기력으로 전환을 둘러싼 기존의 해석을 비판하고 수력에서 증기력으로의 전환의 다른 원인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이참에 덧붙입니다. 11장을 읽으시면서 도움이 되시라고 덧붙입니다.
뒤따라 읽기 바쁜 제게 이런 YG님의 슬쩍 찔러주시는 '도움'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기관은 인부들보다 훨씬 더 다루기 쉽고 얌전하고,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시간을 잘 지키고 위스키를 마시지 않으며, 절대 지치지 않는다. 이것이 빅토리아 시대 이데올로기가 진심으로 집착하게 된 증기력의 성질이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08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데올로기적 과정을 통해서 기계물신주의가 수력을 지나쳐 바로 증기로 향하게 되었을까?( 330쪽) 수력은 자율적인 역학적 동력이었으며, 그 자체만의 주체적 특성에 합당한 법칙을 따랐고, 때문에 공장주들은 이 주체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 흐름은 인간 노동과 놀라울 만큼 현저하게 유사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파업할 수 있으며 물은 얼어붙을 수 있다.(331쪽)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30~331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아마도 이를 권력 없는 동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증기물신주의의 기본 교리다. 증기가 가지는 매력의 정도는 노동자와 수로가 보여준 노골적인 불복종의 함수로 나타났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33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9장 ‘규제는 필요 없고 오직 연료만’ :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석탄으로부터 권력을 도출하다 "당시 영국이 발전시킨 경제양식은 전적으로 석탄에 의존하고 있었다."(342쪽) "석탄은 성인들의 모든 기적을 능가하는 연금술의 ‘진정한 현자의 돌’로서 ‘하늘이 인류에 내린 선물' 또는 단순히 ’쉬지 않고 일하는 권능‘이었다. 이 단계에 도달하여 증기물신주의가 스스로가 획득한 성질은 연료 그 자체에 전이시킴으로써 석탄물신주의로 정체되었다고고 할 수 있을 것이다."(343쪽) "노동에 대항하는 투쟁이 기계를 소환했고, 다시 기계가 증기력을 소환했으며, 증기력은 또다시 석탄을 소환했다. 그리하여 결국 석탄이 제조업의 성장과 결합하게 된다."(345쪽)
증기물신주의는 물질적 (그리고 기호적) 사회조직으로부터 저절로 성장하게 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유주의나 사회주의를 부르짖은 것처럼, 증기물신주의는 부르주아 지식인들이 공공연하게 명시함으로써 비로소 탄생하였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46.,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총파업이 진행되면서 부르주아지의 이익은 오로지 불꽃을 완전히 다시 점화해야만 증진될 수 있고 반대로 노동계급의 이익은 석탄 연소의 일시적 중단을 유지해야만 증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366쪽) 아무리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이 사태들을 순전히 증기력에 대항한 저항일 뿐이었다고 여길 수는 없다. 이것은 적절한 생활수준과 정치적 권력 - ‘적당한 하루 노동에 적당한 하루 임금’과 헌장 -을 요구한 봉기였으며, 화석 경제는 이 투쟁의 물적 전장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367쪽)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10장, 366~367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우리가 살펴본 것과 같이 석탄의 가격은 이 결정적인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인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 결과 화석 경제가 지상에서 완성되었다.(390쪽) 1850년에 영국은 미국, 프랑스, 독일과 벨기에를 합친 것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였다. 러시아보다 1천 배 더 많은 양, 캐나다보다 2천 배 더 많은 양을 배출하였다. 만약 지구온난화의 역사적 고향을 찾을 수 있다면 실로 그게 어디인지, 그 정체를 의심할 여지는 없다.(392쪽)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11장, 390~392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목요일(6월 20일)은 12장 '인류의 기획이라는 신화: 대안 이론을 찾아서'입니다. 이 장은 기존의 증기력 발흥에 대한 주류의 이론(리카도주의-맬서스주의)을 앞에서 살펴본 근거를 토대로 다시 반박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보다는 오히려 뒷 부분이 더 중요해 보여요. 뒷 부분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인류세'를 둘러싼 아주 중요한 논점을 제기합니다. 여러분도 꼼꼼히 살펴보시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실 거예요. 그리고 가장 뒤에서는 '기술 결정론'의 편향에 대한 비판도 다시 나옵니다. 저는 관심 있는 주제라서 이 부분도 꼼꼼하게 살피면서 읽었네요. 내일 금요일(6월 21일)과 월요일(6월 24일)에는 이 책에서 가장 긴 장 13장을 천천히 읽는 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힘든 고비라는 것 굳이 숨기지 않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맨체스터로부터 기고된 시 하나는 역직기 직조공의 운명을 슬프게 한탄한다. ‘기계의 동력을 간신히 버티며, / 이른 아침부터 가장 늦은 한밤중까지, / 연기와 불꽃이 가득한 뜨거운 대기 속에서, / 그는 쥐꼬리만 한 임금을 얻으려 평생토록 노예로 일하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376~377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2024년에 한국의 어느 공장 하청노동자가 쓴 시라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1593 오는 8월이면 벽돌 책 함께 읽기를 시작한 지 만 1년이 됩니다. 2023년 8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이언스북스)부터 2024년 6월 『화석 자본』(두번째테제)까지 열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7월에 읽을 벽돌 책 함께 읽기 열두 번째 책은 아마르티아 센의 회고록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생각의힘)입니다. 지금 살아있는 경제학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학자'가 누구인가? 이 질문에는 각자의 식견과 관심에 따라서 저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겠지요. 저 질문을 살짝 바꿔서 지금 살아있는 경제학자 가운데 가장 '위대한 지성'이 누구인가? 이렇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아마르티아 센을 꼽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르티아 센은 어떻게 하면 경제학이 가난한 나라의 굶주림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평생에 걸쳐서 연구한 경제학자입니다. 당연히 가난과 발전, 불평등과 분배, 또 그런 문제와 뗄 수 없는 자유, 평등과 같은 정치 철학의 문제를 평생에 걸쳐서 고심했죠. 센은 그 공으로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고요. 그 아마르티아 센이 2023년 90세가 되었을 때 펴낸 회고록이 바로 7월에 함께 읽을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입니다. 어쩌면 센의 마지막 책이 될 가능성이 큰 이 회고록에서 그는 이채롭게도 1933년 인도 벵골에서 태어나 영국과 미국을 거쳐 다시 인도로 돌아오는 생애 초기 30년에 초점을 맞춥니다. 센과 함께 읽는 20세기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아쉬울 수도 있는 구성이죠. 하지만, 오히려 이런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도대체 왜 센은 경제학자로서 빛났던 중년 이후의 삶을 회고하기보다 오히려 자기의 다양한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이었던 인생 첫 30년을 회고했을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센은 이 책의 시작에서 세계 문명을 바라보는 두 가지 접근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문명의 '다름'에 주목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문명의 '상호 연결'에 주목하는 방식이죠. 우리는 이 책에서 전자가 아닌 후자에 주목하는 지성이 탄생하는 순간을 간접 경험하면서 지금 적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자유로서의 발전』, 『정의의 아이디어』 같은 센의 책을 읽으면서 기가 눌렸던 독자라면, 성장기의 다양한 일화 곳곳에 녹여 놓은 경제 이론과 철학의 묵직한 문제의식을 담은 눈높이를 낮춘 친절한 해설에 시야가 넓어질 겁니다. 20세기 중반과 현재를 넘나드는 역사와 정치에 대한 다양한 논평도 흥미진진합니다. 결정적으로 이 회고록은 재미있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 벽돌 책 함께 읽기의 책들이 무겁고 어렵고 진지해 보여서 선뜻 손이 안 갔다면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은 걱정 없이 참여해도 된답니다. 1월에 『사람을 위한 경제학』(반비)을 함께 읽었던 분이라면 조앤 로빈슨을 포함한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자 여럿이 센의 스승으로 다시 등장하니 기대하세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은 7월 3일부터 매일 한 장(약 25쪽)씩 29일간 읽습니다. 7월에도 우리 함께 벽돌 책 읽어요! * 지금까지 함께 읽은 벽돌 책 (총11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다름, 상호연결 ...아주 기대가 됩니다. 저는 바로 주문 했습니다. 7월도 기다려집니다.
아, 환영합니다! :)
주문했습니다~^^ 센의 책은 사놓고 읽지 않은 채로 꽂혀만 있어서 이번 기회에 같이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신청합니다.(물론 이 벽돌책만 읽기에도 숨가쁠것 같지만요 ㅜ) 전기물도 좋아하고 번역자님도 좋아하는 분이라서 기대가 됩니다!
네, 환영합니다. 즐겁게 읽으실 거예요. 읽기 수월해서 병행 독서 가능합니다!!!
우왕 7월 벽돌책 벌써부터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벽돌책 함께 읽기 덕분에 아마르티아 센.... ♡ 항상 감사해요!
네!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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