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금요일(6월 21일)과 월요일(6월 24일)은 13장 '화석 자본: 부르주아 소유 관계의 에너지 토대'를 읽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분량도 많고 @롱기누스 님께서 겁도 주셨습니다만, 특별히 읽기에 어려운 장은 아닙니다. (혹시 예전에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으셨거나, 마르크스 경제학 기초 세미나를 하셨던 분이라면 아련한 추억에 젖으실 수도 있습니다. :) ) 사실, 13장은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장입니다. 왜 이 책의 제목이 '화석 자본'인지를 설명하는 장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저자가 논의했던 여러 내용을 일반화해보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읽으시다 보면 아주 흥미진진한 포인트도 만나실 수 있으니 일단 차근차근 읽기를 시작하세요. (저자가 인용하는 흥미로운 여러 학자의 이름도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아! 아마르티아 센, 이분 “경제학자의 시대”에서도 소개가 된분 아닌가요? 개인사가 인상에 남았던 분 같아요. 주문했어요. 기대됩니다
@그러믄요 『경제학자의 시대』에서는 비판적인 경제철학자로 몇 차례 인용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사람을 위한 경제학』의 마지막 주인공이었습니다. :)
본의 아니게 스포일러를 한 듯한 죄책감(?)이 드네요 -_-;;
저는 이 책에서 낯익은 이름이 자주 나와서 오랜만에 책장 구석에 있는 책들을 꺼내보는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좌파 경제사학자 로버트 브레너입니다. 브레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했던 유명한 좌파 경제사학자입니다. 특히 봉건제에서 자본제로 어떻게 이행했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죠. 눈치 채셨겠지만, 자본주의 생산 관계를 최우선에 두고서 사고하는 안드레아스 말름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준 학자입니다. 브레너는 논문이 아니라 단행본으로는 국내에 두 권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한 권은 『혼돈의 기원』(1999). 1950년부터 1998년까지 세계 경제 위기를 브레너의 시각에서 추적한 책이고, 다른 한 권 『붐 앤 버블』(2002)은 2000년대 초 닷컴 기업이 주도했던 미국 신경제의 붕괴의 원인을 짚고 그 이후를 전망한 책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일어나고 나서는 2009년에 경상대학교의 정성진 교수가 주도했던 인터뷰의 주인공으로도 나선 적이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35867.html 브레너는 1943년생이라서 이미 이때 60대 중반이었고, 지금은 만 80세의 고령입니다. 저도 여러분도 브레너의 책을 다시 읽어볼 것 같지는 않지만, <한겨레> 인터뷰는 한번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혼돈의 기원 - 세계 경제 위기의 역사 1950~1998이 책은 봉건제 이행 논쟁으로 잘 알려진 저명한 맑스주의 역사학자인 로버트 브레너의 <불균등 발전과 장기 침체 : 호황에서 정체까지 선진 자본주의 경제 1950~1998년>라는 책을 완역한 것이다. 저자는 전후 자본주의 경제를 분석하면서 이윤율의 하락이 현재까지 지속되는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고, 그것의 원인이 자본간의 국제적 경쟁에 있음을 논증하고자한다.
붐 앤 버블 - 호황 그 이후, 세계 경제의 그 그늘과 미래전후 자본주의의 경제사에 관한 독창적인 이론가, 로버트 브레너의 신간이다. 닷컴 기업이 주도한 신경제의 몰락과 관련해 현재 시기 경제와 미래를 전망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롱기누스 그런데 저는 13장도 살짝 재미있었어요. (제가 약간 이상한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월요일(6월 24일)은 13장 '화석 자본: 부르주아 소유 관계의 에너지 토대'를 계속해서 읽습니다. 오늘 13장을 넘어서면 내일 14장, 15장은 훨씬 흥미롭습니다! 내일 화요일(6월 25일)과 수요일(6월 26일) 14장을 읽고, 모레 목요일(6월 27일) 15장, 그리고 금요일(6월 28일)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이번 책은 다들 힘들어하신 것 같아서 죄송했는데, 또 우연히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신 지인 가운데 '재미있었다'고 고백해주신 분도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불을 다루는 능력으로부터 화석 경제를 도출하고자 하는 시도는, 마치 최근 등장한 드론 전투를 양 눈을 함께 쓰는 시각이나 다른 손가락과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엄지의 존재를 통해 설명하거나, 2011년에 타흐리르 광장에서 일어난 대중 시위를 신석기 혁명 다시 도시들의 형성을 가지고 설명하거나, 바샤르 알아사드 치하 교도소에서 벌어진 조직적 고문 행위를 벽돌과 회반죽의 등장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등, 기타 셀 수 없이 많은, 한 치도 쓸모가 없는 헛짓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410~411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저자님, 제법 유머 감각이 있으신데요? ^^
이후 이어지는 문장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공감했습니다. 이런 초원격 사태를 원인으로 제시하는 게 진정한 기원을 애매하게 만들고 허무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요.
415쪽에서 저자는 기후위기의 원인은 인구 증가에 있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류세 서사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바어책은 또다시 인구의 증가를 끄집어내는 것뿐이다.” “대표적인 인류세 이론가들은 생물권 최대의 교란 요인으로 흔히 과도한 인구 재생산을 전면에 내세우려 든다.” 같은 구절들이 눈에 밟히네요. 그런데 저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후위기를 가장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인구 감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출생 기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장맥주 작가님께서 염두에 두신 '인구 증가' 요인을 저자는 14장에서 이렇게 중국의 예시로 반론하고 있습니다. 아래 인용입니다.
2002년과 2008년 사이 중국 전체 배출량의 48%에 달하는 양이 수출 부문에서 발생하였다. 이게 바로 중국 영토에서 올라오는 연기 기둥의 주요 원천이다. 다른 동인들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2002-2005년에 인구 증가와 '생활양식 변화'는 배출량 증가에 각각 2%와 1% 기여했을 뿐이며, 정부 지출과 가계 소비의 기여는 각각 7%에 불과했다. 반면에 수출용 생산은 대략 50%에 달했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511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이 대목에서 또 저자는 그렇다고 서구의 노동자-소비자가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맞을까?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14장은 또 이 질문에 대한 반론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 13장 중간에서 헤매고 있는데 얼른 14장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14장을 읽지 않은 채로 드는 생각을 몇 가지를 두서없이 적어보아요. 두어 시간쯤 뒤에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1. ‘세계 인구의 전체적인 감소’를 전제로 한다면 중국의 수출 부문에서 탄소가 많이 발생했건, 내수 부문에서 배출량이 많았건, 그걸 따지는 게 별 의미 없는 일 아닌가? 중국 제품의 수입국 국민 수가 줄어들면 중국 수출 부문 탄소배출량도 감소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선진국 국민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은 낼 수 있지 않을까? 2. 어떤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과 그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 않을까?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면 당장 담배를 끊어야겠지만, 담배를 끊는다고 폐암이 저절로 낫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폐암의 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항암치료라는 해결책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3. 인구 증가가 기후위기의 원인이건 아니건, 인류가 앞에 펼쳐진 상황은 아래 네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 아닐까? 그리고 (c)가 (a), (b), (d)보다 괜찮은 대안이지 않을까? a. 많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많이 쓰기 b. 많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적게 쓰기 c. 적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많이 쓰기 d. 적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적게 쓰기
저는 @장맥주 작가님과 저자의 중간쯤에 서 있는 것 같은데요. 말름은 인구가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들더라도 그 50명이 기존 100명이 했던 것만큼 소비를 하면 탄소를 줄이는 데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아주 강하게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b가 c가 된다고 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는 별반 도움이 안 되었다는 거지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서구 특히 유럽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들이 계속해서 소비를 유지하고 그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생산을 중국(지금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 해결은 난망할 것이라는 주장이죠. 제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현재 전 세계 인구는 (국내의 사정과는 다르게) 늘어나는 추세고 약 90억~100억 명 정도에서 정점을 찍고서 줄어듭니다. 그런데 그렇게 90억~100억 명까지 인구가 늘어나는 기간이 딱 탄소를 줄여야 하는 시간이랑 겹치거든요.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b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 대상은 지금까지 파티를 흥청망청 즐겼던 서구 사회 혹은 우리가 에너지를 적게 하지만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을 고민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나저나, 중국 다녀오신 것 같던데 어떠셨어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막연하게 세계 인구가 줄면 다들 지금 선진국 국민 수준으로 에너지를 쓰면서 살 수 있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기후위기는 시한이 있는 문제이고, 인구가 당장 드라마틱하게 감소할 수도 없겠군요. 베이징도서전에 가서는 행사를 하나 하고, 미팅(을 빙자한 먹부림)을 세 건 하고 왔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몇 년 만에 베이징을 찾은 제게는 인상적인 점이 세 가지쯤 있었습니다. 1. 이제 알리페이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네이버페이 앱으로 다 결제할 수 있더군요. 2. 베이징에 가로수가 아주 많아졌고,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여기가 중국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도심이어서 그랬겠지만 거리도 깨끗했고, 다른 사람 밀치고 다니는 행인도 보지 못했습니다. 올림픽공원 근처는 그냥 상암동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 사면서 계산이 서툴러서 시간을 오래 끄는 바람에 뒤에 있는 베이징 시민에게 “I’m sorry”라고 했더니 그 분이 웃으면서 “Nevermind”라고 하시더군요. 공안은 여전히 이곳저곳 많아서 살벌하기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시민들에게 좀 친절한 분위기. 3.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중국인 편집자와 넷플릭스판 《삼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분은 넷플릭스판 《삼체》가 문화혁명 장면으로 시작한 걸 높게 평가하시더군요. 직전까지 위화며 루쉰이며 찬쉐며 더듬더듬 이야기해서 분위기가 꽤 화기애애했던 터라 제가 불쑥 “문화혁명은 지금 중국에서 어느 정도나 민감한 주제예요?” 하고 물었더니 일순 달라지는 공기. 그 분은 웃으면서 “중국에서는 지금 뭐든지 민감해지고 있어요, 이제 곧 『1984』가 될 거예요”라고 대답하셨는데 다른 중국인 편집자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국에는 관심이 많은데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아서 가본 적이 없어요; 중국은 점점 더 '멸균된 권위주의 국가'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참, 중국에는 관심이 많아서 제가 가장 최근에 읽었던 중국 책 두 권도 소개합니다.
요즘 중국 - ‘서조선’부터 ‘비단잉어’까지 신조어로 읽는중국은 이상한 나라다. 하지만 말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요즘 중국의 보통 사람들이 읽고 쓰는 34가지 신조어로 생생하고 살아있는 중국을 접한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중국은 왜 그토록 위험한 나라가 되었는가? 과거의 중국과 ‘완전히 다른 중국’이 다가온다.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대지진’이 한국을 뒤흔드는 지금, 임박한 위기 앞에서 펼쳐야 할 책이다.
저는 그렇게 중국에 관심이 있거나 중국을 아는 사람은 아닌데, 무섭다는 생각은 종종 해요. ‘멸균된 권위주의 국가’까지는 그런가 보다, 중국 시민들 안 됐다고 생각하며 넘길 텐데 그 나라가 어느 순간 ‘패권 국가’가 되려 할 거 같아서요. 옛 중국 제국들처럼 (자기들 눈에) 대인배스럽고 자비로운 세계 중심 국가를 꿈꾸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시나리오에 가장 부주의한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 한국인들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식당에서 중국 동포 노동자에게 주문하면서, 동북공정 같은 땡깡을 보고 분개하면서는 오히려 제대로 보기 어려운 미래 아닐까 합니다. 2010년에는 이런 기사 두 건을 썼었네요. 그때와 지금 중국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100422/27773238/1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100426/27902358/9
12장 인류의 기획이라는 신화 : 대안 이론을 찾아서 "서구의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자본가들이 증기에 투자했고 화석 경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 한순간에라도 인류 종 전체가 이에 관해 방문 투표든 우편 토표든 표를 던진 적도, 기계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행진한 적도, 스스로와 지구 시스템의 운명에 대하여 어떤 권위를 공유하여 행사한 적도 없었다. 이 역사적 단계에서 종이 주요 행위자로 등장한 적은 없었다. 일부가 다른 이들을 지배하는 권력을 증기가 증대시켰기 때문에 바로 증기가 승리했던 것이다. 증기가 소중했던 이유는 그것이 서로 대립하던 인류의 부분들 사이의 투쟁에서 어느 한쪽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여, 종 내부의 모순은 증기가 주류로서 위상을 차지해가는 그 과정의 조건으로 끊임없이 기능하였다. ~<중략>~ 그러나 정적인 증기력이 사회의 다른 부분에 은근슬쩍 강요되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영국 제도에서 벌어진 사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정적인 증기력은 총포라는 폭력에 의해 뒷받침된 권력 장치였으며, 이 장치는 만약 그러한 폭력이 없었다면 전부 폭삭 다 타서 내려앉게 되었을 것이다."(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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