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이어지는 문장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공감했습니다. 이런 초원격 사태를 원인으로 제시하는 게 진정한 기원을 애매하게 만들고 허무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
D-29
장맥주
장맥주
415쪽에서 저자는 기후위기의 원인은 인구 증가에 있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류세 서사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바어책은 또다시 인구의 증가를 끄집어내는 것뿐이다.” “대표적인 인류세 이론가들은 생물권 최대의 교란 요인으로 흔히 과도한 인구 재생산을 전면에 내세우려 든다.” 같은 구절들 이 눈에 밟히네요. 그런데 저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후위기를 가장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인구 감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출생 기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YG
@장맥주 작가님께서 염두에 두신 '인구 증가' 요인을 저자는 14장에서 이렇게 중국의 예시로 반론하고 있습니다. 아래 인용입니다.
YG
“ 2002년과 2008년 사이 중국 전체 배출량의 48%에 달하는 양이 수출 부문에서 발생하였다. 이게 바로 중국 영토에서 올라오는 연기 기둥의 주요 원천이다. 다른 동인들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2002-2005년에 인구 증가와 '생활양식 변화'는 배출량 증가에 각각 2%와 1% 기여했을 뿐이며, 정부 지출과 가계 소비의 기여는 각각 7%에 불과했다. 반면에 수출용 생산은 대략 50%에 달했다. ”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511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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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이 대목에서 또 저자는 그렇다고 서구의 노동자-소비자가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맞을까?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14장은 또 이 질문에 대한 반론이기도 합니다.
장맥주
제가 지금 13장 중간에서 헤매고 있는데 얼른 14장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14장을 읽지 않은 채로 드는 생각을 몇 가지를 두서없이 적어보아요. 두어 시간쯤 뒤에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1. ‘세계 인구의 전체적인 감소’를 전제로 한다면 중국의 수출 부문에서 탄소가 많이 발생했건, 내수 부문에서 배출량이 많았건, 그걸 따지는 게 별 의미 없는 일 아닌가? 중국 제품의 수입국 국민 수가 줄어들면 중국 수출 부문 탄소배출량도 감소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선진국 국민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은 낼 수 있지 않을까?
2. 어떤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과 그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 않을까?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면 당장 담배를 끊어야겠지만, 담배를 끊는다고 폐암이 저절로 낫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폐암의 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항암치료라는 해결책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3. 인구 증가가 기후위기의 원인이건 아니건, 인류가 앞에 펼쳐진 상황은 아래 네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 아닐까? 그리고 (c)가 (a), (b), (d)보다 괜찮은 대안이지 않을까?
a. 많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많이 쓰기
b. 많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적게 쓰기
c. 적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많이 쓰기
d. 적은 인구가 1인당 에너지를 적게 쓰기
YG
저는 @장맥주 작가님과 저자의 중간쯤에 서 있는 것 같은데요.
말름은 인구가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들더라도 그 50명이 기존 100명이 했던 것만큼 소비를 하면 탄소를 줄이는 데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아주 강하게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b가 c가 된다고 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는 별반 도움이 안 되었다는 거지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서구 특히 유럽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들이 계속해서 소비를 유지하고 그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생산을 중국(지금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 해결은 난망할 것이라는 주장이죠.
제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현재 전 세계 인구는 (국내의 사정과는 다르게) 늘어나는 추세고 약 90억~100억 명 정도에서 정점을 찍고서 줄어듭니다. 그런데 그렇게 90억~100억 명까지 인구가 늘어나는 기간이 딱 탄소를 줄여야 하는 시간이랑 겹치거든요.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b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 대상은 지금까지 파티를 흥청망청 즐겼던 서구 사회 혹은 우리가 에너지를 적게 하지만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을 고민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나저나, 중국 다녀오신 것 같던데 어떠셨어요?)
장맥주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막연하게 세계 인구가 줄면 다들 지금 선진국 국민 수준으로 에너지를 쓰면서 살 수 있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기후위기는 시한이 있는 문제이고, 인구가 당장 드라마틱하게 감소할 수도 없겠군요.
베이징도서전에 가서는 행사를 하나 하고, 미팅(을 빙자한 먹부림)을 세 건 하고 왔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몇 년 만에 베이징을 찾은 제게는 인상적인 점이 세 가지쯤 있었습니다.
1. 이제 알리페이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네이버페이 앱으로 다 결제할 수 있더군요.
2. 베이징에 가로수가 아주 많아졌고,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여기가 중국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도심이어서 그랬겠지만 거리도 깨끗했고, 다른 사람 밀치고 다니는 행인도 보지 못했습니다. 올림픽공원 근처는 그냥 상암동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 사면서 계산이 서툴러서 시간을 오래 끄는 바람에 뒤에 있는 베이징 시민에게 “I’m sorry”라고 했더니 그 분이 웃으면서 “Nevermind”라고 하시더군요. 공안은 여전히 이곳저곳 많아서 살벌하기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시민들에게 좀 친절한 분위기.
3.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중국인 편집자와 넷플릭스판 《삼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분은 넷플릭스판 《삼체》가 문화혁명 장면으로 시작한 걸 높게 평가하시더군요. 직전까지 위화며 루쉰이며 찬쉐며 더듬더듬 이야기해서 분위기가 꽤 화기애애했던 터라 제가 불쑥 “문화혁명은 지금 중국에서 어느 정도나 민감한 주제예요?” 하고 물었더니 일순 달라지는 공기. 그 분은 웃으면서 “중국에서는 지금 뭐든지 민감해지고 있어요, 이제 곧 『1984』가 될 거예요”라고 대답하셨는데 다른 중국인 편집자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습니다.
YG
저는 중국에는 관심이 많은데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아서 가본 적이 없어요; 중국은 점점 더 '멸균된 권위주의 국가'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참, 중국에는 관심이 많아서 제가 가장 최근에 읽었던 중국 책 두 권도 소개합니다.
요즘 중국 - ‘서조선’부터 ‘비단잉어’까지 신조어로 읽는중국은 이상한 나라다. 하지만 말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요 즘 중국의 보통 사람들이 읽고 쓰는 34가지 신조어로 생생하고 살아있는 중국을 접한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중국은 왜 그토록 위험한 나라가 되었는가? 과거의 중국과 ‘완전히 다른 중국’이 다가온다.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대지진’이 한국을 뒤흔드는 지금, 임박한 위기 앞에서 펼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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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