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

D-29
음... 송유관 폭파까지는 좀 찬성하기 어려운데... 글도 주장만큼 화끈하게 쓰셨으면 싶네요. ㅎㅎ
@모시모시 @장맥주 그런데! 제가 말씀드렸던 팸플릿 형식의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마농지)는 완전히 글 쓰는 스타일이 이 책과 달라요. 화끈하고 아~주 잘 읽힙니다.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 - 21세기 생태사회주의론화석 자본주의 연구로 아이작·타마라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하며 기후위기 시대 가장 중요한 이론가의 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웨덴 환경사상가 안드레아스 말름의 문제작.
마성의 큐...
마성의 큐레이터....... 결국 또 샀네요.
아, 이 책도 제가 작년(2023년)에 여러분에게 권했던 책이죠. 팸플릿 분량에 기후 위기를 둘러싼 여러 정보와 메시지를 요령 있게 잘 담은 책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6월 18일)은 10장 '가서 저 연기를 멈추자!: 증기에 맞선 저항의 순간'을 읽습니다. 어제 월요일(6월 17일)에는 '증기 물신주의' '석탄 물신주의'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지배 계급을 다뤘다면 오늘 화요일은 그것에 대항하는 실천과 그를 뒷받침하는 대항 이데올로기를 살펴보는 장입니다. 우리로서는 어차피 그 결론을 알기에 답답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죠.
10장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날 지배적인 'AI 이데올로기'는 당대의 지배 권력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반면에 10장처럼 그 지배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서사는 아직은 미약하기만 한 것 같아서 더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막 10장 들어갔습니다. 적어주신 글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AGI가 증기기관보다 영향력이 클 지에 대해서는 뭐라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겠습니다(저는 클 거 같습니다). 그런데 영향력이 퍼지는 속도만큼은 증기기관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빠를 것이고, 그래서 그걸 견제하는 서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권력과 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는 바람에 기술을 개발하는 측과 우려하는 측의 설득 권력이 모두 빈약한데 우려하는 측의 서사가 더 엉성한 거 같습니다.
증기는 극단적인 기상이변 사태로부터 시간적, 공간적 보호를 약속해주었다. 석탄은 계절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 간단히 말하면, 날씨의 변덕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했던 욕망이 전환을 하게 된 동기 중 일부를 이루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전환이 일반적인 기후변화를 향한 수문을 열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극심한 가뭄과 갑자기 밀려오는 물의 벽과 자주 직면하게 되어 버렸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8장, 265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수력 작업장은 어쩔 수 없이 날씨의 변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기에 이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기나긴 노동일이 특히 선호되었으며, 그 때문에 수력 작업장은 아동과 성인 모두에게 끔찍하도록 극심하면서도 고통스런 고역이 반복하여 몰아닥치는 곳이었다. 이들 소유주는 수력의 불규칙성을 노동시간의 불규칙성으로 - 다르게 말해서, 이 단어를 더 선호한다면, 노동시간의 유연성으로 - 구조적으로 치환하였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8장, 267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최대한의 하루 노동시간을 확보하여 생산을 증대하려는 자본의 이해와 이에 대립하며 하루의 일부를 스스로의 욕구 만족을 위해 확보하려는 노동의 이해 간의 충돌, 공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차원에도 매우 뚜렷한 역설이 존재한다. 베비지가 말했듯이 흐름은 이미 ‘자연적으로 운동 상태에’ 있다. 재고는 완전히 정적이다. 하지만 시간상 축적을 진행하는 면직업종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흐름은 작업 정지를 일으키기 쉬운 반면에 재고에는 원하는 순간 마음대로 불을 붙이는 것이 가능했다. 이렇게 무기력하고 정적인 것과 적시 적소에 제공되는 동적인 것이 전도된다. 이는 바로 19세기 초 영국의 자본주의 소유관계가 그 자체의 시간성을 창조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시간성이 첨예한 모순의 순간에 들어서서 자연을 재편해야만 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8장, 299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6월 19일)은 11장 '길게 뻗은 연기: 화석 경제가 완성되다'입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6쪽 분량의 짧은 장입니다. 3장부터 10장까지 살펴본 증기력으로의 전환이 마무리된 내용을 통계와 함께 담고 있어요. (박사 학위 논문의 '소결'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11장 이후에 책의 후반부로 넘어갑니다. 오늘은 그냥 쉬시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살펴보세요. :)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서 우리는 은연중에 산업 혁명이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과 함께 벼락 같이 진행된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견해는 학계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해서 현재는 기각된 주장입니다. 특히, 1980~90년대 여러 역사학자의 연구로 '단절' '분수령' '전환점' 같은 기존 산업 혁명의 이미지는 연구에서는 사실상 사라졌어요. '조용한 혁명'이었고 '아주 긴' 과정이었고, 특히 기계화와 공장제가 급속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선행 연구의 맥락에서 증기력으로 전환을 둘러싼 기존의 해석을 비판하고 수력에서 증기력으로의 전환의 다른 원인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이참에 덧붙입니다. 11장을 읽으시면서 도움이 되시라고 덧붙입니다.
뒤따라 읽기 바쁜 제게 이런 YG님의 슬쩍 찔러주시는 '도움'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기관은 인부들보다 훨씬 더 다루기 쉽고 얌전하고,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시간을 잘 지키고 위스키를 마시지 않으며, 절대 지치지 않는다. 이것이 빅토리아 시대 이데올로기가 진심으로 집착하게 된 증기력의 성질이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08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데올로기적 과정을 통해서 기계물신주의가 수력을 지나쳐 바로 증기로 향하게 되었을까?( 330쪽) 수력은 자율적인 역학적 동력이었으며, 그 자체만의 주체적 특성에 합당한 법칙을 따랐고, 때문에 공장주들은 이 주체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 흐름은 인간 노동과 놀라울 만큼 현저하게 유사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파업할 수 있으며 물은 얼어붙을 수 있다.(331쪽)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30~331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아마도 이를 권력 없는 동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증기물신주의의 기본 교리다. 증기가 가지는 매력의 정도는 노동자와 수로가 보여준 노골적인 불복종의 함수로 나타났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33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9장 ‘규제는 필요 없고 오직 연료만’ :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석탄으로부터 권력을 도출하다 "당시 영국이 발전시킨 경제양식은 전적으로 석탄에 의존하고 있었다."(342쪽) "석탄은 성인들의 모든 기적을 능가하는 연금술의 ‘진정한 현자의 돌’로서 ‘하늘이 인류에 내린 선물' 또는 단순히 ’쉬지 않고 일하는 권능‘이었다. 이 단계에 도달하여 증기물신주의가 스스로가 획득한 성질은 연료 그 자체에 전이시킴으로써 석탄물신주의로 정체되었다고고 할 수 있을 것이다."(343쪽) "노동에 대항하는 투쟁이 기계를 소환했고, 다시 기계가 증기력을 소환했으며, 증기력은 또다시 석탄을 소환했다. 그리하여 결국 석탄이 제조업의 성장과 결합하게 된다."(345쪽)
증기물신주의는 물질적 (그리고 기호적) 사회조직으로부터 저절로 성장하게 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유주의나 사회주의를 부르짖은 것처럼, 증기물신주의는 부르주아 지식인들이 공공연하게 명시함으로써 비로소 탄생하였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9장, 346.,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총파업이 진행되면서 부르주아지의 이익은 오로지 불꽃을 완전히 다시 점화해야만 증진될 수 있고 반대로 노동계급의 이익은 석탄 연소의 일시적 중단을 유지해야만 증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366쪽) 아무리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이 사태들을 순전히 증기력에 대항한 저항일 뿐이었다고 여길 수는 없다. 이것은 적절한 생활수준과 정치적 권력 - ‘적당한 하루 노동에 적당한 하루 임금’과 헌장 -을 요구한 봉기였으며, 화석 경제는 이 투쟁의 물적 전장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367쪽)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10장, 366~367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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