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수력이 아니라 왜 증기력이었는지를 길게 논한 3장부터 8장까지를 뒤로 하고, 오늘 월요일(6월 17일)은 9장 '규제는 필요 없고 오직 연료만':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석탄으로부터 권력을 도출하다'를 읽습니다. @장맥주 작가님을 포함해서 여러분이 흥미롭게 읽으실 만한 부분인데요. 이 장에서 저자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당대의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한 '증기 물신주의' '석탄 물신주의'의 아이디어는 정치생태학자 알프 호른보리의 '기계 물신주의'에서 가져온 것인데요. 알프 호른보리는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 지도 교수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저자도 성실한 대학원생으로서 챙길 건 다 챙기고 있어요. :) )
9장이ㅜ제겐 좀 생뚱맞게 느껴졌어요, 이 책의 어떤 맥락에서 steam fetishism에 대한 챕터를 넣었는지 좀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혹시 다른 분들은 어떻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로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읽혔어요. 수력에서 증기력으로의 전환이 단지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자본과 노동 사이의 역관계뿐만 아니라 당대의 이데올로기가 뒷받침하고 있었다는 대목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 같고요. 오히려 없었으면 공백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수력과 증기력의 운명이 또렷해지기 전부터 증기력 선호 현상과 와트 숭배 같은 현상이 명백히 있었으니까요. (저자가 이 장을 넣은 가장 큰 이유일 듯합니다.)
확실히 이해에 도움이 되는 설명이네요, 고맙습니다
7장 도시로 가는 차표 : 증기가 지닌 공간상의 장점들 "이러한 글 속에서 증기의 주요 장점은 에너지 확보에 대한 장벽이라기보다는 노동력 확보에 대한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으로 제시된다. 노동계급으로부터 잉여 부를 착취하는 데 더 우수했던 매개체가 바로 기관이었다. (194쪽) "~자유로운 임금 노동에 의존하면 할수록 정착촌의 비용은 늘어났고, 그 결과 이득은 줄게 되었으며, 이에 반해 증기력의 이용이라는 해결책이 가지는 장점이 더욱 두드러졌다."(212쪽) "시골의 수력 작업장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와 같았다. 한편에는 사람으로 가득한 헛간 기숙사가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는 테라스가 딸린 깨끗한 오두막이 있었고, 강제 아동노동과 느긋한 자유 임금노동이 동시에 존재했으며, 노예들의 지하 감옥과 화려한 정원이 함께 있었고, 처벌과 쾌락이 공존했다."(217쪽)
공간상 고정되어 있다는 특정 탓에 수력은 제조업자가 자신의 일손들과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강제했다. ~ 반면에 증기력은 제조업자의 이웃으로부터 제조업자를 소외시킴으로써 자본가가 노동자들을 ‘북과 같은 기계 부품과 다름없이’ 다룰 수 있게 해주었다. 노동자들은 이제 마음대로 해고될 수 있고, 쉽게 대체될 수 있으며, 주택시장에서 알아서 자기 한 몸 챙기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 일시적으로 고용된 노동력이라는 점 빼고는 달리 아무런 중요성도 없는 익명의 존재가 되었다. 전원지대의 수력 작업장 노동자들을 다루는 방식이 강제적 노예제도와 사탕발림의 양극단을 오간 반면에 도시의 증기력 작업장에서는 이 양극단 어느 쪽에도 아예 관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도시에서 공장 작업자는 대상화된 비인격적 상품에 한층 더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237쪽) 1825년 이후, 이렇게 ‘일주일 동안 노동자 500명을 모아서 쓴 후 다음 주에 바로 전원 해고’할 수 있다는 특권은 정착촌 건설을 위해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장점으로 여겨졌다. (239쪽)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7장, 237~239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출장다녀왔더니 6월 중순을 지나 6월 말로 가고있네요. 흑흑. 늦더라도 글타래를 따라가면서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기후변화 기다리던 주제인데 아쉽...
고속도로나 정유소 입구를 맨몸으로 막아서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그렇게 하세요. 안드레아스 말름은 《송유관을 폭파하는 방법How to Blow Up a Pipeline》이라는 책에서 공익에 반하는 화석연료 기업 들과 싸울 때 고의적인 방해와 재산 피해를 주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합니다.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 에필로그, 빌 맥과이어 지음, 이민희 옮김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더 경험하게 될지, 일상화된 기상이변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황이 더 나빠지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빌 맥과이어는 최신 자료들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문제를 풀 마지막 열쇠가 아직은 우리 손에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전자책으로 읽던 책에서 말름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뭐예요... (호오라) 음.. 과격하신 분이군요. 🤔
음... 송유관 폭파까지는 좀 찬성하기 어려운데... 글도 주장만큼 화끈하게 쓰셨으면 싶네요. ㅎㅎ
@모시모시 @장맥주 그런데! 제가 말씀드렸던 팸플릿 형식의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마농지)는 완전히 글 쓰는 스타일이 이 책과 달라요. 화끈하고 아~주 잘 읽힙니다.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 - 21세기 생태사회주의론화석 자본주의 연구로 아이작·타마라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하며 기후위기 시대 가장 중요한 이론가의 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웨덴 환경사상가 안드레아스 말름의 문제작.
마성의 큐...
마성의 큐레이터....... 결국 또 샀네요.
아, 이 책도 제가 작년(2023년)에 여러분에게 권했던 책이죠. 팸플릿 분량에 기후 위기를 둘러싼 여러 정보와 메시지를 요령 있게 잘 담은 책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6월 18일)은 10장 '가서 저 연기를 멈추자!: 증기에 맞선 저항의 순간'을 읽습니다. 어제 월요일(6월 17일)에는 '증기 물신주의' '석탄 물신주의'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지배 계급을 다뤘다면 오늘 화요일은 그것에 대항하는 실천과 그를 뒷받침하는 대항 이데올로기를 살펴보는 장입니다. 우리로서는 어차피 그 결론을 알기에 답답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죠.
10장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날 지배적인 'AI 이데올로기'는 당대의 지배 권력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반면에 10장처럼 그 지배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서사는 아직은 미약하기만 한 것 같아서 더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막 10장 들어갔습니다. 적어주신 글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AGI가 증기기관보다 영향력이 클 지에 대해서는 뭐라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겠습니다(저는 클 거 같습니다). 그런데 영향력이 퍼지는 속도만큼은 증기기관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빠를 것이고, 그래서 그걸 견제하는 서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권력과 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는 바람에 기술을 개발하는 측과 우려하는 측의 설득 권력이 모두 빈약한데 우려하는 측의 서사가 더 엉성한 거 같습니다.
증기는 극단적인 기상이변 사태로부터 시간적, 공간적 보호를 약속해주었다. 석탄은 계절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 간단히 말하면, 날씨의 변덕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했던 욕망이 전환을 하게 된 동기 중 일부를 이루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전환이 일반적인 기후변화를 향한 수문을 열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극심한 가뭄과 갑자기 밀려오는 물의 벽과 자주 직면하게 되어 버렸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8장, 265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수력 작업장은 어쩔 수 없이 날씨의 변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기에 이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기나긴 노동일이 특히 선호되었으며, 그 때문에 수력 작업장은 아동과 성인 모두에게 끔찍하도록 극심하면서도 고통스런 고역이 반복하여 몰아닥치는 곳이었다. 이들 소유주는 수력의 불규칙성을 노동시간의 불규칙성으로 - 다르게 말해서, 이 단어를 더 선호한다면, 노동시간의 유연성으로 - 구조적으로 치환하였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8장, 267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최대한의 하루 노동시간을 확보하여 생산을 증대하려는 자본의 이해와 이에 대립하며 하루의 일부를 스스로의 욕구 만족을 위해 확보하려는 노동의 이해 간의 충돌, 공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차원에도 매우 뚜렷한 역설이 존재한다. 베비지가 말했듯이 흐름은 이미 ‘자연적으로 운동 상태에’ 있다. 재고는 완전히 정적이다. 하지만 시간상 축적을 진행하는 면직업종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흐름은 작업 정지를 일으키기 쉬운 반면에 재고에는 원하는 순간 마음대로 불을 붙이는 것이 가능했다. 이렇게 무기력하고 정적인 것과 적시 적소에 제공되는 동적인 것이 전도된다. 이는 바로 19세기 초 영국의 자본주의 소유관계가 그 자체의 시간성을 창조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시간성이 첨예한 모순의 순간에 들어서서 자연을 재편해야만 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8장, 299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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