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

D-29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의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3장(전시 코뮤니즘)입니다. 맥락은 이렇습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그러니까 지금 과학자가 목표치로 내놓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구 기온이 섭씨 1.5도 이상 상승을 막으려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7.6퍼센트씩 온실 기체를 감축해야 합니다. 말름이 보기에, 이 목표는 이렇게 해야 실현 가능합니다. "상거래의 흐름을 통제하고, 야생동물 밀매업자를 (필요하다면 폭력을 사용해) 쫓아내고, 화석연료 기업을 국유화하고, 직접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을 실행하고, 연간 탄소 배출량을 10퍼센트 가까이 감축하는 경제를 계획하고, 이밖에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추진하는 국가가 정말로 나타나야 비로소 우리는 비상사태를 벗어나는 길에 서 있을 수 있다." (220쪽) 연간 탄소 배출량을 10퍼센트 감축하려면 2020년 팬데믹 충격 정도가 아니라 1929년 대공황 정도의 충격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도 공공연하게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전시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말름은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름이 호출한 역사적 경험이 바로 1917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 전쟁과 기근 또 바이러스 유행으로 만신창이가 된 러시아를 겨우 버티게 한 전시 공산주의(1918~1921년) 경험입니다. 그는 이번 팬데믹 비상사태 때 각국 정부가 보였던 모습을 염두에 두면, 이런 주장이 결코 몽상이 아니라고 보는 듯합니다. 토론을 위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말름이 2장에서 길게 서술했듯이 바이러스 팬데믹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있었음에도 인류는 미리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팬데믹이 일어나고 나서도 일사불란한 대응과는 거리가 멀었죠. 이런 상황에서 기후 위기를 막는 데에 인류가 과연 선제적으로 나서서 행동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비상사태에서도 기존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 일은 어렵습니다. 전시 공산주의가 가능했던 일은 러시아에서 이미 권력의 구조 변동(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이뤄졌기 때문이죠. 오히려 비상사태에서 권력은 가장 안 좋은 쪽으로 몰리죠. 그 증거가 러시아에서 전시 공산주의가 진행 중일 때 유럽 서쪽에서 발흥하던 파시즘, 나치즘입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질문. 지금 전 세계에서 말름이 언급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온실 기체 감축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강한 국가'는 중국입니다. 하지만 그런 중국조차도 권력(공산당)의 의지, 시민의 의식, 거기다 세계 자본주의와의 강한 연결고리 때문에 변화의 가능성은 적습니다. 답답한 질문만 계속하면서 책을 덮습니다.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읽으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서 ‘전시 자본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접했고, 그리 허황되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클라인은 그것이 기후위기 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병폐까지 해결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싶었어요. 그런데 전시 자본주의를 넘어선 전시 공산주의라... 하여튼 꾹 참고 읽어보겠습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2014년 UN 기후 변화 정상 회담에 맞춰 조직된 대규모 시민 기후 행진 일주일 전에 발간되도록 기획되었으며, 출간 직후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뉴욕 타임스’를 포함한 유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저는 나오미 클라인을 별로 안 좋아해서 이 책도 아주 삐딱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들 좋아하는 책인데 말이죠;
저도 나오미 클라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금 다시 계몽"에서였나, 스티븐 핑커가 나오미 클라인 비판하는 대목 보면서 좀 통쾌했고요. 그런데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나쁘지 않게 읽었어요. 그리고 이 "화석 자본"은 이를 갈면서 읽게 될 거 같은 강한 예감이 듭니다...
34쪽, ‘천변지동’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고, 무슨 뜻인지는 바로 알았지만 이런 단어가 존재하나 싶어서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전문 용어도 아닌데 그냥 ‘경천동지’나 ‘지각변동’이라고 하면 될 걸 굳이 사전에 없는 생소한 단어로 번역하고 옆에 중요하지도 않은 원문 earth-shattering을 병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사소한 꼬투리 잡아봤습니다. 번역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은 거 같아요.
툴툴거렸지만 다음 페이지에서 ‘화석연료로부터 획득된 권력-동력은 애당초 이중적 의미와 본성을 지닌다’는 문구를 만나고 정신 바짝 차렸습니다. 간만에 뇌를 혹사시키면서라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네요.
그런데 제 책이 파본이에요. 48쪽 다음 갑자기 33쪽이 나옵니다. 33~48쪽까지가 더 들어가 있어서 읽는데 별 무리는 없습니다. 파본 구입한 것도 오랜만인데, 길조라고 여기렵니다. ^^
@장맥주 앗, 아침부터 작가님 투덜거림 보면서 웃었어요. 요즘 세상에 파본 만나기 어려운데 희귀본이네요. (왠지 이 책 작가님이랑 궁합 안 맞을 것 같은데 어쩌죠?)
훗훗훗... 책이 좀 앙탈을 부리는 거 같은데 잘 친해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이 힘 내 주셔야 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월요일(6월 3일)부터 6월 벽돌 책 『화석 자본』 읽기를 시작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평일 기준 하루 30쪽을 읽는 일정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오늘은 1장 '과거의 열기 속에서: 화석 경제의 역사를 향하여'를 읽습니다. 1장에서는 기후 위기의 현황을 설명하고, 왜 자기가 기후 위기의 역사적 기원을 파고들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서문 격인 셈이죠. @장맥주 작가님과 댓글 주고받으면서도 말씀드렸듯이 1장, 2장에 진입 장벽이 있어요. 하지만! 또 찬찬히 읽어보면 유용한 통찰과 쓸 만한 참고 문헌이 쏟아집니다. 이번 달에도 즐겁게 벽돌 책 함께 읽어요!
저자가 많이 의존하면서도 또 논쟁하는 학자 가운데 경제사학자 로버트 C. 앨런이 있습니다. 『세계 경제사』(교유서가)에 앨런의 중요한 논점이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아요. (저는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은 학자입니다.)
세계경제사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7권. 지난 500년간 세계 각국의 임금과 생활수준, 주요 산물의 가격 등을 비교하면서 역사의 분기점은 어디에 있는지, 부국의 기회를 잡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무엇이 현재의 불평등의 기원이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여기서 탐구할 문제는 역사 속에 기후가 남긴 영향이 아니라 기후 속에 역사가 남긴 영향이다. 공장법이나 자유 무역 정책이 강수량과 빙하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문제이지 그 역이 아니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18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우리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졌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심각하게 지체'될 뿐 아니라(온난화를 겪는 매 순간은 먼 과거로부터 기원한다) 그 효과 역시 '상당히 지연'되기 때문에(현재 배출의 누적 효과는 미래에 나타난다) 여기서 바로 왜곡된 윤리적 구조가 탄생한다. 피해자가 아직 존재하지 않으니 지금 화석연료를 태우는 가해자가 그 피해자를 대면한다는 것은 가정조차 불가능하다. 가해자는 지금 여기 살면서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 모든 이득을 독식하면서도 그 손해는 거의 입지 않는다. 손해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 이것을 롭 닉슨(Rob Nixon)은 ‘느린 폭력’이라고 부른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22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제가 아주 인상 깊게 읽은 문제작입니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느린 폭력'을 고발하는 작가와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일어나는 폭력, 시공을 넘어 널리 확산하는 시간 지체적 파괴, 일반적으로 전혀 폭력으로 간주되지 않는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폭력을 '느린 폭력'이라는 표현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환경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이 문장에 밑줄을 쳤는데… 결국 특정행위를 함으로서 이익을 얻는 원인제공자와 그로 인해 이익을 얻기는 커녕 손해를 보는 피해자가 다를뿐만 아니라 ‘지연’의 영향으로 오랜 시간의 차이까지, 아울러 지리적으로도 다르게 나타나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1장을 읽으면서 "느린 폭력"이란 단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위의 22쪽 구절은 저도 포스트잇 붙여놓은 부분이라 공감하며 댓글 남깁니다.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란 책도 읽어 보고 싶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전에 있었던 바로 그 전환(산업 혁명기 증기력의 발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의 본보기라기보다는 차라리 방해물을 이해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열쇠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32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바로 가디너가 말한 것처럼, 즉 '변화의 희망이 거의 고갈된 경우에도 심각한 잘못의 증인으로 남을 의무'가 있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33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동력 또는 권력인 'power'라는 영어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동력으로 쓸 때 'power'는 자연력의 일종으로 에너지의 흐름이나 일의 척도로 사용된다. 또한 권력으로 쓸 때 'power'는 권위와 지배구조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다. 다른 주요 유럽 언어에서는 이 두 의미가 이처럼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 왜 영어에서만 이 두 극이 하나로 수렴했을까?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36~37쪽,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위대현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생각정원 출판사] 고정욱 작가 신간 <점퍼> 함께 읽어요! [📕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아티초크/책증정] 장강명 작가 추천! 해즐릿의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와 함께해요.[책 증정] 이데올로기가 아닌 삶을 위한 자유! 에세이 『자유』를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 증정] 박주희 아트 디렉터의 <뉴욕의 감각>을 저자&편집자와 같이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장르살롱>의 귀환! 이번엔 호러의 차례!
[책나눔] [박소해의 장르살롱] 17. 우아하고 독특한 사마란 월드 [박소해의 장르살롱] 1. 호러만찬회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 완독 파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한국을 사로잡은 아일랜드 작가
<함께 읽기> 클레어 키건 - 푸른 들판을 걷다<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신작 함께 읽기원서로 클레어 키건 함께 읽어요-Foster<맡겨진 소녀>
도서관 모임을 응원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강릉교육문화관] 단기독서챌린지 <생존독서>경남교육청의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쌤들의 독서모임도봉 청소년 온라인 북클럽(가칭) 1기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읽고 토론해요.
Daydreamer 님의 블로그, 진화하는 책꽂이
결국은 감수성우리는 왜 다정해야하는가기자다움이란
초단편의 매력을 알아보자!
[책증정] 문화일보 엔솔로지 『소설, 한국을 말하다』 함께 읽어요! (w/ 마케터 j)[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 영문 원서 읽기, 함께 하면 어렵지 않아요.
원서로 클레어 키건 함께 읽어요-Foster<맡겨진 소녀>뉴욕타임즈 2023년 올해의 책 <The Fraud by Zadie Smith> 책수다<찰스 디킨스의 영국사 산책> 영국 고전문학도 EPL 축구팀도 낯설지 않아~
믿고 읽는 그믐북클럽 🌘
[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2. <더 나은 세상> 읽고 답해요[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Xsam]18.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읽고 답해요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매달 만나는 달달한 로맨스, 🍧 달달북다
[북다] 《러브 누아르(달달북다03)》 함께 읽어요! [북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달달북다02)》 함께 읽어요! [북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달달북다01)》 함께 읽어요! (7/26 라이브 채팅)
송승환 시인과 함께 느릿느릿 읽어요.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읽기 모임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3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2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투표의 시간!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해의 한 책]은?
[원북성북] 올해의 성북구 한 책에 투표해주세요! : 비문학 부문[원북성북] 올해의 성북구 한 책에 투표해주세요! : 문학 부문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