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
아내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날 나들이를 나왔다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카페로 피신한 참이었다. 테이블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과 조각 케이크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
“뭘?”
나는 바보 같아 보인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자주 싸우는 부부도 아니었고, 서로에게 잘못이라고 할 만한 일은 거의 하지 않게 될 정도로 오래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뭘 그만하자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듯 감정 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결혼 말이야.” ”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195-196P., 서윤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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