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안온지기와 함께하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D-29
랑베르의 경우 탈출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그가 들인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았구요. 그는 오랑 시를 탈출하는 것에만 몰두하다가 계속되는 탈출 실패로 남는 시간을 보건대에 합류해서 보내기로 합니다. 그리고 오랑 시가 처한 상황을 좀 더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지요. 저는 그 상황을 마주한 순간 인간 본연의 선한 도덕심같은 게 건들여졌다고 봅니다. 그 상황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페스트는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로 계속 남았다면 아마 탈출 기회가 찾아왔을 때 탈출했겠지요.
제 생각에 랑베르는 책임감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랑베르는 오랑시 사람들이 전염병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봅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쉴틈도 없이 전염병 걸린 사람들은 몰려 오고 죽어가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납니다. 랑베르는 살고 있는 파리로 돌아가려하지만 이런 모습들을 보고 본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랑베르는 파리로 돌아간다고 한들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전염병으로 병원에 실려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가족, 그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 등 을 보면서 외면하기 힘들어 합니다. 랑베르는 돌아가서 아내와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이기심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면 괴로울 것 같다고요. 랑베르 자신에게 마음아픈 갈등이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돌아갈 이유로 찾은 '바깥의 여자친구'는 구실이었을 뿐이었죠. 나가기 위해 어떤 구실이 필요한데 마침 그것이 떠올랐던 거구요. 랑베르가 느꼈던 책임감은 도덕이나 윤리에 가까웠던 걸까요? 아니면 주변 분위기에 동조한 감정일까요? 에이프릴 님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도덕이나 윤리감도 조금 있었겠지만 주변 분위기에 동조한 감정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계속 파리로 돌아가겠다고 하다가 피곤하고 쉴틈도 없이 페스트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 사람들을 보고 결심이 돌아선 걸로 보입니다
감정의 전파/동조도 무시할 수 없죠.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 내가 하고자하는 선택보다 다수의 선택을 옳다고 믿고 따르기도 하니까요.
랑베르가 추구했던 삶의 가장 큰 가치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랑시가 아닌 자신의 연인과의 삶이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도피적인 태도로 오랑시를 벗어나려했지만, 타루에게 리유도 아내와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아마도 자신이 리유에게 했던 '추상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반성했을 것입니다. 떠나지 않고 남는다는 것은 용기었을까 아니면 책임감이었을까. 그리고 랑베르가 혼자서 떠나서 과연 행복해졌을까도 의문입니다.
보건대에 합류하기 전에 떠났었다면 행복과는 별개로 안도했을 것 같습니다. 이방인으로써 위험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 자신은 이 일과 상관없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에서요. 랑베르가 떠올렸던 연인은 정말로 보고싶었던 인물이 아니라 탈출을 위한 도구로써만 떠올려진 인물 같았습니다.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도시를 벗어나서 당장 만아야 할 만큼 간절하지도 않았다고 봐요.
'선생님은 추상적입니다.' 페스트가 더욱 성해져서 일주일에 사망 환자 수가 평균 오백 명에 달하고 있는 병원에서 보낸 그날들이 정말로 추상적이었을까? 그렇다,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일면이 있다. 그러나 추상이 우리를 죽이기 시작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추상과 대결해야 한다.
페스트 p120,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페스트만이 아니라 모든 절망의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그 절망이란 이름의 추상만을 알뿐 그래서 포기하거나 체념하거나 달아나는 행위 등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리유의 말처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추상과 대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결이란 리유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타루처럼 보건대를 조직하는 적극적인 투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시지프 신화'를 읽고나니 리유의 행동이 단순히 책임감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그저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 자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부조리의 저항'도 볼 수 있더군요. 그 전에는 리유의 도덕적 책임감에 따른 자기 자리에서의 최선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타루의 죽음은 정말 안타까웠어요. 가장 먼저 앞서서 페스트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재난에는 영웅도 특출난 사람도 없다는 것을 그의 죽음을 통해 보게 되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페스트를 읽으며 특히나 공감이 갔던 캐릭터가 있으셨나요?
리유가 주인공이었음에도 저는 그 주변 인물 중 하나인 코타르가 꽤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살에 실패해 리유와 만나게 된 인물이었죠. 처음엔 단순히 자살소동으로 등장하고 마무리되는 인물인 줄 알았는데, 페스트 시기를 이용해 거대한 부를 손에 쥐는 인물이더군요. 시기를 잘 이용한 것인지, 마침 그 시기에 특수를 누렸던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할 문제지만 우리가 겪은 코로나 때에도 있었던 사람들과 코타르라는 인물이 겹쳐지더군요.
그러나 페스트가 종료되고 나서는 자신의 수입이 다시 나빠지면서 난동을 피우는 인물이 됩니다. 어쩌면 페스트가 질병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정신적 문제가 질병인 것 같다고도 느껴졌어요. 사실은 질병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우리는 그저 늘 질병을 안고 살아왔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라고요. 마지막 총기 난동까지해서 코타르는 등장 회수에 비해 확실히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조세프 그랑을 보고 대개는 소시민인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어도 그 권리를 회복할 주장도 하지 않는 보통의 우리를 말입니다. 카뮈는 그랑을 보잘 것없고 존재도 없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약간의 선량한 마음과 우스꽝스럽기한 한 이상밖에 없는 영웅이라고 하고 있네요. 그래서인지 보건대 멤버 중에서 페스트에 걸리고도 회복한 유일한 인물입니다. 페스트 상황에서도 묵묵히 시청서기로서의 일 그리고 보건대의 일 또한 자신이 쓰고 싶은 문장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했던 그랑이 개인적으로는 잔과 다시 만나 진솔한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랑과 리유가 묵묵히 자신이 하던 것을 계속 이어하는 것에서, 비슷한 인물이라고도 생각되었습니다.
랑베르의 갈등이 참 인간적이었어요! 저런 상황에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이익만 생각할 지, 본인의 이기심을 버리고 윤리적인 행동을 따라야 할지, 누구든 충분히 할 수 있는 갈등인 것 같아요
저는... 칼같이 탈출합니다ㅋㅋ 일단 나부터 살고나서 다른 사람의 문제를 걱정해야죠ㅋ
그렇다, 인간이 소위 영웅이라는 것의 전례와 본보기를 세워 놓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반드시 이 이야기 속에 한 사람의 영웅이 있어야 한다면, 서술자는 바로 이 보잘 것없고 존재도 없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약간의 선량한 마음과 아무리 봐도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는 없는 이 영웅을 여기에 제시하고자 한다.
페스트 p184,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그들은 130이 910에 비해서 훨씬 적은 수라는 점에서 페스트보다 몇 점 더 앞지른 것이라고 상상하는 모양이다
페스트 p.153 민음사,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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