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함께 읽기

D-29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책 뒷 표지에 있는 이 짧은 문장에서 강렬함을 느낀 까닭은 바뀐 계절 탓일까요? 아니면 외로움 때문일까요? 최근에 읽은 사랑 소설 중 단연 최고였다!는 추천을 어디선가 읽고, 혼자 읽기 보다는 함께 읽고 싶어서 덥석 모임을 열었습니다. 구동독의 '기이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통일 후 엄청나게 변화된 삶 속에서 겪는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 함께 읽어봐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 함께 읽기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휴 잘 보내고 계시나요? 모임 시작을 연휴 마지막 날에 하게 되었네요. 연휴 마지막을 책 읽으며 보내는 법도 꽤 괜찮은 마무리지요. 우선 이 책의 분량 보자면, 200페이지 정도 되는 전혀 두껍지 않은 소설입니다. 챕터가 나눠 있지는 않지만, 중간 *표시로 구분이 되어 있긴 합니다. 21일 동안 함께 읽는 것이니 하루에 대략 10 페이지씩 읽으면 모임 기간 내 완독은 충분히 가능하실 거예요. 그러나 꼭 이 방법대로 읽으실 필요는 없고요. 원하시는 속도대로 읽으셔도 됩니다. 읽은 분량에 대한 소감이나 느낌, 인상 깊었던 지점, 문장 등등 자유롭게 나눠 주세요. 그럼 10/3 오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진행은 읽고 이렇게 글을 남기면 되는 건가요? 아직 책을 읽기 전인데 설레네요...어떤 문장들이 남겨질지요...
네. 맞습니다. 각자 읽고 싶은 패턴대로 책을 읽고, 자유롭게 단상을 남겨 주시면 돼요. 형식이나 규칙 이런 것들 전혀 없습니다. ^^
@대빵인어 님께 답글을 쓰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 모임에 오신 분들은 책 읽다가 꽂힌 부분 (문장이나 캐릭터... 아니면 떠오르는 기억들 등등) 발견하면 어떻게 표시해 두시는지... 전 원래 책에 밑줄 긋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주로 인덱스 스티커를 활용했는데, 너무 많이 붙이게 될 경우 다시 떼는 것도 일이더군요. 그래서 요즘에는 밑 줄을 막 긋고, 성에 안 차면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있습니다. 아니면 메모장에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 모임 방을 메모장처럼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저 같은 경우는 노트에 페이지와 함께 적어 놓는 편이에요..백살이라고 말하면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파격적이네요..나의 마지막 연인 때문에 세상을 등졌다고 말하며 그의 곁에 머물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 때문에 건강하던 눈마저 흐릿한 눈으로 만들어 버리고 기억과 환상이 맞물려 비틀어진 기이한 공간에서 들려주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중에 어떤 언어로 끝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도 과도한 인덱스 스티커 떼어내며 e-book이 마킹은 편하겠다 생각하곤 하지만, 종이책이 아니면 읽지 않습니다 :) 주로 자기 전에 책을 읽고 있어서 이 댓글을 작성하고 <슬픈 짐승>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꼬물꼬물님. 저와 비슷하시네요. 서평집이라면 모를까 저도 대부분 종이 책을 읽습니다. 자기 직전에 하는 독서 꿀맛이지요. ^^ 밤 마다 <슬픈 짐승>과 함께 해주시고, 단상도 자주 나눠 주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핸드폰으로 찍어두는데 나중에 다시 노트에 옮기려니 그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반갑습니다. @커커피피 님은 핸드폰으로 기록하시는군요. 저도 예전에 몇 번 그 방법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문제는 제가 사진을 찍어뒀다는 거조차 잊더군요. 쩝.. 나중에 한꺼번에 노트 혹은 문서에 옮기는 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공감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발췌 문장들 이 모임방에 많이 기록했다가 나중에 옮기면 덜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시작인 오늘 저는 30쪽까지 읽었습니다. 온종일 비 오는 회색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주 느린 속도로 읽었어요. 그런데 소설은 도입부부터 제겐 아주 파격적입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서 자신이 백살인지 아흔살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화자의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오네요. 연인의 흔적을 곁에 두고 싶어서 그가 두고 간 안경을 일부러 써서 건강했던 자신의 눈을 흐릿한 눈으로 만들다니... 아무리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한다 해도, 자기를 파괴하면서 까지 그를 기억하고 싶다는 것은 병적인 집착 아닐까요? 선뜻 이해 할 수 없는 화자의 행동과 그녀의 망상과 오락가락하는 기억들은 그녀의 불안한 상태를 그대로 드러납니다. 흑... 사랑이 뭔데 사람을 이렇게 망치나요...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랑 때문에 왜 그렇게 미쳐 날뛰게 되는지 공감 되기도 했어요. 사랑의 감옥이라... 25쪽) 사랑이 해방되어 우리들 자신인 감옥을 부수고 나오는 데 성공하는 일은 가끔씩 일어난다. 사랑이 감옥을 부수고 나온 종신형 죄수라고 상상해보면, 얼마 안 되는 자유의 순간들에 사랑이 왜 그렇게 미쳐 날뛰는 것인지, 왜 그렇게 무자비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온갖 약속 안으로 우리를 밀어넣었다가 곧바로 온갖 불행 안으로 몰아넣는 것인지를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저는 무조건 종이책에 줄을 그어가며 봅니다. 줄긋기 전 마땅한 펜을 찾는데 공들이고요. 너무 진하지도 연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걸로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댓글을 보고 인덱스 스티커를 한번 사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어떤지 궁금합니다ㅎㅎ 밑줄 친 문장들은 구글 킵에 저장해두는 편인데, 타이핑하면서 한 번 더 톺아봅니다. 병렬 독서를 하는지라 이렇게 한 호흡으로 정리하면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다만 마음에 들었던 책만 그렇게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같이 읽는 것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좀 더 덧붙여봅니다. 전 어제 세찬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50페이지 가량 읽었는데요. 이렇게 사랑에 무자비하게 굴복당한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더없이 좋아하는 것들에 사랑의 정도와 형태를 치환해 설명하는 방식도 어쩐지 새롭달까요. (33p) 나는 모든 열정과 괘락, 모든 다정함과 욕구를 잊었고, 프란츠에 대한 내 사랑의 유일성에 의혹을 제기할 만한 모든 것을 내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마치 그것을 경험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랑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망각했다는 화자. 그 정도의 사랑은 대체 어떤 사랑인가. 가늠되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뒷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무슨 님! 반갑습니다. 어제 정말 독서하기 딱 좋은 날씨 아니었나요? ^^ 사랑에 지독하게 굴복한 화자가 낯설면서도, 사랑에 미치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내 사랑과 연관 지어버리잖아요. (제가 발췌한 25쪽 문장에서 이걸 사랑이 해방 될 때라고 책에서 묘사하죠.) 그런 면에서는 화자에게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랑은 도대체 뭘까?하는 궁금증은 점점 더해 갑니다.
화자는 프란츠를 만났을 때 '기이한 시대'가 막 끝났을 때라고 언급합니다.(26쪽) 그녀가 표현한 '기이한 시대'는 독일 분단 상황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시대적 분위기는 꽤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음...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로 예를 들자면 이런 거잖아요. 막 통일이 되자마자 북쪽 여자와 남쪽 남자가 서로 사랑에 빠진 상황이요..... 시대적 배경을 참작한다면, 화자가 모든 것을 망각할 정도로 사랑에 빠진 이유가 꼭 프란츠 때문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반가운 인사를 드립니다. 독일인의 태도에 대해 독일인이 아닌 친구랑 어제 야매분석 대화를 나눴는데, 이 책에서도 작가가 독일인이기에 갖는 심리나 패턴을 읽을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안녕하세요~ audacious 님, 반갑습니다. 독일인이 아닌 친구와 나눈 독일인에 관한 야매 분석! 오호~ 어떤 분석이 나왔을지 엄청 궁금한데요? 이 책의 저자와 주인공의 배경이 비슷해서,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화자에게 어느 정도 기인했을 것 같아요. 독일인이기에 갖는 심리나 패턴 궁금하기도 하네요. 뭐 특이한 점?은 없는지 염두 하며 소설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슬픈 짐승>을 펼쳤습니다. 여러분은 어디 쯤 읽고 계세요? 저는 오늘 50페이지부터 읽을 차례입니다. ^^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어제 발췌 하려다가 못한 문장부터 옮겨 보려구요. 기이한 시대를 살았던 화자가 자신의 남편과 자식을 버리면서 한 남자에게 미치도록 사랑에 빠지게 된 배경에는 복잡한 뭔가 있겠지 싶었는데, 이 부분 읽으면서 좀 이해가 됐어요. 그리고 무엇이, 또는 누가 내 영혼에 이런 음울함을 불어넣은 것인지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그들이 나를 전쟁 때문이었는지, 삶에 대한 내 어머니의 견딜 수 없는 분노 때문이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어째든 내게는 청춘의 사랑이 없었는데, 프란츠를 만나기 전에는 그것이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프란츠를 알게 된 후에야 비로소 그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는 청춘의 사랑이 없었다. 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살았던 것이다.(47-48쪽) 전쟁과 분단, 억압 때문에 우울하게 청춘 시절을 보낸 화자에게 베를린 장벽의 무너짐은 엄청난 해방이었겠죠? 그녀가 일하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우연하게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함께 바라보다가 프란츠의 "아름다운 동물이군요" 말 한마디에, 온 몸에 알 수 없는 통증, 전율 같은 것을 느끼며 첫 눈에 반하는 장면은 좀 유치 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랑은 원래 유치한 것 아니겠습니까? 한편으로 나는 이런 유치함 언제 느꼈더라??... 음..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여러분은 화자와 달리, 청춘의 사랑 있으시죠? (궁금해서 질문드리는데 좀 부끄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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