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장르읽기] 1. 로맨스릴러 단편집 <데들리 러블리> 스릴 넘치게 읽기

D-29
민속보다는...낙후되고 고립된 촌구석이 호러 요소인데...이런 소재를 도시인 시선에서 다룰 때 조심해야 하는데(미국 호러에서 개고기나 먹는 미개한 한국에 떨어진 백인 을 호러로 사용한다면...)충분히 조심스러웠는지 참신했는지 제게 묻는다면 제 답은 글쎄요...
그리고 이건 로맨스가 아니라 스토킹? 범죄? 잖아요...
ㅎㅎㅎㅎㅎ 그렇네요. 마을 사람들을 다 바친 건지, 지운의 혀는 어찌된 건지, 이성애적 사랑인지 애정결핍인 건지 도무지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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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주말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박하익 작가의 <고양이 지옥>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우선 제가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저는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미래 모습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ㅎㅎ <고양이 지옥>은 SF와 스릴러, 그리고 로맨스 한 스푼으로 이루어진 듯 한데요, 워낙 잔잔한 일상물의 색채가 강해서 SF도, 스릴러도 강도는 약하게 느껴집니다. 길지 않은 분량에도 스토리와 배경, 소재 등이 탄탄하게 잘 짜였다고 생각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소원의 집>과 <고양이 지옥>은 같은 장르로 묶여서 나온 게 신기할 정도로 분위기가 다른 작품들이죠. 하지만 덕분에 두 작품을 같이 읽으면 <소원의 집>으로 스산해졌던 분위기를 <고양이 지옥>이 치유해줘서 상성은 좋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두 작품 중 어느 쪽이 더 취향이신지 궁금하네요.
고양이 지옥은 로맨스도 스릴러도 아니라서 할 말이 없어요...
ㅎㅎㅎ 그치만 고양이들의 죽음과 용의자의 갑작스런 자살 기도와 꿀벌 드론의 추격전 같은 것들이 스릴러의 기본 조건은 갖추고 있지 않나요?
ㅎㅎ그런데 스릴러인가? 싶으면 sf비스무리한 걸로 빠지던데요...ㅎ
그렇긴 했죠 ㅎㅎ 그래서 좀 김빠진 콜라 같은, 늘어난 고무줄 같은 느낌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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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결국 월요일이 찾아왔네요. 오늘부터 6월 13일까지 3일간은 정이담 작가의 <오만하고 아름다운>, 서은채 작가의 <천년공작>, 김보람 작가의 <별>을 읽는 일정입니다. 저는 오늘 <오만하고 아름다운>을 읽었는데요. 이 작품은 <데들리 러블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짧은 단편입니다. 마을에 일어난 사건을 밝히는 형식에 있어서는 스릴러의 형식을 따르고 있고, 장르로는 늑대인간과 흡혈귀가 나오는 판타지에 가까우며, 두 존재의 사랑을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로맨스도 해당 되겠네요. 또한, 이 짧은 분량 안에 빨간 망토, 늑대인간, 미녀와 야수, 푸른 수염 등 많은 작품을 차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첫 소절인 '나는 빵 굽는 소녀, 아나엘. 붉은 망토를 두르고 마을 곳곳에 갓 구운 빵을 전해요. 시름에 잠긴 사람들에게 위안을 전하는 게 나의 일과. 전나무들이 빼곡한 숲과 바위, 질척한 안개를 지나야만 도착하는 마을은 요새 침울함으로 가득해요. 서른 명뿐인 아이들 중 여덟 명이 사라졌거든요.'까지 읽었을 때 뭔가 싸늘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소녀'라고 칭하는 존재가 본인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무해한 존재인가를 어필한 직후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어서였죠.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 가보니, 역시나 저의 서늘한 예감이 적중했더군요. 여러분은 이 작품의 어떤 점이 가장 눈에 들어오셨나요?
<오만하고 아름다운>은 필사하기 좋은 아름다운 문장들이 자아내는 중세유럽판타지 분위기가 매혹적이었어요. 다만 짧은 분량 안에 많은 동화를 차용하다보니 스토리는 좀 약한 감이 있어요. 본격로맨스가 시작되기 전 썸타는 단계(이 때가 간질간질하긴 하죠)에서 끝난 느낌?
그런데 또 썸을 좀 타다가 성급히 물어 죽인... ㅎㅎㅎ 그렇네요. 레퍼런스가 너무 많은 글이라 오히려 이야기의 전개가 아쉬운 감이 있는 작품이네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며칠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천년공작>과 <별>,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해보려고 해요. 우선 <천년공작>은 어딘가 <오만하고 아름다운>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배경 때문인지, 문체 때문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동화나 로맨스소설 같은 느낌이 강하고, 악마가 나오는 판타지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네요. 죽임을 당할 줄 알았던 가티스 아가씨가 살아난 것과 하녀가 사실 공작이었던 것, 구혼자가 사실 아가씨를 쫓던 악마였던 것 모두 스릴러보다도 추리소설적인 전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에 가티스 아가씨의 기억이 살아나는 것까지 스토리는 재밌게 흘러가지만, 공작이 왜 아가씨를 죽이겠다고 해놓고 풀어주는지, 왜 집으로 돌려보내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은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김보람 작가의 <별>은 (아마도)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시대극으로, 두 주인공의 사랑이 때론 애틋하고 때론 절절하게 잘 표현된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산갈치가 나무에 걸려 있었다는 설정이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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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데들리 러블리>를 [장르적 장르읽기] 모임의 첫 번째 도서로 선정했을 때만 해도, 로맨스릴러 장르의 단편소설만 모여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로맨스릴러' 장르에 완벽히 부합하는 작품은 한두 편 정도, 나머지는 여러 장르와 로맨스가 결합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마 '로맨스릴러'라는 장르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도 덕분에 여러 장르적 시도들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데들리 러블리>를 완독하신 분들도, 중도하차 하신 분들도 즐거운 시간 보내셨길 빕니다. <데들리 러블리> 도서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내일까지 모임은 열려있으니 어떤 이야기든 남겨주세요.
<천년공작>은 타임루프 요소가 신선했었죠.ㅎㅎ<별>은 전형적인 투란도트 스타일인데요. 공주가 구혼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순수하게 공주를 사랑하는 슬기로운 구혼자가 (또는 겉보기엔 별로이지만 사실은 영웅)권세와 부를 가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공주와 결혼한다는... 그런데 별의 기생이 공주에 해당하냐 하면...이게 고증을 생각하면 기생이 아비모를 아이를 임신한채로 반가 정실부인이 되더라도 가문에서 멸시를 당할 텐데요. 그래서 춘향전에서는 전국에 퍼진 춘향의 정절증명쇼(?)+임금이 정실부인 인정하고 혼인이 있었고, 황진이는 뭐...누가 황진이랑 계약결혼해도 사내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의 명성인데...대체 이 기생에게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초월 로맨스를 할 어떤 매력이나 메리트가 있는지 납득이 잘 안 되다보니 남주가 호구로 보이더라고요...
<천년공작>이 루프물인가요??? 저는 그냥 아가씨의 기억을 봉인했거나, 기억상실이라고 생각했는데... 루프물이라고 생각하면 의문이 해소되는 부분이 있네요...! <별>이 투란도트 스타일이라는 말씀도 정말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저는 '다음에 이 집 문지방을 넘을 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에도 설화를 선택한 김춘일의 호적이 파이고 설화와 아이를 키우는 엔딩일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러니 사실 '적자'와 '서자'는 크게 의미가 없겠죠... 물론 신분을 사고 파는 세상이니 '양반'과 '상놈'의 구분도 모호해져 있기도 하고요 ㅎㅎ
별은 남주 입장에선 투란도트, 여주 입장에선 기생이 양반과 결혼하는 춘향전 스토리인데, 김춘일이 호적을 파이면 남주로서 매력이 없어지니까 시아버지도 아들과 며느리를 받아들여야 클리셰 해피엔딩이죠.ㅎㅎ(왕자가 왕위버리고 평민이 되면 신데렐라가 해피엔딩이 아니게 되는...ㅎㅎ)
[장르적 장르읽기] 1기 내내 식견이 대단하신 지영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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