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①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D-29
전 그믐에 모이신 다른 분들과 같이 ‘책의 힘’을 믿는 사람이에요. 책의 힘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때 그때 다른 답변들이 나오겠지만 이 책과 관련해서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언급하고 싶어요. 평소에는 나의 안위와 나의 감정만 살피고 살아가는 이기적이고 좁은 사고를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이런 책들을 만나면 ‘자아‘라는 감옥에서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출근길에 일상적으로 보았던 환경미화원분들,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갈때 만나는 ktx 승무원분들, 은행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는 직원분들, 호텔 로비에서 접하는 직원분들, 직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매일 가는 구내식당의 급식노동자분들 등 정말로 매일매일 저의 삶을 도와주셨던 분들의 삶에 대해서 아는 것의 거의 없었어요. 이런 저런 매체에서 드문드문 접하는 단편적인 뉴스 말곤 누군가의 엄마아빠형제자매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었을 이 분들의 노동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작업복’이라는 것은 하나의 상징이 아닐까 합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근로자들의 노동현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 노동현장에는 차별과 혐오와 편견, 법과 제도의 구조적 모순들이 뒤범벅 되어있으니 말이에요. 작업복들이 기능하는 것을 보면(엄밀하게 말하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ㅠㅠ)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과 인식 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되요. 책에서도 이런 대목이 나오지요. 만약 높으신 분들이 작업복을 입는다고 했으면 과연 이렇게 만들었을까..라고 말이에요. 아니었겠지요. 이 책은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있는 사회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제가 늘 접하는 분들의 수고스럽고 때때로 위험한 노동에 대한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동시에 이러저러한 복잡한 심정이 들어서 힘든 읽기였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ㅠㅠ (복잡한 심정 = 놀람+화남+슬픔+답답함+안타까움+먹먹함 등등)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읽을 기회를 주신 그믐과 <오월의 봄>출판사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 책은 김승섭 교수님 책들 옆에 꽂아 둘 예정입니다!
'작업복'이 하나의 상징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작업복은 일터의 바로미터(지표)라는 구절도 책에 나오는데요. 평범한, 다시 말해 현장의 가장 최전선에서 노동하는 이들의 노동 조건과 환경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작업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예로 들어주신 고액의 연봉을 받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작업복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곧 일터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드러내고요. 안타깝게도 작업복은, 보다 더 하위에 있는 노동자들을 손쉽게 구분짓는 장치로도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위험하고 고충이 많은 노동 현장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서, 읽기가 마냥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힘든 읽기'가 작업복의 현실은 물론 각종 노동 현장의 환경을 급진적으로 바꾸어내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노동에 대한 여러 훌륭한 연구서/교양서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참조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작업복 이야기를 읽으며 노동자의 안전을 최소한 보호하는 작업복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장이 많다는것에 놀랍고 속상하고 분노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작업복으로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저 또한 그런 시선을 던진적이 없었나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책 함께 읽고 나눌수 있어 감사했어요. 인스타에 리뷰도 남겼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C89fKlpywOj/?igsh=Zm9xMWNwNDF4aGpn
조금 전에 인스타그램에 남겨주신 리뷰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려요. 내일 저희 스토리에도 공유하겠습니다 :) 편집을 맡은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장점은 작업복이라는 소재를 통해 일터에 존재하는 물리적 위험과 심리적 위험 모두를 균형 있게 다루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지점을 세심히 읽어내주셔서 기쁩니다^^
좋은 책은 물론이고 알찬 독서모임 덕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 저는 대부분의 사람이 본인을 중심으로, 경험한 만큼 정도 생각한다고 여깁니다. 이때 다른 사람(타자)의 존재는 미지이며, 무관심 혹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겠죠. 그런 맥락에서 '다른 옷'이라는 것은 나와 다르게 보이게 하는 뚜렷한 지표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러한 책을 통해 옷 아래 숨겨진 나와 같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야 하는 것이 의무라면 의무이겟죠. 이전 세대의 노동 운동을 통해 환경이 훨씬 나아진 상태일 텐데도, 계속해서 일을 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작업복 마저 이렇게 열악하다는 것에 다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름 사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인데도, 이렇게 신경을 못 썼구나 싶더라고요.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당연히 '우리의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특별히 착용하는 작업복은 없지만 소장품을 이동하는 등의 일을 가끔 할 때 마스크, 실내화, 앞치마, 라텍스 장갑 등을 쓰곤 합니다. 원래 담당자가 아니라 실내화 사이즈가 딱 맞는 게 없어서 작거나 큰 것을 굳이 신었던 것이 떠올랐네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런 작업복은 저를 위한 게 아니라 소장품을 위한 쪽에 맞춰진 듯해서 나의 작업복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네이버 블로그에 서평을 남겨서 이번 서평도 붙여봅니다! https://blog.naver.com/cheongmyeong_hada/223496491299
정성스러운 서평 감사드립니다! :)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신가요?>라는 서평 제목도 참 뜻깊습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옷/작업복이라는 것은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뚜렷한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직종을 나타내는 가장 선명한 상징이 작업복이니까요. 또 이런 이미지적 차원을 넘어 작업복은 작업/노동과 아주 긴밀하고도 실질적으로 연관되는 물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열악한 작업복이 곧 산재를 비롯한 일터의 위험 그리고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큰 참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업복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데요. 나누어주신 경험도 곱씹어보게 되네요. 이 책에 등장하는 작업복 사례처럼, 물건이나 대상만 보호하고 그것을 다루는 노동자는 잘 고려하지 않는 그런 경험을 하셨었군요. 사이즈가 맞지 않는 작업복이 지급되는 것은 현장과 직종의 종류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ㅠㅠ 사이즈는 그 무엇보다 기본 중의 기본인데 말이지요.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작업복과 관련해, 모든 일터에서 좀 더 탄탄한 체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네요. 꼼꼼한 서평과 댓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도 사회에서 작업환경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위험한 작업을 하는곳에서는 더욱 안전한 작업복이 필요하다고 생각 됩니다
공감되는 코멘트입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현장에서는 작업복의 소재나 규격 등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그런 곳들에서는 작업복이 정말이지 단순히 옷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이니까요. 건설이나 산업 현장, 재난 현장 등이 특히 그렇지요.
올린지는 꽤 되었지만 간단 리뷰 https://www.instagram.com/p/C8O4lHwRiBt/
인스타그램 리뷰 감사합니다 :)
한달간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작업복이나.. 안전보호구 등등을 생각해야 하는 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습니다. 예전예전 직장에서, 연구원이었을때, 신입 여직원은 정장치마에 구두를 신고 출근하라고 했었거든요.. 그때가 한 겨울이었는데. 집에서 회사정문까지는 어그부츠 회사부터 연구실입구까지는 정장구두 연구실 부터는 연구실운동화를 신었습니다. 회사입구부터 연구실 입구까지만 입으면 되는 정장과 구두를 왜 신어야 하나..? 현타가 있었는데.. 그때는 하라니까..... 불만이지만 따르긴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으려나.. 모르겠네요. 한달여간 같은 문제로 같이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누어진 경험을 들으니, 이 책 2부에 등장하는 여성 직원들에게 강요되는 유니폼 문제가 겹쳐지네요. 특히 입구까지만 유니폼과 구두를 착용하라는 지침은, 그 복장이 입는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차림을 볼 사람들의 시선만을 신경 쓰는 전형적인 차별로 느껴집니다. 게다가 여성 직원들에게만 강요되었다니 성차별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요. 이런 작업복 경험을 보고 있으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업복과 관련한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선명히 느껴지네요.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이 축적되어서, 일터를 바꾸어내는 목소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있었던 공유회에서 마지막에 어둡게 표현된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몸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 일하는 사람이 눈요기가 되는 의상을 '사진자료' 라는 이름아래 보여주는 것이 옳은가라는 윤리적 고민의 지점이 잘 전달되었습니다.
편집하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인데, 잘 전달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네요. 전체적으로 사진 자료가 풍부한 책이지만, 그런 이유에서 해당 챕터(열차/여객기 여성 승무원)에서는 의도적으로 사진 자료를 자제하려고 했거든요. 혹은 사용하더라도, 현재 착용되고 있는 타이트한 유니폼이 아니라 개선의 방향을 담고 있는 이상적인 유니폼(ex. 에어로케이 항공사의 유니섹스 유니폼)을 수록함으로써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싣고자 했습니다 :)
저는 1부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해 수처리 과정은 대략 알고 있었습니다만 화학적인 정화 단계가 아니라 그곳에서 실제 근무하시는 분들의 현실은 잘 몰랐습니다. 골목에서도 광장에서도 땅 밑에 흐르는 수도관은 보이지 않네요. 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데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오늘도 비가 많이 내리네요. 환경미화원처럼 바깥에서 주로 근무하셔야 하는 분들은 이런 날 입는 작업복이 따로 있을까요? 지난 29일간 함께 읽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모임 이끌어 주신 @오월의봄 님과 함께 읽으며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오, 환경공학을 전공하셨다니 그러면 정말이지 1부 내용이 크게 와닿으셨겠어요. 사실 1부가 이 작업복 책 전체의 핵심이긴 합니다. 애초 기획 기사 단계에서도 그랬고, 많은 분들에게 1부가 이 기획 전체의 상징과도 같은 회차로 남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유를 생각해보면, 땅 밑 지하같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기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드문 이야기였던 것이죠. 하수처리 시설부터 해서, 소각처리, 재활용품 선별 등 지하에서 이뤄지는 노동이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많다는 것도 작업복 책에서 드러나고요. 특히 이런 지하 세계의 노동은 '자본주의의 뒷면'을 담당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우리가 손쉽게 쓰고 마시는 물조차, 이런 노동자들의 노고 없이는 얻을 수 없지요. 짚어주셨듯, 오늘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야외 근무하는 분들이 따로 입는 작업복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도 궁금해지네요. 방수 기능이 있으면서도 활동에 불편하지 않은 우비 같은 복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환경미화 일 자체가 원체 움직임이 많은 노동이다 보니... 이 모임 전체의 테마로 제시해주신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도 정말 좋았습니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화두라고 느꼈어요. 책에 대한 세심한 리뷰, 자신의 경험담, 꼼꼼한 피드백 등등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그... 환경공학을 전공하기는 하셨는데 수업은 그리 열심히 듣지 않으셨던 걸로 아는데요...
간간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책에 나와 반가웠습니다. -_-
아... 네...
"밥 하는 아줌마로 생각하지 마시고 같은 직원으로 생각해주세요." 지난해 정년퇴임 하는 급식실 조리사님이 퇴임사로 남기신 말씀입니다. 20년 넘는 직장 생활의 고단함과 고독함이 느껴졌어요. 같은 공간에 있어도 공감 수준이 이 정도이니 우리 사회가 크게 나아가지는 못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아이들 읽어줬던 책 중에 '일하는 우리 엄마 아빠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린이책이 의사, 선생님, 소방관 같은 직업을 주로 다루는데 이 책은 미용실, 세탁소, 문방구처럼 우리가 골목에서 만나는 만나는 직업을 소개해서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보니까 꼭 외면하려고 해서 안보는 게 아니라 그냥 안보여서 모르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작업복이 있는 깊은 골목이 광장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이 책을 만들고 읽는 사람들처럼 기어이, 열심히, 굳이 찾아내서 보겠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 작업복 중에는 ..'이라고 이야기 해보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생각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요, 꼼꼼하고 공감 가득한 댓글로 함께 읽는 기분이 들어 더욱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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