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①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D-29
1부 오물을 뒤집어쓰는 옷을 펼치고 나서부터는 온몸이 찌르르 떨릴 정도의 암모니아 냄새가(p19) 나는 것처럼 유난을 떨면서 읽어나간 거 같았다 땅을 밟고 다니며 목이 마를때 마다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리수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과정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책을 보는 내내 놀라움을 표할수 밖에 없었다. 지상 상수도의 처리과정들은 심심찮게 보여주거나 장마철을 대비해 지하 깊은 곳에 빗물보관소를 만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디에는 있겠거니 하는 공간이 지하 깊숙한 곳에 빛과 환기도 전혀 안 되는 곳 소음도 차단되지 않는 공간 그 안에 휴게 공간도 같이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 공간에서 일하면서 작업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순간 작업안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의 모습. 냄새를 상상하고 좁은 공간을 돌아다니는 수많은 쥐, 꼽등이들을 생각하며 나에게서 악취가 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들 그 안에 땀과 물이 고여서 수영장이 되는 모습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곤 했다.(p22) 복장이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면 작업복이자 안전복이 내 몸과 오물사이를 질식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막아주는 유일한 망패막(p28)이 기능을 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필요적 요소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듣거나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늘 예산이다(p26) 작업복의 종류와 관심도 달라진다 안전과 생명의 관심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국가의 필수 시설이면서도 필수 인력인 하수처리 노동자들 떳떳하게 혐오 시설이라는 딱지를 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적절한 보상, 입는 옷에 대한 보상들이 뒤따라야 하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도 바뀌어 나가야 할 거 같다.
사람들이 쓰고 버린 물은 상상 이상으로 더렵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P22,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영역이라 필수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맡아서 하시는 분들이 계실꺼라는 생각은 했지만 공원 아래, 생활 시설 저 아래, 환기도 안되는 곳이 작업장이라는걸 글로 접하는건 처음이예요. 김포매립지에 있는 재활용순환센터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넓은 공간에 기계화되어 있어서 '기술이 좋다'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그건 아주 부분적인 모습이었던거네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만큼의 돈만 있으면 일하기 편리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작업복을 구비할 수 있다는게 가장 놀라웠어요. 기술이 발전해서 물 속에서도 땀이 안차고, 몸 안으로 오물도 안들어가게 할 수 있다는거잖아요? 근데 정작 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돈 아끼려고 일을 하고 있는 작업자의 옷을 뺏은거라니 돈이 무섭다는 생각을 또 합니다. 1부에 나온 모든 직업은 국가기반시설로 반드시 국가가 책임 지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영역이더라고요. 국민의 안녕과 복지 증진이 목표인 국가가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을 민영화하고 외주화하는 시스템이 가장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감추기 위해서 밖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교육에도 반영하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고 있는거죠. 국민 세금으로 하는 일인까 비용 절감을 위해 외주화한다고 말하지만 이 말은 사실과 다르죠. 예전에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하신 김용균씨 관련 보도를 보니까 정작 국가는 용역업체에 정직원과 큰 차이 없는 임금을 지불하고, 김용균씨가 받은 월급은 그 돈의 반토막이더라고요. 문제는 비용절감이 아니라는거죠. 사고가 났을 떄 책임지지 않으려는 국가,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뽑아쓰려는 국가가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회시스템에 작업자 외 다른 사람들에게 필수노동을 접하지 않게 하는 가장 큰 벽이 아닐까라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이들의 옷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가 이들에게 진 빚에 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약자, 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인 것은 이 사회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함께 목소리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관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부를 읽다 몇 가지 개인적인 경험이 떠오르네요. 여태까지 딱 한 번 앰뷸런스를 탄 적이 있어요. 급성 장염으로 먹은 걸 다 토하고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갔는데 거기가 "한강성심병원"이었습니다. 49 페이지에 한강성심병원이 등장해서 갑자기 그 때 생각이 났네요. 저 다음으로 들어오신 분은 일하다 손에 못 박히신 노동자였어요. 병원에는 온몸을 붕대로 감으신 분도 있었습니다. 정말 두 눈 빼고 온몸이 흰 붕대로 감겨 있어서 꼭 영화 속의 미라처럼 보였습니다. 아마 화상으로 유명한 병원이다 보니 전신화상 입으신 분이었던 것 같아요.
59페이지 재활용품 선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가는 며칠 전 아파트 단지를 걸어갈 때 아파트 환경미화원 분께서 저 보고 바지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셨던 것도 생각났어요. 제가 올해 초에 베트남을 갔다가 거기서 '냉장고 바지'라고 몸에 붙지 않는 재질의 바지를 샀는데 그걸 보시고 넉넉하고 편해 보인다고, 지금 입는 것은 몸에 땀이 나면 자꾸 붙어서 불편하다고 하셔서 잠시 서서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건설, 용접 등 특정 현장의 사업주에게 “작업 조건에 맞는 보호구를 작업하는 근로자 수 이상으로 지급․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호구에 이상이 있으면 수리하거나 다른 것으로 교환해주는 등 노동자가 항상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도 있다. 다만 지급되는 보호구가 ‘몸에 잘 맞아야 한다’는 내용까지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103쪽,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항상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당연히 몸에 잘 맞는 보호구를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는 거 아닌가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현실이 씁쓸합니다.
그러니까요, 인용해주신 문구가 사실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작업 조건에 맞는 보호구'라면 몸에 잘 맞는 것도 포함되는 게 아닌지요. 당연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니...
'작업조건에 맞아야 한다는 거지 몸에 맞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라는 식의 괴이한 논리인가 봐요. "지금 몇 시냐"라고 물어보는데 시를 물어봤으니까 분은 이야기 안 하고 시만 대답해주는 사람 같은 느낌이네요. (이 비유가 맞나...)
여성 작업자를 위한 적절한 작업복이 없다는 건 그동안 그들의 존재 자체가 너무 희미해 문제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효심 씨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아줌마는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라는 식의 비하 발언을 들었다. 이제 막 용접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소민정씨 역시 ‘용접 배우는 여자애들은 갈 데까지 간 막장’이라는 모욕을 마주해야 했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133쪽,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군대에 있을 때 야매로 전기용접을 조금 한 적이 있습니다. 군무원 기사님한테 배웠죠. ‘아다리’라고 각막 화상으로 고생했던 기억도 나네요. ‘비드가 예쁘게 나왔을 때 기분이 좋다’는 임윤경씨 이야기를 읽으며 천현우 작가의 『쇳밥일지』가 떠올랐습니다. 그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거든요. 유난히 용접공들이 용접이 재미있다거나 뿌듯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그냥 제 느낌인지 실제로 용접에 어떤 매력이 있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소민정씨 같은 젊은 여성 분들이 용접을 배운다고 하면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데 왜 '막장'이라는 소리를 하는 걸까요.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노동의 현장에서 탄생한 작가 천현우. 그는 우리 사회의 사각에서, 사양하는 산업과 도시의 틈바구니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주간경향』에 ‘쇳밥일지’와 ‘쇳밥이웃’을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첫 책은 연재분에 전사를 더하고 이를 전면 개고하여 한 권으로 묶었다.
157쪽, 맥도날드 유니폼이 기름때나 먼지가 묻으면 바로 티가 나는 색이라는 지적에 대해, 위생이 중요한 곳이니까 기름때나 먼지가 묻으면 바로 티가 나는 색상으로 옷을 만든 건 아닐까요?
저는 패스트푸드점의 직원 복장에 대해 상당히 강렬한 기억이 하나 있는데요. 웬디스였는지 맥도날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 여성 직원에게 백설공주 복장을 입히고 서빙을 하는 걸 봤습니다. 디즈니와 무슨 콜라보 이벤트를 벌였던 모양입니다. 노출이 있는 복장은 아니었지만 품질이나 디자인이 굉장히 조잡해서 입고 있으면 수치심이 들 것 같은 옷이었습니다. 과연 직원의 동의를 구하고 입게 한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182쪽, 산불을 끄는 사람들이 소방대원이 아니라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계약직이고 적절한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집안일 중에서 하구수를 청소하는 일이 제일 하기 싫고 제일 미루는 일입니다. 그런데 하수처리장에서 거대한 오물더미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저리가 쳐집니다. '작업복'에 대한 이야기로 이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아득합니다. 작은 거라도 하나씩 개선하다 보면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이 자꾸 생깁니다.
저는 환경미화나 지하 작업 분야에서 로봇 도입에 거부감이 별로 안 드는데 일하시는 분들 의견은 또 다르겠지요? 그리고 막상 로봇은 그런 일은 잘 못할 것 같고...
집안에서나 밖에서나 재활용 분리수거 하는데 기분 좋은 마음으로 했던 적이 있었나 그 순간에도 손과 몸에 직접 닿아 이물질이 묻어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멀리 떨어져 쓰레기를 던졌던 기억들이 나곤 합니다. 이 쓰레기들이 모여 또 분리작업을 거치게 된다 지하 깊은 곳은 기계들이 다 한다도 생각했지만 결국 막히고 고장하는 곳은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고 그 위험에서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복과 장갑을 끼고 현장에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하고 몸이 성 할 날이 없다 특히 뜨거운 물체를 계속 만지게 되는 손은 최고 고충이다 엄청나게 뜨거우면서도 손이 너무 뜨거우면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지침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p53) 왜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며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생기면 그때 지침을 알려 줄려나 하는 말도 안 되는 모습도 상상하게 되었다. 이들이 다쳤다고 해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며 쓰레기와 관련된 일과 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고 자신이 사는 동네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행동으로 옮겼을까 우리 사회를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필수 노동인 줄 알면서도 필요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건 결국 예산문제인 건가.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45,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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