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18.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읽고 답해요

D-29
벤젤 박사가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께 취한 행동이 너무 감명 깊었습니다.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의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치료에 대해서도 좋았습니다. 이런 방법, 그러니까 미래가 아닌 현재를 최선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의사선생님이 어떤 분이실지에 따라 인생을 뜻깊게 마무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호스피스 치료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네요.
우리나라에서 해석적 관계를 지향하는 의사를 만나는 일은 제도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삶을 마무리 하는 단계에서 꼭 의사가 아니라도 좋은 호스피스 케어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7-1 의사의 역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전문적 의학지식은 의사를 권위적인 사람으로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저 지시하는 사항에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이런 의사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단계에 정보전달의 의사에서 해석적관계의 의사로 변해가는 것이겠죠. 환자가 가지는 가치에 중심을 두고 치료에 임하는 '해석적관계'의 의사들을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석적 관계가 되는 의사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의사 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일단 환경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요. 3분 진료에 충분한 대화는 불가능하니까요.
죽음에 대한 대화는 꼭 필요하지만 제대로 해보질 못했어요. 끝이 곧 다가와 몇개월에 불과해도 환자 자신이 5년이나 10년은 살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죽음에 대해 말을 꺼내면 '당신 곧 죽어요'라는 말을 전하는 것 같아 너무 두려웠습니다. 스스로 어떻게 죽음을 대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오늘 죽는다는 생각을 했다던데, 어떻게 그럴수 있는지 전혀 상상도 할수 없네요. 잘될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실은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 아니, 실은 죽음에 대해 상상도 안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언젠가 외면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 진지하게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하겠어요.
7-1 제가 지금 낭독을 배우고 있는데요. 낭독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화술과 화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의사소통 능력과 제대로 표현하는 방식 등등에 대해서요. 제가 성미가 급한 데다가 8282의 나라에서 적응해버려서 급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방을 쪼거나 피곤하게 만드는데요. 그래서 낭독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의사도 인내심이 중요하고 환자와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화법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좀 더 생각해보니 교사도 그렇고 공무원도 그렇고 화법과 인내력은 다 중요한 거 같네요. 필수 과목으로 낭독 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라서 그런지 좀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의사 집안인데도 암치료에 대해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이해할수 없었다는 말은 놀랍기까지 했구요, 결국 그 모든 치료들은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고, 환자 삶의 질을 존중하기보다 맞춰진 치료시스템을 들이미는데서 그친다는 게 너무 아쉬운 점이네요, 가족이 오래 투병을 했어서 여러 병원을 자주, 오래 다녔는데, 이 점은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였네요. 또한 대형병원일수록 환자가 많다보니 이 책에서처럼 대화를 나눌 시간도 적고, 그러다보니 질문을 던지기도 주저하게 되고, 결국 시키는 대로 할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는게 더욱 서글픕니다. 실력 좋은 호스피스 간호사를 만나고 집에서 간호를 받을 수 있던 건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호스피스에서 느꼈던 건 늘 아쉬움이었었거든요 ㅠㅠ 그래도 요즘은 호스피스를 적극 안내하기도 하고,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는 병원의 광고를 볼때마다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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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다.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간다는 건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제어할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대신 오늘을 최선의 상태로 살기로 한 결정의 열매를 눈으로 확인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바로 이것이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다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순 없지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써내려간다는 건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제어할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죽음을 직면하고 또 충성심과 개성을 담아 의미 있는 삶의 근간을 보존할 수 있는지를 모두 함께 궁리해 내려 애쓰고 있는 새로운 단계에서는 의사들마저도 힘들게 나아가고 있는 초보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한 번에 한 사람씩 ㅣ경험하면서 사회적 학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 170,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7-2]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이해하는 게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p319
그런 다음 그녀가 던진 질문에 나는 충격을 받아야 할지 안심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장례식장으로 생각해 두신 데가 있나요?" 지금 정말 저런 걸 이야기해야 하나? 하지만 그녀에게는 너무나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질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344-345,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보스턴의 우리 병원에서 만난 신경외과 전문의는 이 두 가지 모델의 용소를 고루 보여 주었다. 그는 가부장적인 의사였다. 수술이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며, 그것도 당장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를 '정보를 주는' 의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압력을 넣으면서 세부 사항과 선택지들을 검토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의사는 태도를 바꿨고, 그가 준 정보들은 아버지의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그 결과 아버지에게는 더 많은 의문점들이 생겼고, 뭘 선택해야 할지 더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 의사는 아버지와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햇다. 사실 이 두 가지 모델은 사람들이 원하는 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정보와 상황을 제어할 권한을 원하기도 하지만, 누군가 우리를 안내해 주기를 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07,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그럼에도 나는 본래 꺼내려던 말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할머니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말을 꺼낼 수 있는 기회인 듯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그런데 말이죠, 암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어서 장이 언젠가 다시 막힐 거예요." 라고 말해야 하나? 피츠버그 대학에서 만난 완화치료 전문의 밥 아널드는 의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임무를 단지 인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딱딱하고 차갑게 사실을 설명해 주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실보다 그 뒤에 숨은 의미를 더 알고 싶어 한다. 아널드 박사는 숨은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은 그 정보가 자신한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말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는 게 좋은지도 알려 줫다. "저는 걱정이 됩니다." 내가 주얼 할머니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종양이 아직 남아 있고, 그래서 장이 다시 막힐까 봐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말 단순한 표현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얼마나 많은 의미가 전달됐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함시킴으로써 상황이 얼마나 삼각한지뿐 아니라 내가 그녀 편이라는 것, 나도 그녀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15,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지금까지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아널드 박사는 사람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때 완화치료 전문의들이 사용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묻고, 말하고, 묻는' 방식이다. 완화치료 전문가들은 환자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묻고, 설명을 한 다음에, 그 설명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다시 묻는다. 그래서 나도 물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16,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기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결정이 쉬웠다는 것이다. 누구나 가능한 한 가장 공격적인 치료법을 선택했다. 사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자동 모드로 결정되는 것이었다. 모든 선택지들을 고려하는 것, 다시 말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위해 의사와 함께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지치고 복잡한 일이었다. 특히 미지수와 모호한 요소들을 분석하는 걸 도와줄 전문가가 없을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러다 보니 늘 한 방향으로 압박이 가해진다. 뭔가를 더 많이 하는 쪽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의사들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다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다른 방향에서 똑같이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노력을 너무 적게 하는 것만큼이나 너무 많이 하는 것도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34-335,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안녕하세요?" 그녀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통증이 심하세요?" "지금은 별로 안 아파요." 아버지가 답했다. "어디가 아프세요?" "목하고 허리요." 나는 그녀가 이 첫마디로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파악하고 확보했다는 걸 깨달았다. 먼저 그녀는 아버지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온전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중요한 건 아버지의 병이나 진단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그리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이 집이 의사들로 가득할는지 모르지만, 이 일에 관한 한 전문가는 자신이라는 것도 명확히 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42-343,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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