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18.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읽고 답해요

D-29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고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 정말 다가올 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더군요. 주변에서 장례식 소식이 들려오면 아, 무언가 대비를 해야 할텐데.. 하고 마음이 덜컹하곤 합니다. 아툴 가완디 작가 본인의 아버지 이야기를 자세히 읽으니 그런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본인과 가족이 의사여도 병과 죽음에 대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부모님께 "일어나고 있는 일을 멈추게 하기 위해 기꺼이 맞바꿀 수 있는 것과 맞바꿀 수 없는 것이 무언지" 묻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수전 블록의 아버지와 아툴 가완디의 아버지가 바라는 삶의 기준이 저마다 달랐던 것처럼, 모두가 지키고 싶은 것이 다 다를 테니까요.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산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집안 친척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보다는 가까운 납골당에 대해서 의향이 어떤지 정도만 여쭈어봤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지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더라구요.
[7-1]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들은 어머니의 시간이 언제든 멈출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 일과 그 이후의 일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닥친 시간에 정신없이 지나갔죠. 남아 있는 아버지에게 당신의 마지막을 물었을때 당황하시며 회피하시기만 하더라고요.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피하지 말고 깊이 이야기 할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더라고요. 작가와 아버지의 에피소드가 현실적이어서 더 와닿았네요.
제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거든요. 그러면서 형제끼리 가볍게 나 죽으면 장례식장에 돼지바 잔뜩 가져다 두라고 떠들어보긴 했어요. 부모님은 60대이신데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꺼려하시는 듯 합니다. 제가 죽음을 소재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젊은 얘가 그런 소리를 한다고 듣기 싫어하시네요;;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해본 적은 여기 그믐에서 처음이네요. 가족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정말 함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책은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좋다고 꼭 한번 읽어보라고 주변인들에게 가볍게 권하고는 있지만 거기에서 일단 그치고 있어요. '죽음'이라는 피하고싶은 주제 때문에 본인이 직접 읽어나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다만 잘 보이는 곳에 책은 놓아두고 있어요. 언젠가 집어들게 될 때를 기다리면서요. 그리고 너무 무겁지는 않게 가끔씩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는 합니다. 부모님께는 장례를 어떻게 치르고 싶은지 여쭤보기도 하구요, 조금씩 조금씩 반복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고 다시 다음에 말을 해보고 이렇게 길게 조금씩 준비해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7-1. 여러분은 7장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의사가 환자에게 묻는 내용이 팩트가 아닌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해석적관계라 부르는 관계에서 의사가 하는 질문들 "환자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걱정되는게 뭐지요?"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틀을 깨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벤젤 박사가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께 취한 행동이 너무 감명 깊었습니다.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의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치료에 대해서도 좋았습니다. 이런 방법, 그러니까 미래가 아닌 현재를 최선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의사선생님이 어떤 분이실지에 따라 인생을 뜻깊게 마무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호스피스 치료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네요.
우리나라에서 해석적 관계를 지향하는 의사를 만나는 일은 제도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삶을 마무리 하는 단계에서 꼭 의사가 아니라도 좋은 호스피스 케어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7-1 의사의 역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전문적 의학지식은 의사를 권위적인 사람으로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그저 지시하는 사항에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이런 의사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단계에 정보전달의 의사에서 해석적관계의 의사로 변해가는 것이겠죠. 환자가 가지는 가치에 중심을 두고 치료에 임하는 '해석적관계'의 의사들을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석적 관계가 되는 의사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의사 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일단 환경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요. 3분 진료에 충분한 대화는 불가능하니까요.
죽음에 대한 대화는 꼭 필요하지만 제대로 해보질 못했어요. 끝이 곧 다가와 몇개월에 불과해도 환자 자신이 5년이나 10년은 살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죽음에 대해 말을 꺼내면 '당신 곧 죽어요'라는 말을 전하는 것 같아 너무 두려웠습니다. 스스로 어떻게 죽음을 대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오늘 죽는다는 생각을 했다던데, 어떻게 그럴수 있는지 전혀 상상도 할수 없네요. 잘될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실은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 아니, 실은 죽음에 대해 상상도 안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언젠가 외면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 진지하게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하겠어요.
7-1 제가 지금 낭독을 배우고 있는데요. 낭독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화술과 화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의사소통 능력과 제대로 표현하는 방식 등등에 대해서요. 제가 성미가 급한 데다가 8282의 나라에서 적응해버려서 급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방을 쪼거나 피곤하게 만드는데요. 그래서 낭독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의사도 인내심이 중요하고 환자와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화법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좀 더 생각해보니 교사도 그렇고 공무원도 그렇고 화법과 인내력은 다 중요한 거 같네요. 필수 과목으로 낭독 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라서 그런지 좀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의사 집안인데도 암치료에 대해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이해할수 없었다는 말은 놀랍기까지 했구요, 결국 그 모든 치료들은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고, 환자 삶의 질을 존중하기보다 맞춰진 치료시스템을 들이미는데서 그친다는 게 너무 아쉬운 점이네요, 가족이 오래 투병을 했어서 여러 병원을 자주, 오래 다녔는데, 이 점은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였네요. 또한 대형병원일수록 환자가 많다보니 이 책에서처럼 대화를 나눌 시간도 적고, 그러다보니 질문을 던지기도 주저하게 되고, 결국 시키는 대로 할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는게 더욱 서글픕니다. 실력 좋은 호스피스 간호사를 만나고 집에서 간호를 받을 수 있던 건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우리나라 호스피스에서 느꼈던 건 늘 아쉬움이었었거든요 ㅠㅠ 그래도 요즘은 호스피스를 적극 안내하기도 하고,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는 병원의 광고를 볼때마다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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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다.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간다는 건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제어할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대신 오늘을 최선의 상태로 살기로 한 결정의 열매를 눈으로 확인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바로 이것이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다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순 없지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써내려간다는 건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제어할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죽음을 직면하고 또 충성심과 개성을 담아 의미 있는 삶의 근간을 보존할 수 있는지를 모두 함께 궁리해 내려 애쓰고 있는 새로운 단계에서는 의사들마저도 힘들게 나아가고 있는 초보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한 번에 한 사람씩 ㅣ경험하면서 사회적 학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 170,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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