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색하는 책 읽기 1

D-29
'반가운 슬픔'이라는 표현이 참 인상 깊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가슴이 아려오네요.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맘 속 어딘가 있다가 문득, 울컥하고 나오는 걸까 싶기도 하네요.
말씀하신 문장을 읽고 이 책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흔히들 '시간이 약이다'라며 큰 슬픔이나 어려움을 견디라고 말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사실 이 말이 탐탁지 않습니다. 해결되지 않고 덮어버리는 느낌때문이었는데, 롤랑 바르트의 이 표현이 제게 탁 와 닿았습니다. 이미 벌어진 슬픔의 원인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죽음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하지만, 그 슬픔에 대한 나의 반응이 시간이 흘러 무뎌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봅니다. 그러기에 슬픔 속에서도 살아남은 인간은 또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죠.
그렇죠. 슬픔의 원인, 여기서는 죽음이 없어지지 않는데 슬픔이 없어질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말씀대로 무뎌지는 거라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네요.
글을 단 분들이 부모를 잃으신 분들이라 덧글을 달기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저는 외국살이에서 부모님만큼 의지했던 지인을 6년 전에, 제가 우윳병 줘가며 키웠던 반려묘를 2년 전에 잃었어요. 둘을 잃은 직후에는 잠도 오지 않고, 밥도 넘어가지 않고, 무기력해지고 세상 사는 재미를 다 잃은 느낌이었어요. 그 상실감과 슬픔은 제가 책에서 경험한 것돠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더라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을 떠올리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그들을 잃은게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그 당시만큼 예민하게 떠올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올려주신 문장에 크게 공감가서 저도 밑줄 그어놓았어요.
그들을 잃은 게 슬프지 않은 건 아니다. 여전히 슬프다. 이게 바르트와 같은 경험일 거 같습니다.
내 슬픔은 삶을 새로 꾸미지 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내 슬픔은 사랑의 끈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사랑의 단어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아주 자명해진 내 슬픔의 이유......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1977.11.6,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이 구절을 발췌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 경우는 읽으면서 바르트와 마망의 관계는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랑,이라는 관계가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 구절이 납득이 되었습니다. 통상 부모의 죽음이 상실의 슬픔을 가져오겠지만 그 슬픔이 반드시 사랑의 상실에 기인하는 건 아닌 것도 같은데 바르트는 틀림없이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바르트와 그의 어머니는 특별한 관계였던 만큼 사랑의 말을 서로 자주 했겠지만, 전 반대의 이유에서 이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상실의 슬픔 이후 사랑한다는 말을, 사랑의 단어들을 제대로 전달한 적이 없었다는 자책과 후회가 저를 많이 괴롭혔었고, 그 이유로 많이 슬펐으니까요.
아 충분히 공감되는 이유입니다..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바르트는 정말 충분히 전달했을 거 같은데, 꽤 드문 경우인 거 같아요. 아버지의 부재가 모자 관계를 특별하게 한 건가 하기도 합니다..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함께 나누고 싶은 두 번째 주제를 올려봅니다. 문장수집에 발췌한 1978. 6. 13 자와 다른 몇 곳에서 바르트는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언급합니다. 해설에서도 언급되고 널리 알려져있듯이, 어머니에 대한 또 하나의 애도의 기록인 <밝은 방>에서 다루어지는 사진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바르트의 어머니 사진처럼, 여러분을 사로잡은 애도의 순간 혹은 대상이 있으신가요?
지금도 가지고 있는 사진인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함께 사진첩을 보다가 아버지의 돌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미 그 전에 본 사진이지만, 이제는 (물리적)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의 돌사진은 저에게 이전과는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하더군요.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유년 시절이 있었고, 시대적으로 나보다 더 힘든 세월을 거쳐 부모가 되고 늙었으며, 이제는 이름과 기억만이 남은 존재가 되었음을 새삼스레 인식한 순간이었습니다.
바르트에게도 그랬지만 사진은 정말 마음을 찌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습니다. 아버지의 돌사진이라니 말씀대로 많은 생각이 나셨겠습니다. 제 경우도 아버지가 세상을 뜨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버지의 앨범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기분이 될지 모르겠네요... 조만간 앨범으로 아버지를 찾아뵈어야겠습니다...
저는 지난번 답글에 언급했던 친언니같던 지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없앴어요. 곁에 두는 게 정말 몸서리쳐지도록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몇해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언니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아요. 작년까지는 목소리가 기억났었는데, 이젠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구요. 함께 갔던 와이너리에서 환하게 웃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제 머리속에서 대충은 그려지는데,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ㅠㅠ
처음에 사진을 없애신 이유와 나중에 후회하시는 게 다 이해가 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애도의 순간을 되짚어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해 보게 됩니다.
오늘 아침 너무 힘든 걸 참으면서 마망의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다. 그러다가 사진 한 장에 완전히 사로잡히다. 필립 벵제 곁에 서 있는, 온화하고 수줍어하는 작은 소녀 모습(1898년 셴비에르의 겨울 정원). 울고 말다. 이건 결코 자살 충동이 아니다.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p.154,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꽤 지났습니다. 처음엔 사진만 보면 눈물이나다가 지금은 가끔 사진을 보고 가족들이랑 추억을 얘기하고 사진이 찍힌 곳에 가서 비슷하게 사진도 찍고는 합니다.
말씀대로 사진은 상실의 느낌을 더하게도 하고 덜하게도 하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견딜 수 있는 건, 그 무거운 마음을 어느 정도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닌 채로) 입으로 발설하고, 문장들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악귀를 추방하는 능력, 이 통합의 힘을 내게 부여하는 건 그동안 내가 쌓아 온 교양, 글쓰기에 대한 나의 즐거움이다: 나는 통합한다, 언어를 수행하면서.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p.185,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마지막으로 함께 나누고 싶은 화제입니다. 바르트는 발췌한 1978.8.1일 자 일기 등 몇 군데에서 글쓰기의 치유의 힘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 책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글쓰기, 특히 에세이 글쓰기에 대해서 말할 때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한데요. 글쓰기가 치유의 힘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우리 옆 동물 이야기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됩니다_글쓰기를 돕는 책 3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