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색하는 책 읽기 1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함께 나누고 싶은 두 번째 주제를 올려봅니다. 문장수집에 발췌한 1978. 6. 13 자와 다른 몇 곳에서 바르트는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언급합니다. 해설에서도 언급되고 널리 알려져있듯이, 어머니에 대한 또 하나의 애도의 기록인 <밝은 방>에서 다루어지는 사진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바르트의 어머니 사진처럼, 여러분을 사로잡은 애도의 순간 혹은 대상이 있으신가요?
지금도 가지고 있는 사진인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함께 사진첩을 보다가 아버지의 돌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미 그 전에 본 사진이지만, 이제는 (물리적)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의 돌사진은 저에게 이전과는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하더군요.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유년 시절이 있었고, 시대적으로 나보다 더 힘든 세월을 거쳐 부모가 되고 늙었으며, 이제는 이름과 기억만이 남은 존재가 되었음을 새삼스레 인식한 순간이었습니다.
바르트에게도 그랬지만 사진은 정말 마음을 찌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습니다. 아버지의 돌사진이라니 말씀대로 많은 생각이 나셨겠습니다. 제 경우도 아버지가 세상을 뜨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버지의 앨범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기분이 될지 모르겠네요... 조만간 앨범으로 아버지를 찾아뵈어야겠습니다...
저는 지난번 답글에 언급했던 친언니같던 지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없앴어요. 곁에 두는 게 정말 몸서리쳐지도록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몇해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언니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아요. 작년까지는 목소리가 기억났었는데, 이젠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구요. 함께 갔던 와이너리에서 환하게 웃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제 머리속에서 대충은 그려지는데,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ㅠㅠ
처음에 사진을 없애신 이유와 나중에 후회하시는 게 다 이해가 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애도의 순간을 되짚어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해 보게 됩니다.
오늘 아침 너무 힘든 걸 참으면서 마망의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다. 그러다가 사진 한 장에 완전히 사로잡히다. 필립 벵제 곁에 서 있는, 온화하고 수줍어하는 작은 소녀 모습(1898년 셴비에르의 겨울 정원). 울고 말다. 이건 결코 자살 충동이 아니다.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p.154,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꽤 지났습니다. 처음엔 사진만 보면 눈물이나다가 지금은 가끔 사진을 보고 가족들이랑 추억을 얘기하고 사진이 찍힌 곳에 가서 비슷하게 사진도 찍고는 합니다.
말씀대로 사진은 상실의 느낌을 더하게도 하고 덜하게도 하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견딜 수 있는 건, 그 무거운 마음을 어느 정도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닌 채로) 입으로 발설하고, 문장들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악귀를 추방하는 능력, 이 통합의 힘을 내게 부여하는 건 그동안 내가 쌓아 온 교양, 글쓰기에 대한 나의 즐거움이다: 나는 통합한다, 언어를 수행하면서.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p.185,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마지막으로 함께 나누고 싶은 화제입니다. 바르트는 발췌한 1978.8.1일 자 일기 등 몇 군데에서 글쓰기의 치유의 힘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 책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글쓰기, 특히 에세이 글쓰기에 대해서 말할 때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한데요. 글쓰기가 치유의 힘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읽고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화가 나거나 기분이 상했을 때 글쓰기를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구요. 글로 쓰고 눈으로 보고 읽다보면 감정이 어느정도 가라 앉게 되고, 유치했다는 생각과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글을 쓰면서 보고 싶은 마음을 울면서 쓰고 나니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 이었어요.
말씀대로 글쓰기가 생각을 정리하게 해서 맘이 안정되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저는 일주일에 적게는 세 번, 많게는 다섯 번 정도 일기를 씁니다. 횟수를 정해 놓은 건 아니고요, 원래는 매일이 목표였는데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착이 되었습니다. 일기를 쓰다보면 종종 불과 몇 시간 전의 일들에 물음표를 놓게 돼요. 별거 아닌 일에 왜 이렇게 화가났지? 왜 굳이 이 모임을 참석해 지루한 시간을 견딘거지? 이때 이렇게 깔깔거린 걸 보면 내가 이런 거에 행복감을 느끼는구나... 등등. 마치 제3자를 보듯 제 자신을 보면서 저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가 되기도 합니다. 글쓰기가 치유가 된다는 데에 저는 충분히 납득하는데요, 아마 시간을 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혹은 어떤 목적 때문에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스스로를 아끼기 위한 시간을 할애하는 데에는 미처 마음을 쓰지 못하는 듯 합니다. 그렇게 오롯이 나를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는 게 아닐까싶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자신에게 글을 쓰서 마음이 안정된다는 말에 공감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시간을 들인다는 건 마음을 쓴다는 거랑 비슷한 일인 것도 같네요. 스스로에게 마음을 쓰다보면 치유가 되는 건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윗분들 의견에 동의해요.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글쓰기를 대체로 하지 않는 저는 가끔 글을 써볼까 하더라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이 생각들을 대체 어떻게 풀어 써야 할지 막막해지곤 합니다.
일기 말씀 하신 분도 계셨는데요. 일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시작할지 이런 어려움이 좀 덜어지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그렇게 한번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타인을 의식하는 글쓰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다른 한편 글쓰기에 왕도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요.^^
시간을 들인다는 건 마음을 쓴다는 것과 비슷하다는 거에 공감되고, 글쓰기는 정리도 되지만 감정을 발설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맘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걸 밖으로 꺼내는 게 치유의 시작은 맞는 거 같습니다..
어느덧 모임 마지막 날이네요. 모두들 완독하시고 맘에 남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임지기에게는 책 내용도 남았지만 좋은 말씀들도 새긴 독서였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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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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