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색하는 책 읽기 1

D-29
그렇죠. 번역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저도 번역 관련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 단계를 더 거쳐서 번역을 하면 원래 의미를 읽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역 자체도 원전의 뉘앙스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번역보다 일본어 중역본이 더 좋은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하네요. 제대로 된 번역을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까지 깊이있게 알아야 하기 때문인데, 그런면에서 일본의 번역이 뛰어나다고 해요. 예전에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의 경우 당시에는 뛰어난 번역이라고 찬사를 보냈지만 나중에 수많은 오역이 있음이 알려졌죠. 결국 원전을 읽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번역가의 능력에 기댈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외국어를 못하기에ㅎㅎ 전 그저 읽었을 때 매끄러운 정도? 너무 산만한 번역체를 구사하는 것만 피하면 될 것 같아요.
일본어 중역이 더 좋다니 슬프네요... 채식주의자, 번역가의 의역이랄까 많았다고 들은 거 같아요. 번역가의 역할 정말 중요한 거 같습니다.
저는 우습게도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영어판으로 먼저 읽었어요. 다 읽고나서 이게 뭐야?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고, 그 책 한 권으로 한강작가의 책은 나랑은 안맞아! 같은 말같지도 않은 얘길 했더랬죠. 나중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포함 한국어로 읽고서 내 취향의 작가네? 라는 마음으로 바뀌었구요. 그래서, 저는 번역서를 읽을 때 조금 까탈스럽게 구나봐요. 제가 구사 가능한 책은 기왕이면 좀 힘들어도 원서로 읽자주의입니다. ㅠㅠ
원서로 읽을 수 있음 좋기는 할 거 같습니다.^^
오! 중역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중역본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네요. 가끔 번역이 너무 도를 지나치면 원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만, 중역본은 또 다른 문제네요. 두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석희 님의 번역이라는 책을 읽을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전을 번역하고, 다시 번역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의미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통용되었던 그 시대 특유의 선호 문체나 단어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몇 번이고 번역이 된다고 했을 때도, 아! 했습니다. 원전을 훼손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는 글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번역이 새로이 돼야 한다는 거 정말 필요한 거 같습니다. 20세기에 번역된 세계문학은 좀 새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ㅎㅎ
20세기에 번역된 세계문학 ㅋㅋㅋㅋ 10000% 동의합니다. ^^
저는 이 책을 두 번째 읽는데요, 십 년 전과는 문장을 대하는 제 감정이 조금 달라져 있다는 걸 느낍니다. 맑은 날에 읽는 애도에 대한 글도 좋으네요.
맑은 날에 애도의 글을 읽으시는 느낌이 궁금합니다.^^
저도 얼마 전 황석희님의 에세이 <번역; 황석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황석희님은 영상번역가이지만, 에세이를 읽으며 번역 작업의 고충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저도 번역된 책을 읽으며 원작을 읽어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번역이 너무 좋을 때도, 또는 형편없을때도요. 영어는 더러 찾아보기도 하지만, 다른 외국어는 읽어낼 능력이 없으니 번역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번역을 굳이 프랑스어 번역가가 아닌 철학자 김진영님을 통해 중역 한 이유는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가 단순한 언어적 번역이 아니라 철학적 의미를 담은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번역이라는 것이 텍스트만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니 필요에 따라 중역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밀씀대로 이 책은 원전에서 번역하는 것도 중요했겠지만 바르트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더 중요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용인된 중역이지 싶습니다.
애도와 책에 대한 대화는...언제쯤....^^::
네 지금쯤...^^ 좀 늦었나요? 독서가 좀 진행돼야 이야기 나누기가 가능할 거 같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롤랑바르트의 책은 처음인데, 인상깊게 다가와서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저도 번역의 질을 신경쓰는 편이긴 한데 전문적으로는 잘 몰라서 대화의 어떻게 끼어 들어야 되나 눈치만 보고 있었네요 ㅎ하지만 호기심은 생겨서 댓글은 다 읽어 봤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바르트의 애도와 관련해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 하나입니다. - 뒤표지에도 인용된 말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지지요. 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1978. 3. 20 )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예민함만이 사라질 뿐이다... 차이가 뭘까요?
저도 그 문장이 인상 깊었는데요, 경험에 비춰보니 어느정도 알겠더라고요. 말로 표현하려니 좀 어렵긴 한데... 저도 수년 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그 슬픔은 사라지는게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세상이 원망스럽고 등등. 슬픔이 몰려올때마다 그 슬픔에 예민하게 반응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저 슬픔 자체를 받아들인다고나 할까요. 여전히 생각할 때마다 슬프지만, 이제 전처럼 그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아요. 그 감정의 양이 줄어든게 아니라 예민함 혹은 그에 대한 반응이 무뎌진거라고 생각해요. 말이나 글로 푸는게 어렵네요ㅎㅎ
@Dalmoon 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 거 같아요.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가 차별점일 수 있겠네요.
저도 @Dalmoon 님처럼 아버지가 9년 전에 돌아가셨요. 지금도 겨울을 제외하고 계절마다, 1년에 한 번씩 가는데요, 아버지의 부재는 여전히 슬픕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눈물이 수도꼭지 터지듯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제 경험으로 누군가 비슷한 슬픔을 겪는 사람을 위로하기도 하고, 유년 시절의 추억이 더 새록해지고, 기일이면 가족들과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웃으면서 나눠요. 그럼에도 어느 순간 문득 아버지의 부재가 느껴지는 때가 오면 울컥합니다. 가끔 느닷없이 찾아오는 그 진한 슬픔이 반갑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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