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오래 전 영화인데 기억하시네요. 큰 줄거리는 생각나는데 세세한 것은 가물거려서 다시 봐야겠어요. 메릴 스트립은 연기의 신이죠.
“그녀는 지문인식기를 황금사과를 품은 거위쯤으로 믿는 모양이었다. (165-166)” 3장의 소제목은 “황금사과를 품은 거위”입니다. 이 제목을 읽고 약간 갸웃한 독자님들 있지 않으신가요? ‘황금알을 낳는 암탉’은 익히 들어보셨을 텐데요. 황금사과를 품은 거위,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리스 신화에서 ‘황금사과’란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벌인 물건이기도 합니다. 한편 북유럽 신화에서는 ‘젊음’을 뜻하며, 불로불사의 원천이라고 하기도 하네요. 북유럽 신화에서는 신들이 시간에 유한한 존재이고, 황금사과를 정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인간처럼 늙고 힘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보면, 3장의 소제목이 뜻하는 황금사과란 불로불사의 약을 상징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흥미로운 건 각 신화가 공명하는 지점을 찾아낼 때 생겨나요. 북유럽 신화에서 황금사과는 젊음을 상징하고, 그리스 신화의 황금사과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뜻한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미와 젊음, 이 두 가지는 언제나 유한한 인간에게 서로 교차하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당장 @소설쓰는지영입니다 님이 ‘샹그릴라 신드롬’에 관한 문제거리를 던져주신 것처럼요. 노화를 피하고 생을 연명하겠다는 마음은 삶에 대한 집착이기도 하지만, 젊음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으로도 곧잘 치환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천천히 숙독중이신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3장에서 한성태의 외모 변화에도 주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약 부작용으로 나이든 얼굴, 다시 약을 먹으며 젊어진 얼굴,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변한 얼굴”과 “억지로 시간을 빠르게 감은 얼굴”(109)을 왔다 갔다하는 한성태라는 인물이 소설에서 무얼 상징하는지도 생각해 봄직 하구요. 제 생각엔, 한성태는 인간의 육체의 유한성과 한계, 그리고 유약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인물 같기도 하거든요. “나 좀 젊어진 거 같아요?”(108)라고 말하는 한성태의 어조가 뇌리에 박혔던 3장의 짧은 리뷰였습니다. 밝은 눈으로 소설을 읽고 계시는 독자님들의 리뷰가 기다려집니다.
저도 이 부분이 책을 읽던 순간 줄거리에서 벗어나 뭔가 환기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직 끝이 조금 남았고, 아마 오늘 완독할 듯합니다. 끝까지 읽지 않았지만, 왠지 반전이 있을 거 같다는 추측이 듭니다.
저와 같은 부분에서 통하셨군요. 벌써 완독하셨네요 ㅎㅎ
3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한상태의 " “나 좀 젊어진 거 같아요?”에 웃음이 낫는데 늙어진 외모에도 다시 젊음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졌어요. 그저 승원의 비리를 밝혀내는 소설의 인물로 생각했는데 인간의 한계, 욕망의 한계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전청림 님 도움되는 글 감사합니다.
@메이플레이 님, 저도 감사합니다 :D 찬찬히 소설 읽어나가시길 바랄게요
아 황금사과에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 ㅎㅎ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데 찬찬히 읽어보면 또 새로운 재미가 보이는 소설이에요
4호선을 타는 경기도민으로 매번 지나는 "경마공원역"입니다. 주말이면 유독 터져나갈 것 같은 경마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이면, 정말 찌든 아저씨들이 가득이라 승차를 피하게 됩니다.
모든 젊음이 아름다울 수 없고, 모든 과거가 그리움으로 말끔히 포장되지는 않는다.
속도의 안내자 p.89, 이정연
욕심부릴 이권이라곤 늙어 버린 몸뚱이밖에 없는 사람, 그의 깡말라 갈라진 얼굴을 마주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를 들을 때면 답답함과 함께 돕고 싶은 연민마저 생겼다. 아이러니하게 가족의 죽음과 자신의 상황을 똑바로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세상을 향해 어떤 손짓고 못 하고 살았던, 가진 게 하찮은 자신과 가장 닮은 사람인지 몰랐다.
속도의 안내자 p.128, 이정연
완독했습니다. 결말이 지극히 또 현실같아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위에서 다른 분들이 이야기를 했듯, 요즘 회귀와 빙의물이 유행이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에 조금은 길들여졌나봐요. 모쪼록 주인공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얼핏 보면 새드 엔딩처럼 보이지만, 채윤이란 개인으로 보면 새드 엔딩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정말 엄청나게 현실적인 결말이 소설같지 않아서 마음 아프면서도 오히려 좋았어요, 저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4장 '어른아이, 명은주'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번 장에서는 초반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인물 '명은주'를 '아이'라고 부르며 그의 일생을 돌이켜 봅니다. '나'라는 1인칭 화자의 지위를 부여하여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물리적으로 어른이 되었으나 어딘가는 결코 자랄 수 없어 영원히 '아이'일 '명은주'의 역사 속에서 기괴하게 느껴졌던 행동들이 조금은 이해도 되고 연민도 느껴지는데요. 그러면서도 "내가 저를 어떻게 찾아내 지금껏 키웠는데, 나한테 고마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모른 척할 수는 없다"(153쪽)고 생각하는 그에게 여전히 거리감을 두게 됩니다. '채윤'이 감당해온 삶의 무게가 더 안쓰럽게 느껴진 독자이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인생의 긴 챕터가 드디어 끝났구나. 30년간 몸을 죄던 족쇄가 비로소 풀린 기분이었다."(140쪽)는 여러모로 눈길을 붙잡은 문장입니다. 그 챕터가 결코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경고로도 들리고, '신약-불로장생'을 욕망하는 한 다음 챕터로 넘어가지 못하고 쳇바퀴를 돌 듯 살 텐데, 그렇다면 족쇄일 텐데 그럼에도 그것이 축복이겠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도 읽혔고요. 한 챕터는 끝날지 몰라도 다음 챕터로 이어지기에 영영 멀어질 수 없다는 생각도 하게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의 질문 드립니다. 명은주에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어제가 오늘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오빠가 등 뒤로 자신을 잡아당겨 붙든 손목이 욱신거릴 때가 있다. 어떤 기억은 절대 잊히지 않고, 어떤 기억은 너무 고약해 선택적으로 조작되기도 한다."(140쪽) 여러분에게도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으신가요? 지금까지도 삶을 지탱하고, 또 흔드는 어떤 '챕터'가 있으신가요?
명은주의 과거의 삶이 궁금해질 때쯤 제 궁금증을 풀어주셨네요. 그녀의 모든 선택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삶을 보니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맞고 집 앞 계단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생각이 나네요. 무엇때문에 아빠가 저에게 화를 냈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픔과 상처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그 때 엉덩이에 닿았던 계단의 감촉과 색상, 뉘엿 해가 지는 모습을 본 것은 확실히 기억이 남아있는데요. 가끔 생각해봐요. 사진처럼 남아있는 그 때의 기억이 진짜인지 아니면 아빠에게 받은 상처의 파편조각인지 헷갈립니다.
명은주의 행동들이 과거 성장기의 얼룩때문에 희석되는 건 아닌가 싶네요. 자라면서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어른이 되어서 미숙한 행동을 하는 게 이해라거나 변명으로 쓰이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종종 책을 포함한 다른 미디어 등에서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있어서요..) 저는, 초등학생때였는데.. 평소에는 한번도 심부름이나 그런걸 시킨적이 없었는데. 그 날 갑자기 쓰레기를 버리라고 시키면서 화를 내신 적이 있어요. 그때 기억을 되돌려 보면,, 갑자기 화내고 너는 어떻게 쓰레기 한번도 버려준 적도 없고. 뭐 한번 해준 적도 없고.. 등등 그렇게 화풀이를 하셨는데.. 얼마나 기억이 조작되서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엄청 울면서 쓰레기를 버린 기억이 있거든요.. 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고 그리고 사람이라서 어쩔수 없구나.. 부모가 완벽한 이상형의 부모가 아니어서,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그 상처를 껴안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가 조금은 비뚤어지고 미성숙하게 자란 것을 부모탓으로 온전히 돌려서는 안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경험은 항상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른 아이, 명은주' 편을 읽는동안 오빠의 관점에서는 은주가 어떤 아이였을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다중시점으로 서사가 전개되도 재밌겠다는 상상을 홀로 해보곤 했습니다. 잊히지 않는 고약한 기억은 분명히 있지만, 일상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게 되네요. 그저 제 안의 한 켠에 묻어두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저 스르르 사라지지는 않는 그런 기억이요. 그래서 명은주에게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명은주가 좀 더 솔직하고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가족들(오빠 또는 채윤)에게 털어놓고 지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봤지만, 제가 명은주라도 진짜 내 속 마음이나 진실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것 같아서요.
@요가하는소설가 바로 답글을 달려다가 어쩐지 손이 움직이지 않아서 이제야 다는데요. 저도 깊게 새겨진 어떤 기억이 있는데 이전보다 쉽게 털어놓지는 안/못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러면 조용히 마주 보기도 하는데 결국 혼자 풀어야 하는 기억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꼭 풀어야 하나, 그냥 쭉 데리고 가는 거다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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