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5. 경계 없는 작가 무경의 세 가지 경계

D-29
오 여기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홍 작가님. 리뷰에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 단편 읽고 왔습니다. 작품집중에 가장 역동(?)적인 작품이었군요. ㅎ 굳이 가르자면 알리바이 트릭인데 이 '회색'에 시선을 못박아 주변을 흐리게 만드는 기교가 좋았습니다. 일제치하 시대이다보니 비밀결사에 대한 판을 깔기가 좋고 미스터리와도 상성이 좋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떡밥을 가득 던지고 끝내는데 작가 후기까지 궁금하면 [은일당]을 읽어보라는 (반)강제적 메시지가 담겨있군요.ㅋ 마듬 흑조와 함께 은일당의 역주행 기대됩니다. ㅎㅎㅎ 셜록의 맞수처럼 유리와의 한판 대결을 기약하며 다음 작품집으로 만나봽길 고대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그 지역 전차 노선을 사용해서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추격전의 형식이 들어갔고, 당시 자료들을 참고해서 기묘한 템포로 진행되도록 써보았습니다. 지적해주신대로, 일제강점기는 현재까지의 정형적인 패턴을 벗어날 다양한 창작의 가능성이 가득한 시대라고 봅니다. 당분간 계속 시대 탐구를 해볼 생각입니다. 자연스레 다른 책도 사라고 정중한 권유를 독자님들에게 할 수밖에...?^^
작가님, 약간 뜬금없는 고백인데요, 저는 글이 안 써질 때마다 작가님의 단편 「슬럼프」 속 상황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냥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
저도 그렇지만 작가님도 절대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ㅎㅎㅎㅎㅎㅎㅎ
NW 컴퍼니 종신 케어 서비스를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가끔 듭니다. 큰 사고 일으키지 않고 긴장하면서 잘 쓸 수 있... 지 않을까... 하면서... ^^;;;
미스터리는 읽는 그 자체가 추리이자 판타지죠
미스터리는 읽으며 추리하고 상상하면서 두근거리게 하는 그 매력이 참 훌륭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어요^^
수수한 외모의 연기파 배우, 특히 연극하신 분이 기억에 남는 편입니다. 신스틸러요. 이분을 악마로(!)추천합니다. 최영준씨입니다
악마 추천이 많아지니 즐겁습니다. 수다스럽고 평범한 듯하면서 악마다운 그런 느낌의 배우가 많다니, 한국 연기계의 앞날이 밝... 밝은거 맞죠? ㅋㅋㅋ
악마역 추천에 뛰어듭니다. 주지훈. 100프로 사심 맞습니다. 근데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핫핫. 주인공이 악마니까 눈에 확 띄게!
아... 요사한(?) 잘생김! 인정해야죠!
엇 악마역 주지훈 설득됩니다...!
임시완 배우님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 그래도 궁금해들 해주시니 감사하기도 하지만, 경계 없는 무경 작가님의 세 가지 경계를 이야기하고 나누는 자리에 의도치 않게 절단신공 고수라는 오해를 받아버려서 그야말로 낭패불감 입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의 가장자리에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별것 아닌 소동극이라 제겐 인상적일 수도 있지만 너무 큰 기대감은 접어두시면 좋겠단 바람 남겨봅니다. ㅎㅎ
기대하겠습니다.:)
라이브 채팅때 기대하겠습니다. ㅋㅋㅋ
대체 언제 썰을 풀어주실 건가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는 분주한 비오는 아침 등굣길. 공교롭게도 그날은 같은 반 친구가 수학경시대회에 나가게 되서 친구 대신 저는 선도부 선생님과 교문 안쪽에 서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투명비닐 재질의 우의를 입고 예의 반갑고 푸근한 미소로 교문 맞은 편에 서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내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라는 다미선교회의 그날을 알리고 있었고, 선생님의 맞은 편, 그러니까 교문 양쪽으로 네다섯명 정도씩 열명 정도의 학부모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여차하면 달려들어 그 생물 선생님을 제지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물론 이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손도 잡아주거나 손을 흔들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의 더위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남아있던 여름의 열기는 내리는 부슬비에 더해져 불쾌지수를 올리고 있었지만 비닐 우의 안쪽으로 말끔하게 차려입은 진청색 양복의 그 선생님은 수업시간의 그 모습 그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던 중 등교하는 아이들 속에 섞여서 걸어왔지만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시커먼 남자 아이들 사이를 노란 우산을 받쳐들고 걸어오는 버건디 색의 체크무늬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었습니다. 그 여학생의 존재를 의식한 등굣길의 숫기없는 남학생들은 두리번 거리다가 미리 약속이나 한 듯 그 앞길을 터주고 있었고 그 아이는 감사의 눈인사라도 하듯 표표히 걸어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생물 선생님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무언가를 한참 이야기하더니 그 선생님 옆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선생님 처럼 등교하는 아이들을 향해 손도 흔들고 인사도 했습니다. 어느새 내리던 부슬비도, 지각하지 않으려 교문을 향해 달려오던 아이들도 잦아들 즈음. 아침 교사모임으로 먼저 들어가시는 선도부 선생님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주변을 정리하려고 돌아서는데 언제 길을 건너왔는지 그 버건디 교복의 여학생이 배시시 웃으며 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야, 나 모르겠어? 오랜만이다. 어.... 너, 너 여기서 뭐해? 학교 안가? 응, 지금은 학교 안가. 왜? 근데 저 선생님이랑은 어떻게 아는건데? 아.. 우리 아빠야. 전혀 의외의 상황과 장소에서는 알던 얼굴도 상황에 뭍혀 기억에서도 지워지는 것인지, 한참동안 얼떨떨해서 그 아이를 쳐다보며 뭐라고 댓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있는 저희를 향해 생물 선생님도 다가와서 제 어깨를 토닥이며 인사해주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문 양쪽에 서있던 학부모들도 수근거리며 우리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아인 국민학교 동창이었고 두어번 같은 반도 하고 반장도 같이 했던 사이였고, 주일학교도 같이 다니던 한때 아주 친했던 친구였습니다. 중학교 입학하고 얼마지 않아 한참을 맘 조리다 결심한 제가 투박하게 고백했던 그날까지는 말입니다. 그 아이는 아버지 직장 문제로 서울인가 경기도로 전학을 가야했고 그래서 저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후로 주일학교도 안나가고 남중, 여중이라 자주 마주칠 일도 없었습니다. 물론 지방 소도시였기에 건너건너 소식들은 듣곤 했지만 애써 모른 척 하려고 했던 기억입니다. 그랬던 그 아이가 몇 해가 흘러서 이런 상황에 제 눈 앞에 나타나 배시시 웃고 있다니... 그렇게 중학교 때 전학을 갔던 그 애는 아빠가 저희 학교로 부임하면서 가족들은 다시 이 소도시로 이사를 왔지만 이미 고등학생이라서 혼자 친척집 신세를 지며 남아있었다 했습니다. 어쩐지 우리 동네에서 못 보던 낯선 교복이다 했습니다. 요샌 교회 안나가? 예전 우리 같이 OO교회 다녔잖아 왜? 어, 뭐 중학교 때 그러고는. 중학교 때? 정말 그때 나 때문에 교회도 안나갔던 거야? ㅎㅎ 아니거든! 그런거 절대 아니거든!! 야! 근데 왜 얼굴이 빨개지고 그러냐? 아니면 아닌거지? 니가 이상한 소릴 하니까 그런거지? 참 너도 여전하구나! 그래 잘 지냈어? 몇 해가 지났지만 우리는 몇 분만에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 서로 익숙한 말투와 표정이 되었습니다. 이내 수업시간 시작 종이 울렸고 아쉽게 인사를 나누고는 그 아이가 선생님이 비옷 벗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을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교실로 향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봤는지 그 아이는 환한 미소로 크게 손을 흔들어보였고 저는 그 선생님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뜀박질했습니다. 그리고 왜인지 제 심장도 그날 내내 이따금씩 뜀박질했습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내 그 아이 생각이 머릴 떠나지 않았습니다. .... 야, 나 모르겠어? 오랜만이다. 그런데, 그 애는 어쩌자고 학교를 그만둔걸까? 그 선생님은 어쩌자고 딸을 그렇게 남학교 등하굣길에 데리고 나왔을까? 정말 그날에 선택받은 사람들만 휴거를 당한다는 걸 믿는걸까? 다들 가는데 나만 이 지구에 남겨지는 건 아닐까? 생각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아이와 선생님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라서 잠을 설치고 다음 날 부스스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등교를 서둘렀습니다. 그 아이가 궁금해서, 지난 밤의 생각들이 멈추질 않아서 애꿎은 자전거 패달만 더 세차게 밟았습니다.
아 뭔가 아련한 순정만화 같은 풋풋한 스토리에 사이비 사연(?)이라는 먹물이 번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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