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온감] 독립영화 함께 감상하기 #1. 도시와 고독

D-29
저는 뭐니 뭐니해도 국민학교 운동장이요. 엄청 큰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청군, 백군 응원하던 그 기억들이 그리워서 찾아갔는데 그 나무는 어데로 갔는지 없어져서 괜스레 땅만 차다가 왔답니다. 그리고 어릴 적 친구들이랑 모르고 찾아갔던,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제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천리포 수목원을 어릴 때 설렁설렁 보다가 나왔던 것이 미안해서 어른이 되어서 몇 시간을 머무르며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방금 조금 찾아보고 왔는데 너무 아름다운 곳이네요..!! 날씨 좋은 날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기분전환이 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필요할 때에는 도피처로 삼을 수도 있고 추억을 환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유년시절 현장학습으로 자주 가던 수목원을 어쩐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져요 :)
수목원 중에서 실망하지 않고 요기조기, 구석구석 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를 끼고 있어서 낭만적이기도 해요. 꼭 4월 쯤에 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거기 가면 노란 목련도 볼 수 있고, 바닷가라 꽃이 다른 곳보다 좀 늦거든요. 그리고 근처에 있는 '파도리'라는 작은 바닷가도 들리시고 거기 동굴도 보시고, 그러다가 돌아오는 길에 '개심사'에 들러 아름다운 청벚꽃도 구경하심 어떨까해요. ㅎㅎ 이상은 태안반도 특파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Q1. 전 '폴라로이드 작동법'과 '똥파리'입니다. 폴라로이드를 통해서 간결하지만 오랜 감흥이 남는 단편영화의 힘을 느꼈습니다. 똥파리를 통해서는 날것의 강렬함이 오래전 잊었던 상처가 드러난 것같은 경험을 하게 한 기억이 있습니다. Q2. 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딘가 기록으로 남기자하지만 쉽지는 않네요.
안녕하세요 smilehaja님! 저도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보고 '이렇게 간결하고도 강렬한 단편이 있다니!'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쉽게도 <똥파리>는 보지 못했지만, 이런 독립 영화는 날것에서 느껴지는 찐한 분위기가 확실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님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참 좋아한답니다ㅎㅎ 이번 인디온감 활동을 시작으로 감상을 글로 남기는 걸 시작해 보셨으면 좋겠네요. 함께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hat we leave behind> 공간과 시간의 표현방식이 너무 좋았습니다. 물건, 흔적, 풍경, 대화 하나하나가 시간이고 기억이고 삶이네요. 시간의 흐름속에 주인공에게 오는 역경에 대한 선택이 다소 급작스럽지만 좋은 결론으로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제게 소중한 공간은 대학시절의 전부를 보낸 소극장, 오래전 여행길에 지친 몸을 누인 낯선 외국집의 큰 창이 있던 방, 지금은 길만 남은 어린시절 동네... 등의 기억이 깃든 공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 현재는 소중한 기억을 깃들이게 할 공간을 찾는 중입니다. 언젠가 책에서 보았는데 "당신은 어디서 죽고 싶은가요?" 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병원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남은 생을 보낼 곳이라면 충분히 소중한 기억이 깃들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마무리 할 곳, 소중한 기억이 깃들 곳, 무엇이 우선이 아니라 같이 가야겠죠. 그리고 하나 더, 그 곳에 누군가 함께 였으면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같은 선택은 결국 요즘의 공간에는 인간의 체온이 없어서 생긴다고 봅니다. 모두가 신경써서 고민해야 할 부분인것 같아요.
저도 공간과 시간을 이루던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모인 게 삶이라는 걸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체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말씀해주신 대로 내가 사는 공간부터 소중한 기억을 담는 곳으로 꾸리고 싶기도 해요. 그리고 던져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잠깐 고민해 봤는데, 제가 한때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추억도 많이 쌓았던 어떤 도시가 떠올랐어요. 말씀주신 대로 아무리 각자도생의 시대라도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더 나아가서는 그 속에서 추억을 쌓을 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필수적인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비건 식탁> Q. 그렇다면 도시를 벗어나서, 대안적 삶을 살며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요? <집 보러 왔습니다> Q. 오늘날 집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A1.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안적인 삶을 선택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평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좋아하는 것들로만 주변을 가득 채우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꿈을 꾸곤 하는데요. 아직 이를 실천할 용기가 없네요..ㅎㅎ A2. 요즘에는 정말 집이 단순한 보금자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고, 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안한 느낌을 주지도 않고요. 누군가에게 집은 아픈 기억이 담긴 공간일 수도, 행복한 기억이 담긴 공간일 수도 있죠. 물론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요. 저는 집을 생각하면 햇살이 들어오는 환한 베란다가 먼저 떠오르네요. 저에게 집은 꽤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되나 봅니다.
도시) 시골 출신이라 한 때 도시에 사는 게 꿈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막상 어른이 되고 도심 한복판에 살다 보니 그리 좋을 것도 없고 군중 속의 고독을 그때 알게 되었답니다. 도시를 벗어나서 추구하고 싶은 가치라....마당에 핀 이름 모를 풀꽃에게 말 걸며 가끔 물 주는 것도 잊으면서..차차 생각해보기로 할게요. 집)언젠가 집에 대한 생각을 나누던 계기가 있었는데 어떤 분(중년 신사)이 그랬던 거 같아요. 집에 있을 때는 부담되고 눈치 보여서 또 잔소리 듣기 싫어서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가도, 막상 나가서는 집처럼 편안한 곳이 없어서 또 미련스레 들어오게 된다는..하하. 제게 집은 엄마 품 같은 곳이었으면 해요. 지금 그런 집을 만나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도시는 주위를 둘러보면 없는 게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 사람을 참 고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이런 저런 삶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체험해보고 싶어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어요! 나 자신을 먹여 살리며 삶을 꾸려가는 방법에는 도시에서의 노동만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년신사분의 말씀... 저도 너무 공감되는데요 ㅋㅋㅋ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사는 대가족of대가족이라 자주 느끼는 감정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은 생각도 안한 채 게으르게 살고 있지만.. 저도 꼭 J레터님만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집을 언젠가 만날 수 있겠죠?ㅎㅎ
A1. 바지런하지도 않고 낯도 많이 가리고, 또 도파민의 노예라... 도시를 벗어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도시를 벗어나서는 못 살아남을 것 같다고 생각해왔는데요. <비건 식탁>을 보고나서 같은 가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싶었어요. 언뜻 보면 비슷해보여도 각기 다른 생각들이 떠다니잖아요. 그렇담, 제가 꿈꾸는 삶은 무엇일까요 ㅎㅎㅎ 울적해지지 않을 정도의 소일거리와 남들에게 폐끼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만 하며 살고 싶다는 것밖에... 잘 모르겠어용. 좀 더 생각해볼게요 :-) A2. 나이를 한살씩 더 먹을수록 집이 주는 의미가 커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말에 밀린 잠 자는 곳 정도로 여겼나봐요. 어질러져도 그만, 조금 불편해도 괜찮았는데, 에너지가 갈수록 고갈되니 안락한 공간이 더 필요해지는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 집이란, 복작복작한 곳에서 살짝 떨어져나와 웅크리고 지낼 수 있는 곳인것 같아요.
저도 늘 도시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겠다고 생각하던 사람이고, 사실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쳐키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건 필수적이라는 걸 <비건 식탁>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영어에서는 House와 Home이 다른 의미로 사용되곤 하잖아요. 전자는 물리적인 공간의 의미가 강하다면 후자는 내가 그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과 편안함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요. 그래서인지 복잡함에서 거리를 두고 나만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집'이라는 쳐키님의 정의가 참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Q. 당장의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는 것 vs 주변인과의 관계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요?
주변인과의 관계가 더 소중합니다. 영화를 못 보는 상태에서 오로지 질문에만 답을 하게 되지만 그 주변인들이 낮에는 선풍기를 밤에는 이불을 빌려주면 좋겠습니다.
낮에는 선풍기를, 밤에는 이불을 빌려줄 수 있는 관계라니.. 영화를 안 보셨는데도 그 내용을 꿰뚫는 답을 주셨는걸요? 요즘에는 이런 간단하고도 필수적인 걸 나눌 수 있는 관계가 귀해진 것 같아요.
A. 어려운 질문이지만 저는 당장의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는 걸 선택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위 인연들이 끊어질까 봐 항상 안절부절못했던 거 같은데, 요즘에는 어차피 오래 갈 인연은 노력하지 않아도 오래 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은 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몇 사람만 챙겨도 충분히 굴러가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믿었던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면 그건 너무 슬프겠지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Q. 함께 독립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니 어떠신가요? 이번 큐레이션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무엇인지, 다음 큐레이션 [만남은 언제나 고독의 친구]에서 기대되는 작품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다음 큐레이션 상영작 확인하기: https://indieground.kr/indie/curationView.do?seq=229
A. <버킷>을 보고 너무나 기괴한 디스토피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잔잔한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오더군요 [만남은 언제나 고독의 친구]에서는 <유빈과 건>이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느낌을 줍니다 <커피 쿠키 도시락>은 아기자기한 에니메이션일 것 같아 기대되고요
Q1. 인디온감 참여자 여러분의 첫 한국 독립영화는 무엇인가요? A1. 첫번째는 아닌 것 같지만 이경미 감독님의 <아랫집>과 임필성 감독님의 <보금자리>가 떠오릅니다 각각 이영애, 전도연 배우님이 주연을 맡아 15~2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Q2. 여러분은 영화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정리하고 공유하시는 편인가요? A2. 5년 넘게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요 그날 읽은 책이나 관람한 영화 후기도 글쓰기로 정리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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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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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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