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에서 드디어 "아바타" 등장!
그가 보는 사람들은 물론 실제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건 광섬유를 통해 내려온 정보에 따라 컴퓨터가 그려낸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하다. 사람처럼 보이는 건 '아바타'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들이다. 아바타는 메타버스에 들어온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자 사용하는 소리를 내는 가짜 몸뚱이다.
스노 크래시
D-29
Mae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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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선 시스템의 권력을 장악한, 컴퓨터밖에 모르는 남자 녀석들은 아바타의 얼굴을 만드는 일이 사소하고 하찮은 거라고 규정지어 버렸다. 물론 성차별이었다. 특히 자신들이 성차별주의자가 되기엔 너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컴퓨터 전문가 사내들이 만들어 낸 끔찍한 성차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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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은 제각각이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같은 민족이었다. 바로 '군대'라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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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착하고 사랑스러웠으며 규칙을 잘 따랐다. 그리고 자신이 똑똑하더라도 그런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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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처음 후아니타를 만났을 때 히로의 사람 보는 눈은 그다지 믿을 만하지 못한 상태였다. 다른 어떤 여자를 만났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녀의 길고 반짝거리는 검은 머리칼은 일반적인 샴푸로 감는 일 말고는 다른 어떤 화학적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속눈섭 위에 퍼런 것들을 바르거나 하지도 않았다. 복장은 어둡고 깔끔했으며 차분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떤 사람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는데, 심지어 지도 교수에게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다. 그때는 그런 모습이 다루기 어렵고 위협적인 걸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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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흐르고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히로는 후 아니타가 고상하고 날씬하고 멋진 여자였다는 걸 알아 차리고 깜짝 놀랐다. 서로 보지 못한 몇 년 동안 히로는 대부분 일본에서 일을 하며 보냈다. 그때까지 접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사회적 수준이 높고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제대로 된 일을 하며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어른들과 어울리며 지낸 것이다. 처음에 그는 후아니타가 대학 신입생 시절 이후 뭔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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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의 후아니타에 대한 묘사 - 서사가 상당히 좋아서 무심코 자꾸 발췌하게 된다 ; 바보가 된 기분 ; 뭐야 이거 생각보다 책이 상당히 좋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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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히로는 그 후 아버지가 사는 군기지 주변 마을을 찾아갔다가 고등학교 시절 최고 미인으로 꼽던 동창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뚱뚱한 아줌마로 변해 버렸는데, 야한 머리에 야한 옷을 입고 신문 살 돈도 없는지 매점에서 돈을 치르려고 기다리는 사이 보잘것없는 주간 신문을 재빨리 읽어 대고 있었다. 껌을 씹으며 풍선을 불어대는 그녀 곁에는 아이가 둘이나 딸려 있었는데, 그녀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능력도 통찰력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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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에서 여자 동창생을 보며 히로는 그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하늘에서 빛이 비쳐 내려오는 것 같았다기보다는 높은 사다리 위에서 건전지가 거의 다 닳은 손전등이 갈색으로 변한 빛을 비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후아니타는 처음 만났던 이후로 변한 게 아니라 그녀답게 성장한 것이다. 바뀐 사람은 히로였다. 그것도 근본적으로.
Maetel
와 이 부분은 정말 장난 아니다 ; 손으로도 필사해야겠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적었지...
Maetel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미묘한 느낌이 모든 걸 요약하는 거죠. 히로는 그 말을 하던 그녀의 목소리를 절대 잊지 못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후아니타가 똑똑하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느꼈던 감정도.
Maetel
계층이란 소득과 다른 것으로, 거미줄처럼 촘촘한 사회적 관계 가운데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스스로 아는 것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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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완전히 잘못 생각할 때조차 확신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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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멋지게 탄 피부에 골프복 차림으로 메타버스에서 히로를 찾아올 때면, 그는 어머니의 아바타를 마치 자신의 재산이라도 되는 듯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렇다고 월세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시궁창에서 산다고 해도 언제나 메타버스가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 안에서라면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전사이자 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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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히로는 그런 용어는 사이비이자 신비주의적인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옛 고교 시절 미식축구 코치가 선수들에게 늘 110퍼센트 힘을 발휘하라고 강요하던 것과 같은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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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들이란 늘 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문제예요."
"해커는 그런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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