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오늘의 시는 <폭우와 어제>라는 시입니다. 어제의 하루를 가만히 곱씹어 보면서 떠오른 감상들을 팡팡팡 나열한 느낌이었어요. 어제는 구름 같고, 쟁반 같고, 빙하 같고, 비탈 같고... 특히 이 부분이요. 어제는 많은 일이 있었고, 어제는 어제를 버릴 수 없다는 문장에서, 제가 수없이 지나쳐왔던 어제들도 떠올려 봤습니다. 좋은 일은 오래 기억하고, 좋지 않은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데, 이상하게 후자 쪽이 더 오래 남아요. 분명 다 지난 어제의 일인데도 유독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누지 않고 돌보지 않고 /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그런 이야기 / 누군가가 제멋대로 들어도 좋을 이야기 / 웃기지도 않을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화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어요. 저의 어제는 어땠나도 가만히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분의 어제는 어떠셨나요? 오늘은 새벽 공기가 꽤 선선합니다. 작년 이맘 때도 날이 이렇게 시원했나 문득 궁금해져서 달력을 뒤적거려 봤는데요. 잊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답니다.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있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봅니다. 지난 주말에 다녀왔던 독서모임에서 어떤 한 분이 자신은 요즘 이 단어가 너무 좋다고 하셨는데요. 바로 '평안하다'라는 단어입니다. 저도 그분의 말을 빌려 여러분께 남은 5월도 평안하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지네요. 벌써 5월의 마지막 주니까요:) 그럼 저는 이제 운동하러 이만 총총...
지워지는 볼펜 이야기를 해서인지 중간에 수정 테이프 자국을 보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 저도 좋지 않은 일을 오래도록 잘 기억하고 좋은 일은 금방 잊습니다. 그게 자기혐오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완벽주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완벽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반성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 성향 자체는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어떤 직업군에서는 그런 기질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문 투자자 같은 경우에는 그런 기질이 아주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투자를 성공했건 실패했건 그걸 빨리 잊어버리고 오늘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작가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성향이라고 들었어요. 5월 말인데 지난해보다 확실히 선선한 거 같아요. 어제 그런 이야기를 아내랑 나눴는데요. 저는 이따가 부모님 개 데리고 공원에 산책 가려고요. 날씨가 정말 좋네요. 운동 잘 하고 오세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잔잔하게 또 위로받습니다. 저는 자기검열이 심한 편이에요. 다만 자기혐오까지는 아닌데, 가끔 자기연민이 과해지면 골방으로 들어갈 때가 있지요. 그리고 저 투자는 하지 말아야겠군요(허허허). 착실하게 벌고, 부지런히 모아 우직한 일개미가 되어보겠습니다. 어제 공원 산책은 잘 다녀오셨을까요. 오늘도 햇살이 따뜻해 산책하기 좋은 날씨 같습니다. 다만 햇살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울 수 있다는 점, 조심해 주시고요. 저도 이따 점심 먹고 산책 가려 한답니다. 사실 매일 산책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걷는 거 참 좋아합니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GoHo 님 덕분에 이렇게 또 새로운 책을 알아가네요.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책 제목이 너무 아프게 읽혀요. '역사 속 장애인 이야기'라는 부제도 인상 깊고요. 그러고 보니 장애의 역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역사 속 인물들의 장애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조심스럽고 숙연해집니다. 필사하신 글을 읽다가 얼마 전에 읽었던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이라는 책도 떠올랐어요. 그 작품 속 주인공 중 한 명이 은혜라는 아이인데, 척추성 소아마비로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타거든요. 책에서 은혜의 독백이 여러 번 나오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긴 글이지만 마음에 닿았던 문장이라 함께 옮겨봅니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역사 속 장애인 이야기<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의 지은이 정창권이 들려주는 전통시대 장애인들의 이야기. 옛날 장애인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았으며, 그들을 대하는 당시 사람들의 시선이나 행동은 어떠했는지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보여준다.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로 SF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2020년 7월,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을 통해 우리 SF의 대세로 굳건히 자리 잡은 천선란의 작품이다.
보경은 은혜에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이 사소한 불편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할 때마다 은혜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너의 정상성은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은혜도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보경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가끔은 자신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확인시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창살 같다는 것을. 휠체어 덕분에 걷지 못하던 이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인도, 계단,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은혜는 철저하게 삭제되었다. 사람들은 지하로 가라앉는 은혜를 모르는 척 외면하더니 어느 순간 휠체어에 앉혀놓고 측은하고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 기술이 너를 구원했다는 듯이 굴었다. 이 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면 애초에 생겨나지도,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였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겨주신 글은 꼭 새겨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을 위해 책도 장바구니에 곱게 담아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김수민 작가의 「너라는 위로」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한 지 2년째 되는데요.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늘 돌아보고 의심하는 나날이라 마음이 퍼석해진 참이었습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내 선택을 존중하고 토닥여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이 책을 펼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한 자 한 자 정성껏 쓰고 마음에 새기며 나를 위로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쓰고 싶습니다. 혹시나 지친 하루, 위로가 필요하신 분께도 다정한 문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스스로 토닥토닥 가다가.. 그 길이 외로울 때가 있지요.. 근데 또 한 발.. 걷다보면.. 다다르더라구요.. 공부 잘 마치시고 새로운 목표를 꼭 이루시길 바래요~☆
시작은 알지만 끝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는 구절에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다정한 시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모모나나 님:) 「너라는 위로」라는 책을 고르셨군요. 우선 첫 필사를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목표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시고, 공부를 2년째 이어가고 계시는군요. 쉽지 않은 선택과 결정이셨을 텐데, 이 책을 만나 위로받으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문장들 하나하나가 참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모모나나님의 글씨도 아기자기 너무 귀엽고요. 저는 "시작은 알지만 끝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에요"라는 마지막 문장에 힘을 얻게 되네요. 몽글몽글 따뜻한 문장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모나나님이 준비하시는 그 길, 꼭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너라는 위로'보잘것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마. 너라는 존재가 내게는 위로다.' <너라는 위로>는 2015년 말 출간된 이래, 30만 독자에게 힘이 되어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의 김수민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내일 하루 더 읽고 쓰면 이 책, 마무리할 것 같아요.
와, 벌써 완독을 향해 가고 계시군요! 저도 좋아하는 책을 @새벽서가 님의 필체로 다시 읽을 수 있어 감사하고 좋았어요. 저마다의 감상이 다르다 보니 인상 깊은 문장도 서로 다를 텐데, 어떤 문장이 새벽서가님 마음에 닿았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차분히 읽었답니다. "바다는 저 혼자 아름답지 않다. 바다 곁에서는 모래도, 물결의 무늬도, 새와 사람의 발자국도 아름답다"라는 문장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실 책의 두께는 읽는데 한두시간도 걸리지 않을 두께잖아요. 꼭꼭 씹어가며 체화하고 필사하느라 일주일가량 걸린거죠. 그런데도 책을 끝내가는게 너무 아쉬워요. ㅠㅠ
정말 그래요. 눈으로 읽었으면 단숨에 읽었을 내용을 천천히 따라 쓰면서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는 기분이 들거든요. "꼭꼭 씹어가며 체화하고 필사"한다는 새벽서가님 말씀처럼요. 저도 『시와 산책』은 유독 놓아주기 싫었습니다. 시인님의 문체가 너무 섬세하고 고와서 읽는 내내 행복했더랬죠. 하필 그 책을 읽었던 곳이 여행지라 더 아련한 추억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런 책이 있죠. 추억의 장소와 하나로 묶여 기억이 오래오래 가는… 저는 다음책으로 뭘 읽고 쓸까 오늘은 궁리 좀 해보려구요.
같은 시리즈 이제니 시인의 『새벽과 음악』을 정말 잘 읽어서 『시와 산책』도 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새벽서가님 필사로 미리 만날 수 있어서 좋네요 ㅎㅎ 저도 『새벽과 음악』 좋았던 부분 필사하며 읽느라 정말 오래오래 읽었어요 ㅎㅎ
새벽과 음악첫 번째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부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인 이제니의 첫 산문집 『새벽과 음악』이 출간되었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 다 욕심나더라구요. 한심하게도 저는 시와 산책을 세 권이나 가지고 있어요. 🙄 제가 친구들에게 이거 생일선물로 받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두 친구로부터 선물받고, 그 사실을 잊은채 제가 또 한 권을 샀지 뭡니까. ㅎㅎ
봄이니까(여름인가요?) '봄밤'이라는 제목의 시를 골랐습니다. 역시 최승자 시인님의 시고요. 시인님은 봄밤에도 절망을 생각하셨네요...
저는 다른 계절보다 봄을 가장 싫어해서인지 시인의 저런 마음에 봄방이라는 제목이 붙은게 너무 공감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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